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갓 오브 워' 시리즈 줄거리를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습니다.
▲ 4월 20일 발매되는 '갓 오브 워(2018)' (사진출처: PS 공식 유튜브 채널)
오는 4월 20일 출시되는 신작 ‘갓 오브 워(2018)’는 여러 면에서 주목 받는 작품이다. 시리즈 특유의 잔혹한 전투, 영화적인 카메라 연출, 진보한 레벨 디자인 등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전세계 게이머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주인공 ‘크레토스’의 행보다.
그 자체로 ‘갓 오브 워’ 상징과 같은 주인공 ‘크레토스’는 동정심과 자비심은 모두 버린 흉포한 전사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을 한 명씩 찾아가 모조리 박살낸다. 늘 권위있게 묘사되던 신과 영웅을 무자비하게 꺾어버리는 크레토스의 ‘그리스 신화 부수기’는, 플레이어에게 신화적 권위를 해체하는 묘한 짜릿함과 쾌감을 선사한다.
▲ 괴물 '퀴클롭스'를 갖고 노는 '크레토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공식 블로그)
하지만 시각적 연출에만 집중하느라 스토리를 넘기며 진행했다면, 플레이 중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크레토스’가 왜 이토록 집요하게 그리스 신화 신과 영웅을 사냥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는 왜 신과 영웅을 증오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신작 ‘갓 오브 워(2018)’에서 북유럽 신화 신과 영웅들도 '크레토스'에게 처참히 박살날 운명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갓 오브 워' 세계관을 살펴보았다.
웅장하고 잔혹한 세계관, 신화에서 답을 찾다
▲ '갓 오브 워'에 깊은 영감을 준 영화 '타이탄 족의 멸망'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채널)
2006년 GDC에서 ‘갓 오브 워’ 개발자 팀 모스가 전한 바에 따르면, '갓 오브 워'는 처음부터 소니를 위한 신규 프랜차이즈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서사적인 줄거리, 영화 같은 카메라 구도, 그리고 노골적인 난폭함이 느껴지는 '하드코어'가 이 게임의 특징이었다. 문제는 무엇과 싸워야 '하드코어'가 잘 느껴질까 하는 부분이었다. 어마어마한 힘을 분출하고, 세상이 뒤흔들리는 서사시적인 전투의 상대로 어울리는 것을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여기서 당시 '갓 오브 워' 디렉터 데이빗 자피가 택한 것이 그리스 신화였다. 자피는 스스로가 '타이탄 족의 멸망(Clash of the Titans)' 같은 그리스 신화 영화 팬이었고, 압도적 힘과 크기를 자랑하는 신과 괴물이 나오면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해외 게임매체 게임TM과 인터뷰 중 초기 '갓 오브 워' 콘셉트를 구상할 때 '폴 버호벤이나 리들리 스콧이 타이탄 족의 멸망을 감독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 '헤라클레스'를 처참히 두들겨 패는 '크레토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3' 게임 영상 갈무리)
신화를 바탕으로 만드니 또 한 가지의 이점이 있었다. 이미 유명한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 같은 영웅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하고 위대한 영웅'의 표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이 이러한 영웅들과 싸워 일방적으로 이기면 주인공이 지닌 힘은 더 막강하고 포악하게 느껴질 터였다. 그리스 신화가 본래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분위기라는 점도 한 몫 했다.
다만 그리스 신화를 원전대로 따라갈 생각은 없었다. 개발진의 의도는 어디까지나 '하드코어'가 느껴지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리스 신화는 그 느낌이 잘 들도록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실제로 자피는 원전에서 서로 관계 없는 괴물 메두사와 미노타우루스를 한 쌍으로 등장시키고, 신들의 모습과 속성을 다르게 묘사하기도 했다. 원전과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게 만드는 쪽이 게임 플레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리라 판단한 것이다.
▲ '테세우스'를 살해하는 '크레토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2' 게임 영상 갈무리)
문제는 '왜 주인공이 그리스 신과 영웅들과 싸워야 하는가'였다. 기본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신과 영웅은 잔혹하기는 해도 의롭고 위엄있는 존재들이다. 그렇다고 이에 맞선 주인공을 악당으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갓 오브 워'가 택한 방법은, 신과 영웅이 타락하여 제거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고 이야기를 비트는 것이었다.
악에 오염된 그리스 신들
▲ 태초의 신들이 벌인 싸움으로 '갓 오브 워' 세계가 창조됐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어센션' 게임 영상 갈무리)
'갓 오브 워' 세계관 초반부는 대체로 그리스 신화 외연을 그대로 따라간다. '갓 오브 워' 우주에는 신, 그리고 신을 낳은 타이탄이 탄생하기 이전, 이미 태초의 신들이 있었다. 이들은 '카오스', '우라노스', '닉스' 등 우주적인 힘이 구체화된 존재였다. 이 태초 신들이 상호작용하며 세상이 창조됐고 타이탄들과 신이 태어났다. 이 중 마지막 세대인 신들은 타이탄의 자식이지만, 세상의 지배권을 놓고 부모세대와 대립했다.
신과 타이탄이 부딪친 결과 끔찍한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에서 승리한 측은 신들이었고, 패배한 타이탄들은 처벌을 받아 다양한 종류의 고문을 받게 됐다. 여기까지는 그리스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그런데 '갓 오브 워'에서는 그 다음 신화에는 나오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다. 신들과 타이탄들의 전쟁에서 새로운 우주적 힘인 '악'이 태어난 것이다.
