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오랜만에 책장에 꽂힌 콜 오브 크툴루 TRPG 룰북을 폈습니다. 책에 묘사된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장벽은 너무나 높고 뚜렷했죠.
그러다 문득, ‘굳이 이 세계관을 TRPG로만 즐길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팀을 둘러보면 그 분위기는 달라도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직/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 [겜ㅊㅊ]에서는 러브크래프트 '크툴루 신화'를 차용한, 그 중에서도 2020년 이후 출시된 따끈따끈한 게임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1. 월드 오브 호러(World Of Horror)
‘월드 오브 호러는 일본풍 비주얼 호러를 표방하는 게임입니다. 일본어로는 '공포의 세계'로 표기하죠. 비주얼 작업은 100% 그림판으로 진행한 통칭 1bit 그래픽이죠. 오직 흑백 도트로 묘사되다 보니, 정체모를 존재들의 기괴함은 극대화됐습니다. 일본 시오카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병원, 버려진 교실, 조용한 아파트, 어두운 숲에서 등장하는 이상한 존재와 원인 모를 현상은 끊임없이 주민들의 정신을 시험합니다.
플레이어는 이 시험에 맞서기 위해 종말을 지배하는 미지의 현상에 맞서야 합니다. 로그라이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 의식을 멈추게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단서를 발견해 무작위로 등장하는 미스테리한 퍼즐을 풀어나가면 됩니다. 이토 준지와 H.P. 러브크래프트를 교묘히 섞어 그려낸 매력적인 세계관은 그 과정을 더욱 즐겁게 만들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이 게임은 2년 가까이 앞서 해보기 상태로, 업데이트가 느려 유저들의 애를 태운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2. 소스 오브 매드니스(Source of Madness)
비슷한 로그라이트 게임이지만, 횡스크롤 액션 게임 ‘소스 오브 매드니스’도 추천드리는 게임입니다.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로암의 땅’을 배경으로, 신입 복사가 되어 악몽 같은 여정을 떠나는 게임이죠. 주인공은 로암의 땅과 광기의 탑에 숨겨진 우주에 있는 미지적 존재를 알아가고, 그들에 맞서게 됩니다.
전투 스타일은 근거리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어두침침한 세상 속에서 반짝이는 빛을 내며 주인공을 돕습니다. 로그라이트 스타일이니 만큼 죽더라도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자신이 얻은 포인트를 통해 다양한 능력, 클래스, 주문을 강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죠. 소스 오브 매드니스의 차별점은 우주적 미지의 존재가 가져오는 불쾌감을 극대화했다는 것입니다. 미묘하게 느린 움직임이나 기괴하게 뒤얽힌 촉수들이 가져오는 공포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3. 포기브 미 파더(Forgive Me Father)
‘포기브 미 파더’는 제목이 가져오는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듯, 기독교적 분위기와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이 뒤섞인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사제, 혹은 기자가 되어 크툴루 신화에 등장할 듯한 적을 처치하고, 나아가야하죠. 3D로 진행되는 배경과에 덧대어진 미국 코믹 감성의 2D 캐릭터가 가져오는 움직임이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색감들은 단순한 그래픽에 공포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죠.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를 무기들을 손에 들고 주인공은 교회에 묻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90년대 클래식 FPS의 조작감을 극대화한 약간은 불친절한 조작에 적응하고 나면 미지의 존재를 처치할 때마다 느껴지는 폭발적인 타격감이 여러분을 맞이하죠. 이렇게나 매력적인 게임에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포기브 미 파더는 편재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만 높은 영어실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 게임의 스토리와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하네요.
4. 콜 오브 더 씨(Call of the Sea)
직관적인 제목으로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임을 보여주는 ‘콜 오브 더 씨’ 또한 즐기기 좋은 게임이죠.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를 시적으로, 남태평양의 머나먼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노라는 사라진 남편과 남편의 동료인 조사대의 흔적을 쫓아 바다를 건너오게 되죠. 노라는 이곳에서 잃어버린 문명과 잔재로 가득한 미지의 섬에 도착합니다. 아름답기만 해보이던 바다는 어느새 끝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노라의 앞에 등장하고, 남편을 찾아나가는 동안 알 수 없는 해저도시와 미지의 유적들을 만나며 진실을 찾아나가죠.
퍼즐이 중심이 되는 콜 오브 더 씨는 앞선 게임들에 비하면 시각적인 공포감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시대적인 배경과 비밀을 찾아나가며 알 수 없는 것을 마주하게 되는 미지의 공포감을 극대화 했습니다. 워킹 시뮬레이터에 가까운 선형적 구조로 진행되며 서서히 드러나는 스토리는 몰입감을 더욱 살려주죠. 이전에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단서를 조사하고, 이를 하나로 모아 다양한 퍼즐을 푸는 동안 알게 되는 숨겨진 비밀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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