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포가튼 사가를 기억하시나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제작한 손노리가 1997년 내놓은 외전격 신작으로, 하나의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자유로운 모험을 즐기는 이른바 '프리 시나리오'를 채택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록 수 차례에 걸친 발매 연기와 뻥뻥 터지는 버그로 인해 악명도 자자했지만, 특유의 게임성으로 인해 지금도 이 게임을 추억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당시 포가튼 사가의 인기는 한때 국내 패키지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는데요, 2000년대 초 온라인게임 열풍이 불며 기존 인기 IP들을 온라인게임화 시키던 와중 포가튼 사가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01년 나온 포가튼 사가 2 입니다. 당시 흔적을 잡지광고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제우미디어 넷파워 2001년 5월 광고입니다. 원작에서 사용됐던 로고 글씨체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으며, 거기에 2와 온라인을 붙였습니다. 사실 다른 설명 없이 이것만으로도 포가튼 사가 2 온라인의 존재를 알리기엔 충분했을 겁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른쪽에는 왠지 원작 느낌이 묻어나는 듯한 단발의 여전사가 검을 든 채 서 있습니다. 일본 아티스트가 맡았던 원작과는 조금 다르지만, 왠지 포가튼 사가 특유의 살짝 거칠면서 정감가는 느낌이 살아 있는 일러스트입니다.
그 후 6~9월에 걸쳐 포가튼 사가 2 온라인은 공개테스트 광고를 실었습니다. 일러스트를 보면 커다란 와이번이 날고 있고 그 옆에 여성 마법사가 서있다거나, 여성 팔라딘으로 보이는 이가 성을 배경으로 서 있는 등 원작과 100% 연관이 있진 않지만 어느 정도 원작의 향수를 살려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위자드소프트가 개발했고, 손노리는 감수만 맡았습니다. 광고엔 두 회사 로고가 나란히 붙어 있어 공동 개발인가 싶지만, 실제로 손노리 게임 라인업에는 이 포가튼 사가 2가 빠져 있기에 그냥 다른 회사가 개발한 게임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그러나 당시엔 포가튼 사가라는 이름값과 손노리의 참여로 인해 많은 손노리 팬들이 이 게임을 기대했었죠.
참고로 9월호 광고에는 손노리 전작인 악튜러스 관련 이벤트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악튜러스 유통사가 포가튼 사가 2 온라인 개발/서비스를 맡은 위자드소프트로 같기 때문에 진행된 행사로, 게임 시리얼 넘버를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포가튼 사가 2 무료 이용권을 발송해 준다는 내용입니다. 과거 패키지 개발사들에서 온라인게임을 낼 때 간혹 볼 수 있었던 방식의 이벤트로, 소프트맥스 역시 게임 패키지 내에 들어 있던 시리얼카드 넘버를 포리프에 입력하면 주사위의 잔영 캐릭터를 주는 행사를 했었죠.
그렇게 감성적이면서 원작 향수를 살리는 광고를 연달아 싣던 포가튼 사가 2는 그 해 11월 들어 갑자기 광고 방향을 급 변경합니다. 게임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재밌는 점은 아래쪽에 현재 '아재체'로 분류되는 멘트들이 삽입돼 있다는 겁니다. "몹~ 저 주기지 마세엽...", "허거덩~~~ 돈좀 저여~~" 같은 대사 말이죠. 2001년 당시엔 10대와 20대 모두 즐겨 사용했던 인터넷 채팅체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보면 상당히 옛날 감성입니다. 참고로 왼쪽 위의 '포도가튼 사과?' 같은 대사들을 보면 당시에도 아재 개그 감성으로 만들어진 광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광고 기조(?)는 12월에도 계속됩니다. 스크린샷에 멘트 넣는 데 재미가 붙었는지 "모두 뒤에서 마법 날려여!", "몇명 죽었징~^^", "짱이다!", "오올~! 신부 섹시해용!", "비켜바여, 아아! 짱나는군!", "나를 따를라!" "ㅊㅋㅊㅋㅊㅋㅊㅋ~~" 같은 옥석같은 대사들이 보입니다. 20년 후쯤 현재 게이머들의 말투를 돌아보면 지금과 같은 기분이 들까요??
2002년 1월 광고를 보면 왠지 느낌이 살짝 변했습니다. 1면에서는 채팅체가 사라지고 '~하옵니다' 체로 출사표 비슷한 문장이 쓰여 있고, 2면에는 클래스 소개가 보입니다. 다만, 자세히 뜯어보면 사라진 줄 알았던 채팅체 문장들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클래스 소개에는 "그~힐!!(앗실수-_-;; 그레이트 힐링!!)", "어머? 호호호... 님께 왜 저한데 왜있죠? 으음...^^;; 앗! ㅌㅌㅌ>.<" 등이 쓰여 있으며, 아래쪽 스크린샷에도 "내가 죽은거야? 안보이자나..." 등이 적혀 있습니다.
2002년 2월 광고에는 상용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확히는 2001년 12월 21일부터 유료 서비스에 들어갔다는 내용인데요, 테스트에 참여한 회원 수가 100만 명이라는 것에서 이 게임의 초기 인기를 짐작케 합니다. 다만 당시 많은 게임들이 그랬듯, 공개테스트가 끝나고 상용화에 들어가면 상당수 '오베족'이 이탈했는데, 포가튼 사가 2는 롱런엔 실패했지만 유료 전환 당시엔 나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2002년 3월 마지막 광고에는 설 연휴 이벤트와 함께 포가튼 사가 2 소설 출간 소식이 전해져 있습니다. 가상대륙 아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모험을 담은 소설로, 제목은 '포가튼사가: 파트 2'였습니다. 1권 '버림받은 영웅들'을 시작으로 총 5권의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검색해 보니 1권 이후엔 출간된 기록이 없네요.
그렇게 포가튼 사가 2는 약 5년 간 서비스를 지속했습니다만, 개발 및 밸런스, 운영 이슈로 인해 점차 유저들이 이탈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 확률로 상대방의 방어력과 체력 등을 모두 무시한 채 적을 즉사시키는 즉사기, 극단적으로 치우친 밸런스, 열악한 최적화, 너무 넓은 맵과 열악한 이동수단, 상용화 당시는 물론 서비스 종료 때까지 구현되지 않은 콘텐츠 등이 대표적이었죠. 일각에서는 '이렇게 운영하면 망한다'의 대표격 게임이라고도 부를 정도입니다.
어쨌든, 포가튼 사가 2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 시리즈의 명맥은 완벽히 끊겼습니다. 전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나름 콘솔로도 나오고, 온라인화도 시도하고 모바일로도 출시된 데 비해, 포가튼 사가는 완전히 잊혀진 게임이 되고 말았죠. 문득 지금 시점에서 포가튼 사가 3를 만든다면 좀 더 괜찮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관에 못 세 번 박는 일이 될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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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가튼사가 2 온라인
2001년 3월 1일
- 플랫폼
- 온라인
- 장르
- MMORPG
- 게임소개
- 전작 포가튼사가1 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포가튼사가2는 전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계승하지만 온라인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이머들은 패키지게임이 가지는 솔로플레이의 한계에서 벗어나 방대하고 다양한 세계와... 자세히
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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