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락스타게임즈 신작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락스타게임즈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나오기만 하면 게임 시장을 평정할 초 대작으로 꼽혔다. 특히 먹고, 씻고, 총기도 손질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사하는 방식까지 정해야 하는 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 요소가 눈길을 끌었다. 과장을 좀 보태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급으로 확장되는 이야기,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급의 창발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10월 26일, 오랜 기다림 끝에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발매됐다. 약 3일 만에 8,2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평단에서도 만점 세례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레드 데드 리뎀션 2’ 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로 게임 첫 인상은 완성도가 높은 정교한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서 조미료 없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미미한 아쉬움이 내내 가시지 않았다. 직접 서부에서 무법자로 살아가는 자유도를 기대했는데, 실제로 게임은 잘 만든 영화 한 편을 보고난 듯 했던 것이다.
▲ '레드 데드 리뎀션 2' 트레일러 (영상제공: 락스타게임즈)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진정한 오픈월드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2010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혔던 ‘레드 데드 리뎀션’ 후속작이다. 1편보다 앞선 1899년, 서부개척시대가 끝나가는 미국이 배경이다. 플레이어는 더치 반 더 린드가 이끄는 갱단의 신뢰받는 총잡이 아서 모건이 되어, 위기에 처한 갱단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도주극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아서 모건은 갱단의 의리와 자신의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 갈등하는 주인공 아서 모건 (사진: 게임메카 촬영)
‘GTA 5’에서 실력을 유감없이 뽐낸 락스타게임즈답게 ‘레드 데드 리뎀션 2’ 오픈월드 완성도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기에 충분하다. 먼저 그래픽이다. 락스타게임즈가 “처음으로 현세대 콘솔을 겨냥해서 만든 게임”이라 자부할 정도로 기술적인 발전이 도드라진다.
특히 그래픽 수준은 실제를 방불케 한다. 게임 시작 지점인 설산부터 쏟아지는 눈보라와 그 속에서 어른거리는 랜턴, 추위에 붉어진 얼굴 등을 보면 추운 날씨가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듯하다. 이후로도 광활한 초원이나 햇살이 비치는 숲 등은 바라보기만 해도 그림이 된다. 로딩 없이 각 지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다만, 현재는 HDR 기능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있다. 하루 빨리 수정한다면 더욱 뛰어난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드는 설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햇살이 비치는 게 예술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가히 ‘집착’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디테일이 게임 곳곳에 숨어 있다. 쌓인 눈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이나 진흙탕을 걸어갈 때 자국이 남는 건 기본이다. 격렬한 전투 후 옷에 묻은 핏자국이나 진흙이 묻거나, 동물 사체에 총에 맞은 흔적이 생기기도 한다. 게임 내 주요 운송 수단인 말의 배변활동처럼 굳이 필요하나 싶은 것까지도 구현했다.
▲ 쌈박질 한 번 했더니 옷이 진흙투성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소리도 서부극 분위기를 돋운다. 먼저 전투에 사용하는 총은 종류에 따라 격발음이나 장전할 때의 소리가 다르다. 이러한 점이 사격을 할 때의 손맛을 높인다. 카빈 리피터를 연사할 때 레버를 당기는 찰칵거리는 소리는 레버액션 특유의 매력을 더한다면, 샷건 종류는 묵직함이 느껴진다. 리볼버 권총에 총알을 넣을 때 들리는 금속음 역시 실감난다.
아울러 효과음 외에도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BGM이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평온할 때는 서부극 특유의 컨트리 음악이 분위기를 띄우고, 사이비 종교를 믿어 집단으로 자살한 듯한 폐가에서는 음산한 분위기가 절로 소름을 돋게 만든다. 이처럼 ‘레드 데드 리뎀션 2’ 세계는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 생활감 넘치는 노랫소리도 좋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할 일 엄청 많은 ‘서부에서 살아남기’
‘레드 데드 리뎀션 2’ 세계는 완성도가 뛰어나다. 여기에 락스타게임즈는 다양한 콘텐츠를 꽉 담아서 밀도를 높였다. 아서 모건과 반 더 린드 갱단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미션부터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벤트, 여기에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콘텐츠도 있다.
