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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바람의나라에게 원작 만화는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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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많은 이들의 유년을 함께 보냈을 ‘바람의나라’ 시작 화면 (사진출처: 넥슨 컴퓨터 박물관)
▲ 많은 이들의 유년을 함께 보냈을 ‘바람의나라’ 시작 화면 (사진출처: 넥슨 컴퓨터 박물관)

‘바람의나라’는 많은 게이머들의 유년을 함께 했을 세계 최장수 MMORPG다. 김진 작가의 원작 만화를 원작 삼아 제작된 이 게임은 1996년부터 24년째 서비스 중이며, 오랜 서비스 기간에 걸맞게 폭넓은 팬 층을 거느리며 큰 인기를 구가해왔다. 그 인기 덕인지 게임의 성공 이후 동명 뮤지컬과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이어지기도 해,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 ‘바람의나라’는 그 자체로 국산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귀감처럼 여겨진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게이머들에게 있어 ‘바람의나라’ IP는 조금 묘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게임만 봤을 때는 굳이 원작이 있을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기 MMORPG인 ‘바람의나라’는 이렇다 할 만한 스토리도 거의 없고, 하물며 원작 만화와의 연관성은 서버 이름이나 로그인 배경 이미지 말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고대 고구려라는 배경을 제외하면 대체 게임 ‘바람의나라’가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든다.

과연 게임 ‘바람의나라’는 원작과 얼마나 깊은 관계일까? 그리고 ‘바람의나라’ IP를 활용한 다양한 미디어믹스는 게임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바람의나라’, 게임과 원작 만화의 관계는 극히 적다

1996년 폐간까지 만화잡지 ‘댕기’에서 연재된 만화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TheQoo)
▲ 1996년 폐간까지 만화잡지 ‘댕기’에서 연재된 만화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TheQoo)

넥슨이 1996년부터 서비스 중인 MMORPG ‘바람의나라’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만화와 게임 사이 어떠한 연관점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둘 사이에는 이렇다 할 직접적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하나 든다. 게임 ‘바람의나라’는 실제로는 별 상관도 없는 만화를 왜 원작으로 삼은 걸까?

원작 만화 ‘바람의나라’는 1992년부터 만화잡지 ‘댕기’에서 연재돼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고구려 초기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로, 주된 내용은 고구려 3대 왕인 대무신왕의 성장과 즉위, 부여 정벌 등 역사적 사건을 각색했다. 송재경이 ‘바람의나라’ 게임을 1994년 기획해 이듬해 코딩을 시작했으니, 당시 만화는 대무신왕이 태자였던 시절 부인 연이 암살당하는 비극을 거치고 우여곡절 끝에 즉위해 부여와 전쟁을 하게 되는 대목까지 나아가 있었다.

‘무휼’의 비극적인 사랑과 상실에서 비롯되는 판타지 스토리(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 ‘무휼’의 비극적인 사랑과 상실에서 비롯되는 판타지 스토리(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만화 줄거리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다. 주인공 ‘무휼’, 즉 대무신왕은 즉위하기 전 부여에서 온 ‘연’이라는 귀족을 사랑해 아내로 둔다. 그러나 부여가 어린 아들 ‘호동’을 모종의 이유로 암살하려 드는 과정에서 ‘연’이 ‘호동’을 보호하다 살해되고, 이에 분노한 ‘무휼’은 점점 냉혹한 성품이 되어간다. 이후 왕이 된 ‘무휼’은 부여는 물론 낙랑까지 정벌하며 전쟁을 계속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명고’ 같은 역사 속 설화들이 판타지로 각색되어 전개된다.

만화 ‘바람의나라’는 이러한 줄거리 속에서 ‘무휼’을 중심으로 한 몇몇 주요 인물들의 인간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무휼’과 ‘호동’을 비롯한 몇몇 중심 인물들은 청룡과 백호 같은 신수들의 비호를 받는데, 이를 통해 특수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앙숙 관계가 되기도 한다. 즉, 역사적 사건을 충실히 그리는 것 보다는 판타지 요소를 첨가해 극적인 인간 드라마로 각색한 내용이다.

