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외 게임쇼는 코로나19라는 큰 장애물에 맞닥뜨렸다. 다수의 게임쇼가 취소됐으며, 일부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해를 넘긴 지금도 코로나19는 여전히 국내외 주요 게임 전시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E3와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는 전면 온라인 개최를 결정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게임쇼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작년에 온라인으로 열렸던 유럽 대표 게임쇼 게임스컴은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개최를 병행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차이나조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이에 더해 국내 주요 게임쇼 개최 계획도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는 플레이엑스포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이 행사 방식을 결정했다. 작년에 플레이엑스포는 개최를 취소했고, BIC는 100%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런 두 게임쇼가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한다.
먼저 경기도가 주최하는 플레이엑스포는 5월 10일부터 14일까지는 게임사를 대상으로 한 수출상담회가, 7월 15일부터 18일까지는 일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B2C 전시회가 열린다. 특히 7월에 열리는 B2C 전시회의 경우 예년과 같이 출품작을 시연할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부스가 마련된다. 플레이엑스포 사무국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오프라인 마케팅 일정, 코로나19 백신 접종, 플레이엑스포 주요 방문층인 중•고등학생 학사 일정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행사 시기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BIC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며, 오프라인 행사는 부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서태건 조직위원장은 지난 22일 진행된 온라인 사업설명회를 통해 “올해는 작년에 참가한 개발자 피드백을 반영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의 연결점, 비대면과 대면 행사 사이 균형을 찾도록 하겠다”라며 여건이 된다면 오프라인에서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최근 신규 확진자 추세다. 4월 기준으로 작년과 올해 국내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비교하면 확진자 수는 지금이 훨씬 높다. 작년 4월 1일부터 30일까지 국내 발생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가장 많았던 때가 4월 1일의 101명이며 2일부터 두 자릿수로 감소하여 4월 10일부터 30일까지는 30명 내외였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4월 1일부터 25일까지 400명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고,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700명 이상을 기록했다. 4차 확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작년과 올해 플레이엑스포와 BIC의 행사 개최/취소 계획 발표 시기를 비교해 보자. 플레이엑스포가 작년에 개최 취소를 발표한 시점은 3월 18일이며, 당시 국내 기준 신규 일일 확진자 수는 18일에 93명, 19일에 152명이었다. 이어서 BIC의 경우 작년 4월 23일에 온라인 행사 개최를 발표했고, 작년 4월 20일부터 30일까지 신규 확진자 수는 15명을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플레이엑스포가 오프라인 병행 개최를 발표한 4월 14일 기준 국내 확진자 수는 700명을 넘겼고, BIC 온라인 사업설명회가 열린 4월 22일 역시 700명 이상이었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작년의 경우 두 게임쇼 모두 현재보다 확진자 수가 확연히 적음에도 감염 확산 우려를 고려해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했으나 확산 추세가 훨씬 더 높은 지금 시점에 오프라인 병행을 결정한 것이다.
물론 작년과 올해 상황은 단순 수치로만 비교할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으며, 26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9,900만 명의 백신 물량을 확보해 집단면역 달성 시기를 앞당길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다만 백신 접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렵고, 집단면역이 상반기 중 달성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물론 조기에 집단면역이 완성되어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면 좋겠으나, 게임사 입장에서 아직은 불확실한 집단면역 및 코로나19 상황 종료를 기대하며 오프라인 출전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게임사 다수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금도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중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개최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든다.
특히 게임업계가 오프라인 게임쇼에 참여할 경우 통상적으로 2~3개월에 달하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현장에 설치할 부스 디자인부터 출품작을 시연할 기기 대여, 게임에 따라 시연 버전을 별도로 제작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현장 시연을 맡을 스태프도 확보해야 하고, 시연 일정 및 관련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플레이엑스포의 경우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내실 있는 현장 전시가 가능하며, BIC의 경우 6월부터 본격적인 채비에 나서야 한다. 행사 개최까지는 아직 기간이 남아 있으나, 오프라인 전시에 주최측과 게임사 모두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물리적인 준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즉, 상황을 보고 오프라인 개최를 취소할 경우 이러한 준비 인력 및 예산 낭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더불어 온라인 게임쇼의 전체적인 완성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작년 지스타는 행사 개최를 약 2개월 앞둔 9월 7일이 되어서야 오프라인을 취소하고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스타 온라인 행사는 준비 부족으로 지적받았고, 좀 더 일찍 온라인 중심으로 준비했다면 좀 더 내실 있는 게임쇼가 되었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스타조직위원회 강신철 조직위원장 역시 작년 11월 19일 벡스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프라인 개최에 대한 욕심을 좀 오래 가졌다. 더 빨리 온라인에 집중하자고 결정했다면 조금 수월하게 준비했을 텐데, 오프라인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부분이 있어서 온라인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 상황을 종합하자면 게임쇼 오프라인 병행 개최 발표는 일말의 불안이 남는다. 물론 주최측 입장에서 오프라인 개최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게임쇼 완성도를 위해 불확실성이 있는 오프라인 행사 진행 여부에 대한 결단을 최대한 빨리 내리고, 더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해 내실 있게 하는 것이 훗날을 위한 더 발전적인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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