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는 영 취급이 좋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홍콩 영화나 헐리우드 영화를 보러 영화관을 찾았고, 한국 영화는 스크린쿼터제 때문에 억지로 걸려 있는 시간때우기 용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죠. 이런 분위기를 깨고 본격적인 한국 영화 전성기를 연 것이 바로 1999년 개봉한 '쉬리' 였습니다. 한국 영화의 역사는 쉬리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은 엄청났죠.
영화가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자, 자연히 쉬리 IP를 활용한 타 분야 진출도 이루어졌습니다. 소설과 만화는 물론, 게임으로도 제작됐죠. 다만, 게임의 경우 영화 개봉으로부터 약 2년이 흐른 후에야 세간에 소개됐습니다. 영화 제작진도 쉬리가 이렇게까지 흥행할 줄 몰랐던 터라 게임 제작도 비교적 늦게 들어갔고, 게임이라는 콘텐츠 특성 상 제작기간이 타 분야 대비 긴 편이라 이렇게 늦어졌는데요, 당시 광고를 보겠습니다.
PC파워진 2001년 2월호에 실린 쉬리: 게임 광고입니다. 영화 개봉일이 1999년 2월이었으니, 정확히 2년 후에 나온 셈이네요. 아무리 당시 쉬리 붐이 컸다고 하더라도, 2년이면 충분히 식고도 남을 시간이었죠. 실제로 2000년에는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2001년 3월에는 친구가 각각 개봉하며 엄청난 기록들을 써내려갔기에, 당시 이미 쉬리는 흘러간 영화가 되어갔으니까요.
일단, 광고 1면을 보면 얼핏 영화 쉬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들이 보입니다. 남북한의 요원들이 나오는 한국형 첩보 스릴러물이었던 원작 영화와 달리, 어째 다국적 특공대가 나오는 밀리터리 장르가 된 느낌입니다. 실제로 배경도 2014년의 미래(!!)를 다뤄서 원작과 꽤 차이가 있었고요. 한석규나 최민식 같은 배우를 그대로 옮겨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총천연색 머리색이 등장하는 판타지 느낌은 지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면에서는 조금 더 본격적인 스크린샷을 볼 수 있습니다. 위쪽에는 3D 캐릭터들과 각종 컷씬 캡쳐샷이 배치돼 있고, 아래쪽에는 실제 게임 스크린샷으로 보이는 화면이 나옵니다. 게임성은 코만도스나 재기드 얼라이언스 같은 탑뷰/쿼터뷰 형태의 시뮬레이션 RPG처럼 보이는데요, 영화의 유명세를 앞세운 게임 치고는 꽤나 하드코어한 장르를 고른 듯 싶습니다. 일반 관객들에게 어필하려면 좀 더 직관적인 장르가 낫지 않았을까요?
이후 쉬리 게임은 공중파 TV에도 제작기 등이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고, 2001년 6월호에는 '곧 출시'라며 새로운 광고를 실었습니다. 홍보모델로 당시 막 데뷔했던 걸그룹 쥬얼리가 등장했는데, 서인영이나 조민아 없이 박정아-이지현-정유진-전은미 체재로 활동하던 1기 쥬얼리입니다. 광고에 따르면 게임 쉬리의 주제가를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홍보모델까지 공개해 가며 광고를 하던 쉬리 게임은 결국 정식 출시되지 못한 채 그대로 묻혔습니다. 출시 전부터 일본에 10만 장 선주문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모종의 이유로 빛을 보는 데는 실패했는데요. 과연 물밑에서 어떤 아수라장이 있었을 지 지금으로선 확인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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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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