중반 이후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또 다른 비극이 전개된다 (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 중반 이후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또 다른 비극이 전개된다 (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게임 ‘바람의나라’는 이러한 원작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2008년 넥슨 ‘바람의나라’ 12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상범 전 넥슨 이사는 ‘바람의나라’를 개발한 넥슨 공동 창립자이자 개발자인 송재경이 대학 시절 원작 만화를 보며 이를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게임 내 일부 텍스트나 서버 이름, 몇몇 NPC는 원작 만화에서 그대로 따와 나름의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와 관계된 부분은 어디까지나 원작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정도에 그쳤다. 애초에 게임 ‘바람의나라’는 만화와 스토리를 맞춰 나갈 생각이 없었다. 게임이 만화를 반드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원작자 김진 작가와 이미 합의된 사항이기도 했다. 김진 작가는 ‘만화와 게임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작품 속 세계와 달리 게임 속 세계는 게이머들에 의해 재구성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바람의나라’ 1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진 작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바람의나라’ 1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진 작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왜 게임 ‘바람의나라’는 굳이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걸까? 그 이유로는 당시의 MMORPG 시장 저변에 깔린 문화적 풍토를 들 수 있을 듯하다. ‘바람의나라’가 나온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는 MMORPG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미약했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이 나름 인기 있던 소설과 만화를 원작 삼아 인지도를 빌리곤 했는데, 당시 나온 ‘리니지’, ‘레드문’, ‘라그나로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굳이 한 가지 가설을 더 들자면 개발자 송재경의 취향이다. 송재경은 머드 게임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바람의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그리고 최근 ‘달빛조각사’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존재하는 소설이나 만화를 게임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바람의나라’가 MMORPG 극초기에 나온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송재경의 취향이 훗날 다른 MMORPG들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수많은 ‘바람의나라’ 미디어믹스, 원작은 게임인가 만화인가

‘리니지’는 ‘바람의나라’처럼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이후 자체 IP 확립을 시도했다 (사진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
▲ ‘리니지’는 ‘바람의나라’처럼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이후 자체 IP 확립을 시도했다 (사진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

‘바람의나라’와 비슷한 시기 출시돼 온라인게임 부흥을 일궈낸 ‘리니지’. 둘 사이에는 다양한 공통점이 있다. 송재경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은 제외하고서라도, 만화 원작을 두었지만 실제로는 원작과 깊은 연관이 없다는 것도 같다. 그리고 게임이 원작 만화보다 훨씬 큰 인지도와 수익을 올린 점도 공통점이다. 참고로 ‘리니지’는 그러한 이유로 원작과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그렇다면 ‘바람의나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람의나라’는 원작자와 매우 우호적인 관계다. ‘바람의나라’ 미디어믹스가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전부 게임이 아닌 만화에서 파생된 작품들이다. ‘리니지’가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IP 분리를 시도해, 원작의 그림자를 최대한 지우고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음악회나 미술전 등을 개최해온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가장 초기에 시도된 미디어믹스 뮤지컬 ‘바람의나라’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같은 이름으로 여러 번 공연됐다. 매 공연마다 시나리오나 연출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은 일관적이다. 김진 작가가 초연부터 극본 각색과 작사 등에 참여했을 정도다. 그 내용도 주인공 ‘무휼’의 비극적인 삶, 부여와의 전쟁, 낙랑과의 전쟁, 호동 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 등 만화 내용을 충실히 이어받았다.

판타지 요소를 배제해 원작과의 연관성은 희박했던 드라마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KBS)
▲ 판타지 요소를 배제해 원작과의 연관성은 희박했던 드라마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KBS)

다만 게임 팬들 사이에서 뮤지컬 ‘바람의나라’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뮤지컬은 인물간 대화와 서술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춤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는 가무극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바람의나라’는 원작의 복잡한 인간 관계를 모두 담지 않고 핵심적 부분만 상징적 이미지의 가무로 연출했다. 그렇기에 이 뮤지컬은 나름의 독특한 완성도는 구축했으나 다소의 난해함 탓에 대중적 호응까지 거머쥐지는 못했다.