주된 콘텐츠는 ‘GTA 5’에서 익히 플레이했던 스토리 미션이다. 블랙워터 마을에서 도망치고 설산에서 살아남는 것부터 새로운 캠프를 찾아 떠나는 과정, 갱단원들과 협력해 열차를 습격하는 등, 다양한 미션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강도 사건 실패로 인해 막대한 돈과 보급품을 잃어버리고 보안관의 추적을 받는 상황에서, 가족 같은 관계였던 갱단원 사이에서 점차 갈등이 생기는 위태로운 스토리는 플레이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 갱단과 관련된 굵직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총격전 등 액션 요소도 충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 미션 외에도 다양한 서브 퀘스트가 나머지 여백을 채운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갱단원과 사냥을 가는 등의 서브 미션이 생긴다. 길을 지나가는 도중에도 갑자기 적대 세력이 다짜고짜 총질을 해서 맞서 싸우거나, 현상금 사냥꾼에게 끌려가는 사람이 죄가 없으니 구해달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여기에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돈을 벌거나 갱단 캠프에 기부하고, 희귀한 말을 포획하거나 엄청나게 강력한 전설의 동물과 맞서기도 한다.
▲ 설산에서 포획할 수 있는 희귀한 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미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지나가는 행인을 습격해서 금품을 갈취할 수 있고, 상점을 터는 것도 가능하다. 달리는 열차를 급습하거나, 마차를 뺏어 장물아비에게 넘길 수도 있다. 매번 범죄 활동만 하는 것이 피곤하다면 공연을 감상하거나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 상점을 털거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문화 활동도 즐기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콘텐츠는 게임 속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스토리 미션 중에 발렌타인의 술집에서 깽판을 쳤다면, 추후 다른 갱단원과 술을 마시러 갈 때 “내가 거기서 싸움에 휘말렸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현상범을 잡았더니 신문에 기사가 나기도 한다. 같은 미션이라도 어떻게 진행했느냐에 따라 다음에 전개되는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아서의 명예가 오르내리며 주변의 반응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 수행한 미션에 따른 결과가 바로 영향을 주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 예전에 싸움한 걸 기억하는 주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현상 수배범을 잡았더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신문 기사에 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것도 안돼? 아쉬움 남긴 자유도
이처럼 ‘레드 데드 리뎀션 2’ 오픈월드는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2017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오픈월드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2018년에는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미미한 아쉬움이 남는다. 멋지고 정교한 오픈월드를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제한이 있던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임무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임무는 ‘GTA 5’와 유사한 방식이다. 임무 지점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컷신이 나오면서 시작되고, 그 다음에는 임무에서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그런데 세세한 행동까지 지시하고, 이를 어기면 금세 게임 오버 되어 버린다. 즉, 유저가 자기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짜여 있는 대본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 미끼 위치 정돈 좀 틀릴 수도 있는거 아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예를 들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아서 모건과 한 때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사이비 교단에 홀린 남동생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남동생을 찾으러 갔을 때, 설득에 실패하면 말을 타고 벌어지는 추격전이 있다. 그런데 속도가 빠른 희귀한 말을 타고 달려도 평범한 민간인인 남동생을 따라잡을 수 없고, 포획용 올가미를 던져도 잡을 수 없다. 스크립트에 짜여 있던 것처럼 선로까지 가야 미션이 진행되는 셈이다. 여기에 권총 자살을 시도하는 동생을 막지 못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무장 해제를 시켜야 한다. 선택지에 따른 분기는 있지만, 동생을 죽음으로 밀어 넣어 사랑했던 연인과의 관계가 박살나는 등, 유저 행동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을 법한 구간이 막혀 있는 것이다.
▲ 반드시 '살려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계속해서 ‘이건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의 경우, 빌린 돈을 떼먹고 달아나려 했던 괘씸한 작자를 무법자답게 처벌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올가미로 잡아 결박한 뒤, 기찻길에 내다버리기로 했다. 혹시라도 기찻길에 놓인 사람이 살려 달라고 외치는 특별한 대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열차는 오지 않았고, NPC가 무언가 말하는 장면도 없어서 아쉬움을 느꼈다.
▲ 기찻길에 버려진 감상을 물었지만 답이 없는 그 사람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른 미션에서도 종종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어진 대본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유저의 온갖 기상천외한 행동에 일일이 적합한 피드백을 주도록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게임 무대부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까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 놓아 ‘이 세계에선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듯한 기대감을 줬다. 그러나 높아진 기대감 때문인지 막상 플레이를 해보면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자유도와 상호작용 요소에서 부족하고 답답한 면이 느껴졌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게임이라기 보다는 걸작 서부 영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실망한 부분도 있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결코 평가절하할 수 없다. 락스타게임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광활한 세계,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는 오픈월드 게임으로서의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GTA 5’에 이어 오픈월드 게임계의 금자탑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매력 포인트 자체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뛰어들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와 볼 거리로 무장한 ‘서부 영화’ 한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걸작 서부영화와 같은 매력에 집중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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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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