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입니다. 칼추위와 함께 거세진 코로나19 소식에 마음이 무거운 요즘입니다. 게임센터 역시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영향을 받아 9시까지만 영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않고 개인 방역에 힘쓰도록 합시다.
지난 화에 다녀왔던 천안 ‘스마일 오락장’ 기억하시나요? 1980~90년대 터미널이나 역전 오락실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장소였는데요, 오늘의 성지 역시 옛날 ‘동네오락실’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오늘의 지역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입니다.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과 명일역 사이는 옛날 주택과 상가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요, 그 골목 안에 자칫 지나치기 쉬운 조그마한 게임센터 간판이 있습니다.
이번 성지순례 장소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선광오락실 입니다. 별도의 간판 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출입문에 ‘게임센타’ 라고 쓰인 빨간 글씨가 전부죠. 근처엔 명일전통시장이 있긴 하지만 딱히 번화가도 아니고, 큰길에 위치한 것도 아닌 주택가 골목 한가운데 위치해 있습니다. 과거엔 이런 ‘오락실’이 많았지만, 이제는 찾기 어려워졌죠.
방문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상태라, 게임센터는 저녁 9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상태였습니다. 입구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간판의 정체는 바로 손금 게임기. 사실 게임기라고 하긴 애매한 그냥 손금 보는 기계입니다. 세계적인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풀이한 컴퓨터라고 말하니 뭔가 거창하게 보이지만, 90년대 유원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그런 기기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천장엔 큼직하게 ‘펌프댄싱, 스크린볼링, 코인노래방’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습니다. 좌우로는 코인노래방 애창곡 안내 포스터가 보이네요. 계단을 따라 한 층 아래로 내려와 오른쪽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게임센터와 바로 연결됩니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게임센터 전경. 아, 이 모습은… 정말로 1990년대 게임센터 모습 그대로네요. 매장 한 쪽에 카운터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최신게임부터 고전게임까지 큰 규칙 없이 적당히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정말 시간여행을 온 것 같습니다.
출입문 바로 오른편엔 ‘스크린볼링’ 광고의 정체인 유니아나의 ‘스페이스 볼링’ 기기 한 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게임이라 이 장소에 안 어울릴 지도 모르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언제 생산된 기기인지 상당한 연식이 있어 보이는 낡은 축구공이 달려 있는 슈팅 머신,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펀치 머신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500원으로 두 번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하니, 다른 게임센터의 절반 수준 가격이네요.
번화가나 영화관 옆처럼 손님이 많은 게임센터는 아닌지라, 평소에는 일부 기기들이 꺼진 채로 있습니다. 그럴 때는 주인 할아버지께 켜 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오래된 바이크 레이싱게임 ‘모토크로스 고!’, 그리고 그 오른쪽에 있는 조그마한 기기가 앞에서 소개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손금 기계입니다.
카운터 바로 왼편엔 이 게임센터에 있는 단 두 종류의 리듬게임 중 하나인 ‘드럼매니아 V8’이 보입니다. 2012년에 E-amusement 서비스가 종료되어 지금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게 된 기기인데, 다행히 이 곳에 한 대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다만 기기 상태만큼은 확실한 보장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이하게도 드럼매니아 왼편에는 헬스장에서나 볼 수 있는 사이클 기기가 놓여 있습니다. 게임센터에서 헬스 기기라니? 생전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만, 아무래도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손수 설치한 기기인 것 같습니다. 운동기구 사용은 무료라고 하네요.
어릴 때 자주 뛰며 놀았던 점프 기기(트램폴린)까지 보입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덤블링이라고 불렀는데요, 당연히 무료 사용 가능합니다. 게임 하다가 조금 무료하다 싶으면 위에 올라가 방방 뛰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드럼매니아와 함께 선광오락실의 단 두 대 뿐인 리듬게임인 펌프 잇 업. 20여 년 전 처음 출시되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 구형 SD기기가 아직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다소 귀한 풍경입니다. 대신 순정 CRT모니터로는 더 이상 가동이 불가능해 모니터만 새 것으로 교체돼 있습니다. 버전은 최신작 바로 전 작품인 프라임 2.
펌프 잇 업 프라임 2는 2017년 출시됐지만, 2018년으로 넘어가면서 한 번 대형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프라임 2 타이틀 위 2017이란 글씨가 2018로 변경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였는지, 상단 간판에 직접 ‘2018’이란 글씨를 프린트하여 붙여놓은 디테일(?)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작은 동네 오락실이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 같은데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네요.