2004년 출간된 소설 ‘바람의나라’도 만화를 원작으로 삼기는 마찬가지다. 소설은 아예 원작자 김진 작가가 만화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인물 심리를 보다 섬세하게 묘사하고, 약간의 내용을 개정한 정도다. 다만 아쉽게도 소설은 만화책 1권에 한정되는 분량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미 만화를 본 사람이 조금 다른 서술방식으로 ‘바람의나라’ 전반부를 보다 깊이 즐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분량이 조금 짧고 구조적으로 미완의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방영한 드라마 ‘바람의나라’는 시청률 약 15.8%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에 비해 화제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원작과 달리 판타지 및 연애 요소가 적어서 괴리가 심했고, 당시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반발로 제작된 많은 고구려 배경 드라마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내용이 많이 다르기는 해도 드라마 또한 공식적으로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나라’를 원작으로 삼았다.

이렇듯 ‘바람의나라’ 이름을 달고 나온 모든 작품은 게임이 아니라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리니지’나 ‘위쳐’ 시리즈처럼 ‘만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이제 게임은 별도 IP’라는 식으로 갈라지지 않은 셈이다. 원작을 둔 많은 게임이 원작보다 성공해서 원작과 분쟁까지 겪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렇듯 원작에 큰 공을 돌리고 있는‘바람의나라’는 원작과 꽤나 훈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수많은 미디어믹스 냈지만… 우리가 ‘원작’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부 상을 수상한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부 상을 수상한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처럼 ‘바람의나라’는 만화로 시작해 게임으로, 소설로, 공연으로,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낳았다. 덕분에 ‘바람의나라’는 국내 문화산업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좋은 예로 자주 꼽히는 문화원형 콘텐츠가 됐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몇 번이나 문화체육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작품들을 보면 원작과 같은 대무신왕 이야기를 다룰 뿐 만화와 꽤 거리감이 있는 것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은 배경이 고대 고구려라는 점을 제외하면 스토리 자체가 거의 없고, 뮤지컬은 가무 연출에 집중해 원작의 스토리를 매우 축약했으며, 드라마는 아예 판타지 요소를 전부 제외해 원작과 크게 달라졌다.

게임 홍보에도 만화 캐릭터가 쓰였지만, 실제 게임에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 게임 홍보에도 만화 캐릭터가 쓰였지만, 실제 게임에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물론 만화에서 게임으로, 무대공연으로, TV드라마로, 매체가 달라지면 줄거리나 서사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바람의나라’는 미디어믹스간 간극이 다소 큰 축에 든다. 게임은 원작과 내용상 거의 관계가 없다시피 하고, 드라마는 오죽하면 다른 드라마 ‘주몽’과 비슷한 느낌이다. 심지어 드라마 제작진은 ‘주몽’에서 주몽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을 ‘바람의나라’ 무휼로 캐스팅해 두 드라마가 연관된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도 했다.

이러하니, 대체 ‘바람의나라’ IP의 실체가 무엇인지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고대 고구려 배경에 대무신왕 무휼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바람의나라’인가? 이런 모호한 모티프로는 ‘바람의나라’만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렵다. 실제 역사와 설화에 기반을 둔 만큼 비슷한 작품이 이미 여럿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바람의나라’ 플롯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결국 표절 여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채 사태가 종료되기도 했다.

이름 빼면 원작과 접점이 거의 없는 게임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넥슨 컴퓨터 박물관)
▲ 이름 빼면 원작과 접점이 거의 없는 게임 ‘바람의나라’ (사진출처: 넥슨 컴퓨터 박물관)

결론적으로, ‘바람의나라’는 원작이 있긴 하지만 원작 팬이 아니면 그 의미나 영향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게임 ‘바람의나라’가 가장 그러하다. 사실상 원작 텍스트 일부와 인물명만 따왔을 뿐, 만화 스토리나 서사가 게임에는 거의 녹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화를 보지 않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대체 ‘바람의나라’ 원작이 대체 무슨 소용인지, 굳이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조금 의아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이쯤에서 ‘원작’의 역할에 대해 약간의 고민이 든다. 과연 우리가 ‘원작’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장 떠오르는 바로는 원작에 따라 파생작 분위기나 소재, 인물, 플롯 등 다양한 면이 결정될 것이다. 일단, 최소한 특정 유명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게임에 기대하는 것이 ‘원작의 이름’만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한 점에서 ‘바람의나라’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좋은 사례라는 이야기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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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넥슨
게임소개
'바람의나라'는 1996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상용화된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극한 게임이다. 만화 '바람의나라'를 기반으로 개발된 '바람의나라'는 수만 가지의 커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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