2022년 상반기 게임업계에는 유독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국내 주요 게임사 다수가 1분기에 전년보다 저조한 실적을 면치 못하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주목하기 시작한 블록체인 게임 사업이 윤곽을 잡아나갔다. 정책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게임업계에서 조금씩 사라져가던 ‘크런치 모드’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제기됐다.
글로벌적으로도 주목할만한 소식이 많았다.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소니의 번지 인수 등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주요 게임사 간 합종연횡이 이어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게임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와중 로스트아크가 스팀에서 역대 2위에 달하는 최고 동시접속자를 달성하며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해외 시장을 뒤흔든 국산 게임으로 조명됐다. ‘단기간에 이 정도로 이슈가 몰렸던 시기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상반기였다.
1. 국내 게임업계 1분기 어닝쇼크, 블록체인 새 돌파구 될까?
국내 주요 게임사는 전반적으로 작년부터 실적이 좋지 않았고, 지난 1분기에는 어닝쇼크를 면치 못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3N은 물론 펄어비스, 위메이드, 네오위즈, 위메이드 등 중견 게임사 다수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배경에는 채산성이 좋지 않다고 평가된 모바일게임 일변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여러 사업을 다각도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적을 책임질 신규 타이틀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가 새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다. 작년에 미르4와 위믹스를 토대로 블록체인 게임 선두업체로 자리한 위메이드를 기점으로,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네오위즈 등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토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타사 플랫폼에 블록체인 게임 신작을 입점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났다. 현재 분위기는 플랫폼 경쟁과 기존 대표작을 원작으로 한 게임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게임 초창기와 비슷하다. 블록체인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영역인 만큼 초기에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서는 암호화폐가 연계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고, 루나 사태와 경기 불황이 겹치며 암호화폐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채됐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손꼽힌다.
2. 서브컬처 게임의 반란, 우마무스메 출격
작년에 일본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강타했던 우마무스메가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 서비스 1주 뒤인 지난 26일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2위를 기록하며 기대감이 허상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은 실사풍 그래픽을 앞세운 MMORPG가 주류로 자리해왔고, 미소녀 캐릭터를 앞세운 서브컬처 게임이 구글 매출 최상위권에 입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실제로 서브컬처 게임 중 구글 매출 2위까지 오른 게임은 국내에서는 우마무스메가 처음이고, 당초 매출 TOP 3 입성을 전망했던 카카오게임즈 사전 예상치도 뛰어넘는 기념비적인 성과다.
3. PC와 모바일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게임 대세
블록체인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이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하는 멀티플랫폼 게임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디아블로 이모탈 등 손맛을 앞세운 수동 플레이 게임이 PC와 모바일 양쪽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아울러 모바일게임 대명사로 자리한 넷마블 역시 7월 출시를 앞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비롯해 주요 타이틀 다수를 PC와 모바일로 출시하며 멀티플랫폼에 힘을 싣는다. 국내의 경우 멀티플랫폼 역시 앞서 언급한 ‘모바일 편중’을 해소해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4. 배그의 어머니, 테라 서비스 종료
2011년에 출시되어 국내 MMORPG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테라가 오는 30일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게임적으로는 공개 당시 보기 드물었던 논타겟팅 액션을 대중화시킨 타이틀이며, 대표 캐릭터 엘린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각종 게임 모드로 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배틀그라운드의 어머니’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크래프톤이 시가총액 12조 규모의 대형 게임사로 성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5, 크런치 모드 부활?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조짐
20대 대선은 이례적으로 게임이 주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대선후보 3명이 모두 경쟁적으로 게임 관련 공약을 내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후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그가 앞세운 공약 중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연고제 등과 함께 게임을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3일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혁 추진방향을 밝히며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크런치 모드의 재림이 우려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검토 단계라고 언급했으나, 노동규제 개혁은 그의 공약이기도 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규제 완화를 언급한 만큼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6. MMORPG 본고장에서 흥행한 로스트아크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스팀 문을 두드리는 한국 게임이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2월에 출격한 로스트아크가 쾌거를 달성했다. 출시 직후 스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32만 명에 달하는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며 초기 흥행반열에 올랐다. 6월 28일 기준으로 일 최고 동시접속자는 봇 유저 적발 등을 거치며 34만 명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그래도 접속자 수 기준 TOP 5에 드는 준수한 성적을 유지 중이다. 이 외에도 글로벌 시장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산 인디게임 ‘숲속의 작은 마녀’가 발매 직후 스팀 전 세계 최고 판매 제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업계와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했다.
7. 한층 규모 커진 글로벌 게임업계 인수 경쟁
올해 글로벌 게임업계에는 세기의 ‘빅딜’이 이어졌다. 1월 초에 테이크투가 팜빌 개발사인 징가를 15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그 직후에 MS가 미국 거대 게임사로 손꼽히는 액티비전블리자드를 8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2월 초에는 소니가 데스티니로 유명한 번지를 4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게임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경쟁도 한층 뜨거워졌다.
8. 게임업계에도 밀려든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키이우를 공습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후 글로벌 주요 게임사 다수가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 대표 게임사로 손꼽혔던 워게이밍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철수했고, 우크라이나 개발사인 프로그웨어는 아일랜드로 이전 후 러시아에 항의하는 뜻을 담은 신작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에는 한국 게임도 다수 진출했는데, 전쟁 여파로 러시아 게임 시장이 침체되며 현지에 서비스 중인 게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쟁 이후 경기 불안이 게임에 대한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9. 특혜 논란 속 롤 MSI 우승한 중국 RNG
중국 RNG는 롤 MSI 사상 첫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대회 기간 내내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룹 스테이지 중 불거진 일정 특혜 논란부터 시작해, 부산 경기장 핑이 의도했던 35ms보다 높았던 것이 확인되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 RNG가 재경기를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온라인 출전 중에도 규정 헤드셋, 복장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심판과 페이스 캠도 없이 경기하는 장면이 중계되며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RNG ‘켄주’ 주카이 감독은 MSI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10. 넥슨 김정주 창업주 사망
지난 3월 1일, 넥슨 김정주 창업주가 항년 5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 김정주 창업주는 1996년에 송재경 등과 함께 넥슨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어둠의 전설, 퀴즈퀴즈, 일랜시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작을 알린 1세대 게임인으로 평가됐다. 김 창업주는 2006년에 넥슨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넥슨 일본법인은 오웬 마호니 대표가 넥슨코리아는 이정헌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정헌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저와 넥슨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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