펌프 잇 업 플레이 요금은 300원입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게임센터에선 100원짜리 동전이 사용되지 않고 기본 단위가 500원으로 고정됐는데요, 이 곳은 아직 물가조차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500원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기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게임들이 오래된 고전게임 위주라 100원 동전을 사용하는 기기가 훨씬 많습니다.
펌프 잇 업 왼편엔 ‘건블렛’ 이라는 건슈팅 게임 한 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외형인데요? 바로 코나미 드럼매니아 프레임을 재활용하여 개조한 개조 머신입니다. 드럼매니아의 패드 부분을 떼어낸 뒤 그 자리에 두 자루의 총을 설치해놓은 마개조 형태에서 감탄과 웃음이 나옵니다.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에 그냥 지나칠 뻔 했다니까요?
스틱형 비디오게임과 코인 노래방이 설치되어 있는 반대쪽 전경. 게임센터로 내려올 수 있는 출입문은 제가 처음 들어왔던 곳 외에도 한 곳이 더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비상문이 그것입니다.
이쪽에는 재미있는 기계 하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옛날 학교 앞 문구점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달고나 기계’인데요, 1회 300원에 따끈따끈한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현역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가동 중에 있습니다. 게임센터 내에 특이한 게임이 있는 거야 여러 번 봤다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굉장히 반갑네요.
옛날 브라운관 모니터가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각종 비디오 게임들.철권은 6, 그리고 태그2가 한 대씩 가동 중인데 철권 전용 기기가 아닌 일반 비디오 게임 박스에 철권을 강제로 집어넣은 마개조판입니다. 그래도 나름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간판이라든가 버튼 부위에 철권 일러스트를 뽑은 시트지를 붙여놓는 등 신경을 쓴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인노래방은 300원에 한 곡을 부를 수 있게 설정되어 있고, 1000원 지폐 투입시 최대 5곡까지 부를 수 있어 사실상 곡당 200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코인 노래방이 폐쇄된 상태입니다. ‘임시사용중지’ 문구가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동전교환기와 함께 주인 할아버지가 상주하고 계신 카운터. 동전교환기와 함께 코인노래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균된 마이크, 정수기 등이 보입니다. 카운터 위엔 손글씨로 ‘물건 분실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안내문, 그리고 영업시간 안내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라는 안내문이 유독 정겹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동전 교환기 한 대를 손소독제와 출입 명부대로 만들어 놓은 모습입니다. 비록 조그마한 동네 오락실이라 할지라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중위험시설이니 꼭 방명록을 작성하고 틈틈히 소독, 그리고 마스크를 필수 착용합시다.
지금까지 어린 시절 동네 오락실 감성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명일동 선광오락실이었습니다. 비록 최신게임이 별로 없어 낡은 감이 있긴 하지만, 편안한 플레이 환경과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쏟은 정성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이런 풍경도 그리 오래 보존되진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곳은 소중한 동네 오락실로서 조금이라도 오래 남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명일동 선광오락실 근방 맛집 1. 7,000원에 돈까스가 무한리필?! 주양돈까스 명가 ‘바로돈까스’
지하철 5호선 고덕역에서 도보 이동 가능한 ‘주양쇼핑’이라는 쇼핑몰은 지하의 돈까스 전문점들로 유명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돈까스가 나와 이 일대 사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그 주양쇼핑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지하에서 돈까스 장사를 하던 가게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는데요, 그 중 한 가게가 바로 선광오락실 근처에 있습니다.
주양 바로돈까스에서는 단돈 7,000원에 바로 튀긴 두툼하고 큼직한 돈까스 두 덩어리가 나오는데요, 이것만으로도 배부르지만 무려 돈까스 리필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야말로 경양식 돈까스의 끝판왕급 가성비죠. 여기에 다양한 메뉴를 한꺼번에 맛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제육볶음 돈까스, 김치볶음밥 돈까스 등 반반 메뉴도 있습니다.
대표메뉴: 주양바로돈까스 7,000원, 제육볶음+돈까스 8,000원, 김치볶음밥+돈까스 8,000원
명일동 선광오락실 근방 맛집 2. 골목 안 숨어있는 빵맛집, 갸또마마
명일동 주택사 골목 안쪽에 숨어있는 빵집 ‘갸또마마’. 가게 콘셉트와 위치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빵집 겸 카페입니다. 매장 내에는 빵이 진열되어 있는 매대와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구매한 빵을 커피와 함께 바로 먹고을 수 있는데요, 간판메뉴는 단연 ‘소금빵’입니다. 그 밖에 큼직한 말차크림 블록이 통째로 끼워진 말차크루아상 등 다양한 빵과 음료가 있으니 빵돌/빵순이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대표메뉴: 소금빵 2,000원, 말차 크루아상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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