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표 당시 팬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렸던 그 게임이 드디어 출시됐습니다.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이냐’, ‘님폰없(Do you guys not have phones?)’ 등 여러 밈을 탄생시킨 디아블로 이모탈입니다. 발표 당시는 디아블로 4가 발표되기 전이었는데요, 기다리던 디아블로 4는 없고 웬 모바일 신작만 덜렁 등장해 국내외 유저가 공분한 바 있습니다. ‘님폰없’ 발언은 제작진 입장에서 냉담했던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팬들의 마음에는 이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을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디아블로 이모탈은 비호감에서 점점 호감으로 기우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채로 출발했으나 블리즈컨 현장에서 직접 시연해본 사람들의 평도 생각보다 긍정적이었고, 2020년부터 진행된 테스트에서도 ‘갓겜’까지는 아니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 보면 꽤 잘 만든 모바일게임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소위 ‘양산형 모바일게임’ 느낌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이후 블리자드는 창립 후 유례 없는 대혼란에 빠집니다. 2019년 10월에는 홍콩 지지 발언을 한 선수를 성급하게 제재하며 팬들을 충격에 빠트린 ‘블리츠청 사태’가 터졌습니다. 이후 2020년 1월에 발매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깐포지드’라는 오명만 남긴 채 묻혀버렸고, 공개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디아블로 4와 오버워치 2는 장기간 출시가 지연되며 열기도 점점 식어갔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친 사내 성범죄 사태로 내홍을 겪었죠.
이 와중에도 묵묵하게 제작 과정을 밟아나가며 마침내 출시에 도달한 게임이 바로 디아블로 이모탈입니다. 첫인상은 비호감이었으나 테스트 과정에서 특유의 손맛, 부드러운 수동전투, 디아블로 느낌을 살린 PvP 등으로 기대보다 괜찮다는 평을 얻었고, 발표 당시 없었던 PC버전도 공개되며 신작에 목마른 디아블로 팬들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발표 당시 ‘님폰없’ 발언이 화제로 떠올랐는데, 결론적으로는 폰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어버렸네요.
디아블로 이모탈은 지난 1일 저녁 9시에 모바일, 3일에는 PC로 정식 출시됐습니다. 초기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반반 정도입니다. 모바일 신작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원작 느낌을 살린 그래픽과 전투도 준수하고, 과금도 무겁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대로 애초에 모바일에서 출발했던 게임이기에 플랫폼 구조상 디아블로가 가진 재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한계점이 있고, 모바일로 즐길 경우 발열이 너무 심해서 오래 붙들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게임의 성패는 첫 주말이 지나면 앱마켓 매출 순위 등 주요 지표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다만 매출과 함께 중요한 부분은 오버워치 1편 후 이렇다 할 신작을 내지 못했던 블리자드가 부진을 만회하며 기사회생할 수 있느냐입니다. ‘님폰없’에서 블리자드의 희망이 되어버린 디아블로 이모탈이 난세를 타개할 구원투수 자리까지 오를 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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