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개인적으로 TV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즐겨 본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포맷이 수출돼 현지화된 복면가왕도 찾아보곤 한다. 어느 나라 프로그램이건, 하이라이트는 멋진 노래 실력을 뽐낸 복면인의 얼굴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특히나 실력을 뽐내며 오랫동안 출연한 사람일수록 얼굴이 공개됐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배가 된다.
게임계에도 얼굴이 무지하게 궁금한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첫 등장 당시부터 지금까지 늘 가면이나 복면 등을 뒤집어쓰고 맨얼굴을 철저하게 감춰 왔다. 잠깐 출연하고 말았으면 그냥 잊겠는데,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수 년, 수십 년째 나오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제발 누가 저 가면 좀 벗겨줬으면 좋겠다. 꿈에서라도 가면 한 번 벗겨 보고 싶은, 얼굴이 궁금한 캐릭터 TOP 5를 살펴보자.
TOP 5. 맥밀란 대위 – 모던 워페어 시리즈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숨은 감초이자 명품 조연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단연 프라이스 대위의 스승이자, 뛰어난 저격과 은폐, 근접전 실력을 자랑하는 맥밀란 대위가 1순위다. 사실 어느 게임에서나 주인공의 스승 캐릭터들은 죄다 멋있기 마련이지만, 맥밀란 대위가 특별히 멋진 것은 아무래도 남자의 로망인 길리수트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캐릭터여서가 아닐까 싶다.
길리수트 얘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맥밀란 대위의 실제 얼굴은 철저히 베일에… 아니, 복면에 싸여 있다. 멋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와 복면 사이로 보이는 매서운 눈빛만 봐도 엄청나게 멋진 중년일 것 같긴 한데, 끝까지 복면을 벗어주지 않으신다. 대대장으로 진급한 모던 워페어 3에서도 얼굴을 안 보여주더니, 리부트 모던 워페어에서는 수줍었는지 아예 꽁꽁 숨어버리셨다. 이래서야 프라이스 대위가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알아볼 턱이 있나! 한때 죽었다는 소문이 돈 것이 이해가 될 정도다.
TOP 4. 그리폰 마스크 – 아랑전설, KOF 시리즈
아랑전설 마지막 작품인 아랑 MOW에서 처음 등장해 KOF로 주무대를 옮긴 레슬러 그리폰 마스크. 얼핏 보면 거대한 근육과 매섭게 생긴 독수리 가면으로 인해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SNK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선한 캐릭터 중 하나다. 어째 게임 내에서는 시기와 질투를 받아서인지 새대가리 취급이지만, 실제로는 레슬링 경기 수익을 모두 어려운 곳에 기부하는 등 김갑환을 능가하는 정의의 사도다.
마음 같아서는 고향인 멕시코의 위인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지만, 아쉽게도 가면을 절대 벗지 않는지라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밥 먹을 때도 가면을 아래만 벗고 먹는다던가, 아주 가끔 가면을 벗었을 때도 카메라에 얼굴이 나오지 않는 각도를 귀신처럼 찾아다닐 정도다. 최근에는 KOF 14에서 킹 오브 다이노소어스로 분장했다는 짙은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신원 확인이 안 됐으니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알 게 뭐람.
TOP 3. 쿠로코 –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
원래 쿠로코란 가부키나 인형극 무대 뒤에서 배경이나 인형을 조작하기 위해 검은 배경과 같은 색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을 뜻하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이쇼 진죠우니, 니폰메, 쇼부!”를 외치는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의 홍기백기 심판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단순한 심판이 아니라 젊은 시절 퇴마 활동을 해 온 베테랑으로, 특기는 무려 죽은 사람 살리기! 사무라이 시리즈에서 수도 없이 죽어간 캐릭터들이 어떻게 매번 살아 돌아오는지(나코루루 제외)를 설명해 주는 캐릭터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쿠로코의 얼굴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억지로 벗기고 싶어도 격투 무대 뒷편에서 얄밉게 서 있기에 손도 닿지 않는 상황. 진 사무라이 스피리츠에서는 겨우겨우 난입 캐릭터로 등장하나 싶었지만, 사기 캐릭터급 성능으로 복면엔 손도 못 대게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참고로 그는 “평화가 오면 집에서만큼은 가면을 벗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제발 잘 때라도 복면 벗어요! 아저씨가 숨 막혀 죽으면 다른 캐릭터들은 누가 살려준다고!
TOP 2. 마스터 치프 – 헤일로 시리즈
영원한 원사님, 마스터 치프는 그야말로 헤일로의 아이덴티티와도 같다. 그가 불참했던 헤일로 3: ODST와 헤일로: 리치는 게임성을 떠나 치프가 없는 헤일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비판을 받았을 정도다. 해외 게임 행사에서 치프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등장하면 그전까지 조용하던 객석에서 약속한 듯 환호가 터져나올 정도니, 이쯤 되면 종교라 봐도 될 정도다.
마음 같아서는 성화(聖畫)라도 그려 바치고 싶지만, 아쉽게도 치프의 맨얼굴은 어릴 적 모습을 제외하면 공개된 적이 없다. 다른 캐릭터들이 헬멧을 벗고 얼굴을 공개할 때도 치프만큼은 항상 뭔가의 이유로 헬멧을 벗지 않거나 그림자 처리되기 일쑤다. 그나마 헤일로 4 말미에서 헬멧을 벗는 장면이 나오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도 눈가만 잠깐 나왔다. 언제쯤 치프님의 맨얼굴을 볼 수 있을지… 그때까지 헤일로 시리즈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설마 이것 때문에 얼굴을 숨기는 건가?)
TOP 1. 킹 – 철권 시리즈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단연 철권의 킹이다. 그의 표범 가면은 무려 대를 이어 내려오면서까지 단 한 번도 벗겨지지 않았다. 이 분야의 본좌답게, 얼굴 뿐 아니라 목소리마저도 표범에 빙의했다. 시리즈를 통틀어 제대로 된 인간의 말을 내뱉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 모든 목소리는 크릉크릉으로 통일되는데, 이게 또 의미 전달이 되는 것을 보면 미스터리다.
얼마나 가면과 혼연일체인지, 일각에서는 저 표범 얼굴이 가면이 아니라 실제 얼굴이 아니냐는 설까지 있다. 즉, 가면 캐릭터가 아닌 수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인간의 두상이라기엔 무리가 있는 장면들이 간혹 카메라에 잡히는 걸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주장에 상당히 동의하는데, 나중에라도 킹이 수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를 기꺼이 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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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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