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가 나온 지도 어느덧 16년이다. 게임이 이만치 장수하게 되면 당연히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 게임을 지배하게 된다. 실제로 카트라이더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캐주얼 레이싱이라는 장르가 무색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기술과 맵별 빌드가 양산됐다. 덕분에 초보자들은 게임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고수에게 ‘양학’을 당하다가 게임을 그만두기 일쑤다.
이는 여러 플랫폼으로 IP를 확장하려는 카트라이더 시리즈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미 맵별로 어떻게 코스를 타야 가장 빠른지 잘 아는 고수들이 널려있는 이 전쟁터에 뉴비들이 설 자리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기존의 고수들도 만족할 수 있는 게임성을 유지하는 것 말이다. 놀랍게도 지난 12일 출시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이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것도 매우 이상적인 형태로 말이다.
리마스터에 가까운 비주얼과 주행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카트라이더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카트라이더가 모바일로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처폰 시절에도 적잖이 많은 게임이 출시됐으며, 스마트폰으로도 2011년 카트라이더 러쉬, 2012년 카트라이더 러쉬+가 출시됐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제대로 된 온라인 대전을 지원하지 않았던 데다가 콘텐츠도 부족해 일찌감치 서비스를 종료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온라인 플레이를 기반으로 기존 카트라이더 원작에 있었던 콘텐츠를 대거 투입해 출시됐다. 라이선스 시스템을 비롯해 스토리모드, 타임어택, 스피드 전, 아이템 전, 심지어는 마이룸 시스템도 볼 수 있다. 랭킹전이나 스피드 전의 이어달리기 모드, 아이템 전 루찌 쟁탈 모드처럼 새로 추가된 콘텐츠도 있으며, 기존에 보던 카트나 캐릭터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맵도 원작에서 있기 있었던 맵을 대거 투입했다.
콘텐츠만 보면 이식작이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래픽을 보면 원작의 리마스터에 가까울 정도로 확실하게 일신됐다. 다오, 배찌 루미 등 캐릭터들의 생김새나 움직임 표정 등이 훨씬 깔끔하고 멋지게 바뀌었으며, 카트의 비주얼 또한 몰라보게 달라졌다. 기존에는 카트가 변형되는 모습이나 부스터 사용 효과가 굉장히 심심하거나 폴리곤이 보일 정도로 투박했다면 이번 작품은 매우 부드럽고 멋진 변형을 보여준다. 비로소 카트라이더가 현세대 게임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시스템 측면에서도 모바일에 맞게 바뀐 부분이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액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전진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출발 부스터도 내가 직접 타이밍을 맞출 필요 없도록 입력 타이밍을 알려준다. 추가된 부분도 있다. 가령, 화면을 연속으로 터치하면 발동되는 터치 부스터와 두번 사용 가능한 연속 부스터, 아이템을 순서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전반적으로 조작감은 편한 방식으로 바뀌었고, 새롭게 추가된 부분도 모바일이라는 게임 환경과 잘 어우러진다.
레이싱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주행감도 원작 이상의 깔끔함을 보여준다. 원작에서 자랑하던 각종 테크닉인 커팅, 끌기, 더블 드리프트 등이 모두 구현돼 있다. 여기에 최적화 드리프트나 역방향 게이지 등 좀 더 발전된 테크닉이 더해져 다양한 방식으로 코스를 공략할 수 있다. 특히 드리프트 시 코너 안쪽으로 깊게 돌았을 때 순간적으로 붙는 가속이 더욱 빨라졌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른 체감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원작만큼 날카로운 코스 공략은 힘들지만, 원작보다 더욱 부드러운 느낌으로 카트가 미끄러지기 때문에 고속으로 코너를 도는 것이 더욱 쉬워져, 훨씬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뉴비가 고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게임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뉴비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크게 신경 쓰면서도 고수들의 기술과 실력 또한 그대로 보존했다는 것이다. 일단 고수들 입장에선 기존에 사용하던 빌드와 숏플, 뉴커팅, 톡톡이 등의 고급 기술들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어서 플레이 감각만 새로 익힌다면 PC 버전처럼 화려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미 게임 내에 많은 맵과 카트가 준비돼 있고, 랭킹전까지 열려있기 때문에 기존 고인물들은 원작보다 더 좋은 화질의 게임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초보 유저 입장에선 게임을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반가울 것이다. 무엇보다 고수들이 사용하던 각종 테크닉을 쉽게 익히고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튜토리얼과 훈련이 갖춰져 있다. 대기 화면의 '수련' 부분에서 주요 기술들을 영상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훈련장이 개방되어 있어 그 테크닉들을 즉석에서 따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매주 제공되는 커브 퀘스트를 통해서 맵별 주요 커브를 연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덤이다. 고수들의 타임 어택 플레이를 게임 내에서 실시간 리플레이로 제공하기 때문에 고수의 빌드를 보고 따라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초보가 아무리 고수들의 영상을 보고 따라 하더라도 한순간에 랭킹전에서 1등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본작에는 이를 도와주기 위한 장치가 하나 더 마련되어 있다. 바로 주행 보조 아이템인 스마트 헬멧이다. 이를 착용하면 벽 충돌 완화, 트리프트 탈출속도 증가 등의 옵션이 활성화된다. 이를 잘 활용하고 운만 좋다면 초보 유저도 스피드 전에서 고수 유저와 제법 대등한 싸움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도 고수들이 즐비한 방에서 스마트 헬멧을 착용한 유저들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밖에도 화면 밑에 내가 어떤 형태의 드리프트 기술을 사용하는지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고수 입장에서도 빌드를 외우기가 편해졌으며, 초보 유저 입장에서도 연습에 큰 도움이 된다. 게임 내 모든 시스템이 고수에겐 고수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 초보에게는 초보 나름대로의 효용이 있도록 영리하게 구성된 것이다. 덕분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배우기도 어렵고 마스터하기도 어려웠던 원작과 달리 배우기는 쉽되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이상적인 밸런스를 지닌 게임이 되었다.
완벽하지 못한 마감처리와 밸런스는 아쉬워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이토록 훌륭한 게임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자잘한 부분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시나리오 모드를 즐기다 보면 캐릭터들이 하는 대사와 자막, 입 모양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마이룸을 꾸밀 때 발생하는 프레임 저하, 한 게임에 120초가 넘게 걸림에도 별 재미가 없는 미니 게임 또한 아쉽다. 참고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맵 하나를 모두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2~3분 남짓이다.
레전드 카트와 레전드 캐릭터가 미묘하게 밸런스를 헤치는 부분도 있다. 특히 레전드 카트 중 아이템 전 전용 카트인 유니콘 카트는 카트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 일반 바나나나 지뢰를 밟아도 멀쩡하며, 물폭탄이나 물파리를 맞으면 부스터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획득하려면 꽤 큰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페이 투 윈이 은글슬쩍 게임에 편입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시리즈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다
처음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이 나온다고 했을 때, 유저들 사이에선 시리즈의 인기에만 편승한 졸작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기존 카트라이더가 이루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게임에 구현해 놓으면서 유저들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특히 카트 청정수들도 게임에 쉽게 빠져서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시리즈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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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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