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국산 영화 ‘마녀’가 개봉 한 달여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신인 여주인공 원톱의 SF 장르라는 흥행 악조건 속에서 이룬 쾌거라 더욱 반가운 소식. 충무로 재담꾼으로 잘 알려진 박훈정 감독은 중세 오컬트의 상징인 마녀를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초능력자로 치환하여 현대적인 서사를 완성시켰다. 여기에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등 주조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과거에 마녀라 하면 어디 으슥한 산기슭 오두막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죽이 담긴 솥을 휘적거리다가, 창졸간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매부리코 노파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영화 ‘마녀’에서 보듯 전통적인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지는 추세다. 눈알 하나를 셋이서 돌려 쓴다거나 독이 든 사과를 주는 마녀는 이제 지겹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트렌디’하게 꾸미고 ‘힙’하게 놀 줄 아는 이색 마녀를 모아봤다.
5위. 레비아 (클로저스)
▲ 아마도 요즘이었으면 못 나왔을 캐릭터 콘셉트 (출처: ‘클로저스’ 웹사이트)
흔히 알려진 마녀는 대부분 어딘가 퇴폐적이며 음흉한 인상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 속에 숨어 정체 모를 흑마법이나 부리는 존재니까. 그러나 ‘클로저스’ 속 마녀 레비아는 도발적이기는커녕 올해의 현모양처감으로 표창해야 마땅한 양순한 미소녀다. 아, 물론 몸매와 의상은 아주 도발적이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지만 뭐 어쨌든. 지팡이를 휘둘러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하는 강자임에도 잔뜩 주눅 든 행동거지와 슬픈 표정이 묘하게 귀엽다.
이처럼 귀여운 레비아의 정체는 놀랍게도 ‘클로저스’ 세계관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 침략자 차원종. 정확히는 차원종이 남긴 알을 인간측에서 회수하여 부화시킨 존재다. 연구원들은 그녀를 실험체 취급하며 험하게 다루기 일쑤였지만, 그럼에도 레비아는 사람들을 어버이처럼 따르며 동족과의 싸움까지 불사할 정도다. 이렇게 착한 아이의 클래스가 마녀(WITCH)라니 뭔가 잘못 기제된 것이 틀림없다. 필자라면 평생 마님이라고 불러줄 텐데…
4위. 니논 (KOF 맥시멈 임팩트)
▲ '고스로리' 중화권법 마녀라니 대체 누구 발상이냐 (출처: ‘KOF’ 영상 갈무리)
마녀가 전투에 나선다면 상대와 멀찍이 떨어져 각종 해로운 흑마법을 시전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안 그래도 허약한 마법사가 여성이기까지 하니 자연스레 원거리 디버퍼(Debuffer)가 연상될 수밖에. 하지만 ‘더 킹 오브 파이터즈(KOF) 맥시멈 임팩트’에 등장하는 마녀 니논은 인형 같은 '고스로리' 미소녀이면서 흑마법에 중화권법을 접목해 싸운다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웠다. 까짓 고대신이나 외계인도 나오는 세계관이라 마녀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니논은 베아르 자매의 둘째로서 언니인 미논 역시 플레이어블 캐릭터다. 흑마법에 심취한 니논과 달리 미논은 환한 복장에 백마법을 다룬다. 성격 또한 미논이 정의의 영웅을 추구하는 반면 니논은 제멋대로 힘을 추구할 뿐이라고. 어쨌든 이들 자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맥시멈 임팩트’ 시리즈가 2편을 끝으로 후딱 망해버려서 더는 알 길이 없다. 동사의 미소녀 게임 ‘데이즈 오브 메모리즈’에도 특별 출연하니 관심 있다면 이쪽으로 꼬셔보자.
3위. 캣 (그라비티 러쉬)
▲ 이게 날고 있는 것인지 추락하는 것인지 (출처: ‘그라비티 러쉬’ 웹사이트)
지금이야 마녀가 그냥 오컬트 요소지만 중세에는 실제로 종교와 제도권이 결탁하여 엄한 여성들을 잡아들이곤 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서는, 과부가 악마와 동침해 요사스런 힘을 얻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라비티 러쉬’ 주인공 캣 역시 특출한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돕고도 감사 인사는 고사하고 반감을 사기 일쑤다. 다만 여기서 캣이 다루는 것은 흑마법이 아니라 중력 그 자체라는 것이 특징.
검은 의상을 걸치고 고양이를 사역마로 부리다니 누가 봐도 마녀지만, 일단 작중 그녀를 가리키는 호칭은 중력술사. 말 그대로 모든 물체 사이의 인력과 척력을 자유자재로 조종하여 허공을 날아다니거나 무거운 물건을 띄우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캣은 기억을 잃은 상태라 능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난다기보다는 매번 다른 방향으로 추락하는 쪽에 가깝다. 그만큼 어설픈 일면이 있고 실수도 잦지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스스럼없이 타인을 돕는 착한 마녀다.
2위. 이노 (길티기어)
▲ 사실 제대로 연주하는 꼴을 본 적이 없긴 한데 (출처: ‘길티기어’ 웹사이트)
마녀들은 평소에 어떤 음악을 주로 들을까? 그야 마녀라고 모두 같은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음험한 인상만 봐서는 데스메탈이 제격이지 싶다. 현실의 메탈 뮤지션 중에 스스로 자신이 악마나 마녀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잖고. ‘길티기어’ 주요 악역으로 활약하는 이노는 그런 콘셉트의 가수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일렉 기타를 치며 음공(音功)을 펼치는 마녀다. 이른바 통칭 붉은 악사. 다만 싸울 때 말고는 제대로 연주하는 꼴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든 것이 불명인 이노는 선천적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존재다. 그런 그녀에게 세계는 지루하고 인간들은 하등한 존재일 뿐. 그렇기에 이런저런 굵직한 사건에 개입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유희라고. 나긋나긋하고 사교성 좋은 겉모습은 위장에 불과하며 일단 한 번 흥분하면 폭언을 일삼는 사디스트의 면모를 드러내곤 한다. 어쩐지 필자는 이노가 욕을 해줄 때가 더 좋더라. 어디 업계에서는 포상이라던데…
1위. 베요네타 (베요네타)
▲ 꼭 저런 자세로 총을 쏴야 하냐고? 당연하지! (출처: ‘베요네타’ 웹사이트)
SF의 거장 아서 C.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피력한 바 있다. 확실히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RPG-7을 알라의 요술봉이라 부르는 것 보면 아서 C. 클라크의 혜안이 들어 맞은 셈이다. 하긴 0.7kg 로켓탄 한 방이면 전차든 헬기든 삽시간에 고철로 변해버리니 이게 마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여기 아예 지팡이 대신 총으로 무장한 마녀가 있다. 그것도 손에 둘, 발에 둘까지 총 네 정이나 챙긴, 이름하야 ‘베요네타’.
8등신은 족히 되는 늘씬한 몸매에 착 달라붙는 의상, 마치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듯 현란한 사격 동작이야말로 베요네타의 트레이드마크다. 이건 필자 같은 남정네들 눈요기하라고 취하는 자세가 아니라 불릿 아츠라는 일종의 비전 무술이라고. 아울러 흑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활용한 소환술도 특기인데, 평소 입고 다니는 옷도 모발을 변형시킨 거라 시전 시 자연스레 전라가 된다. 물론 연출상 중요 부위는 가리고 나오니, 괜한 기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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