▲ 신과 타이탄의 전쟁은 치열했고, 그 속에서 '악'이 태어나 창궐했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어센션' 게임 영상 갈무리)
'악'은 신과 타이탄이 서로 증오하고 파괴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며 탄생했다. '악'은 우주적인 힘에 있었기에 신들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 또한 '악'에 노출된 세상 모든 것은 서로 미워하고 반발하게 되어, 마침내 서로를 파괴시키고 말았다. 신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악'은 신들도 앙심에 가득 차 서로를 죽이게 할 수 있었다.
이에 신들의 왕 '제우스'는 생긴지 얼마 안 돼 아직 미약했던 '악'을 재빨리 특별한 상자에 가둔다. '갓 오브 워'에서는 이 상자가 바로 '판도라의 상자'인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여신 '아테나'만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악'이 해방될 가능성에 늘 불안해 했고, 어디선가 '악'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인 '희망'을 구해와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숨겼다.
'갓 오브 워'는 2005년 첫 작품부터 2010년 '갓 오브 워 3'에 이르기까지, 이 '판도라의 상자'와 그 안에 봉인된 '악', 그리고 '희망' 두 힘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전개해나갔다. '판도라의 상자'가 의도치 않게 '크레토스'의 손에 열리고, 해방된 '악'에 물든 신들이 '크레토스'와 맞서게 된 것이다.
세계를 파괴시킨 주인공 '크레토스'
▲ 신들을 죽여 세계를 멸망시킨 '크레토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3' 게임 영상 갈무리)
'판도라의 상자'에 갇힌 '악'과 '희망' 두 힘이 '갓 오브 워' 줄거리의 주요 소재라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인공은 '크레토스'다. '크라토스(Κράτος)'는 본래 그리스 신화에서 권세가 의인화된 하급신 다이몬(δαίμων)이지만, 게임 '갓 오브 워'에는 원전과 무관한 스파르타의 전사이자 제우스의 자식인 반신으로 등장한다.
스파르타 전사이자 반신인 '크레토스'는 모종의 사건을 통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총애받는 투사가 된다. 문제는 '아레스'가 비밀리에 '제우스'에 대한 반역을 획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레스'는 '제우스'에 대항한 궁극 인간병기를 키우고자 했고, '크레토스'를 그 후보로 삼았다. 또한 병기에게 인간성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아레스'는 '크레토스'를 미치게 만들어서 자기 아내와 딸을 스스로 살해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 '크레토스'는 '아레스'를 죽이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게임 영상 갈무리)
그러나 자기 손으로 가족을 죽인 참혹한 사건은 '크레토스'로 하여금 '아레스'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후 '크레토스'는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다 마침내 '아레스'가 반역을 일으키자 '아테나'와 계약을 맺게 된다. 계약 내용인즉, '아레스'를 막아주면 자기 가족을 죽인 기억과 죄책감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크레토스'는 여신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판도라의 상자'를 찾고, 이 상자에서 얻은 힘으로 '아레스'를 살해한다.
'크레토스'가 '아레스'를 죽일 힘을 얻고자 '판도라의 상자'를 열자, '악'이 해방됐다. '악'은 강한 숙주를 찾아 우선 올림푸스 산으로 올라갔고,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존재인 '제우스'에 깃들었다. '악'에 물든 '제우스'는 잔인하면서도 피해망상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다.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를 비롯한 일부 신을 내치고, 새로운 전쟁의 신으로 등극한 아들 '크레토스'에 대해서도 적개심을 드러낸다.
▲ '악'에 물든 '제우스'는 증오심과 피해망상으로 '크레토스'를 제거하고자 한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3' 게임 영상 갈무리)
이후 줄거리는 '악'에 물들고 광기에 사로잡힌 신을 '크레토스'가 올림푸스 정상까지 올라가 하나씩 처치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다만 여기에 하나 문제가 뒤따르는데, 타락했어도 신은 여전히 세상만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크레토스'가 신을 한 명 처치할 때마다 세상의 자연법칙이 무너지고 온갖 재앙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혼란은 '크레토스'가 '제우스'를 살해할 때 정점에 달한다. 태양은 빛을 잃고, 하늘은 먹구름과 벼락으로 뒤덮이며, 바다에는 회오리바람과 폭풍이 몰아친다. 모든 식물이 말라죽고 벌레 떼 창궐하여 세상을 휩쓰는 데다, 망자들의 혼이 저승에서 올라오기까지 한다. 게다가 '제우스' 죽음으로 '악'은 숙주를 나와 온 세상에 퍼지게 된다.
▲ 스스로 희생해 자기 영혼에 깃들었던 '희망'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크레토스' (사진: '갓 오브 워 3' 게임 영상 갈무리)
하지만 그 순간 '크레토스'는 '아레스'를 처치하기 위해 상자를 열었을 때 '아테나'가 숨겨둔 '희망'이 지금껏 자신에게 깃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 힘 덕분에 '악'의 숙주가 된 '제우스'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분노할 대상도 없고, 자기 손으로 가족을 죽였던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던 '크레토스'는 마지막으로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을 행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에 '희망'을 퍼뜨린 것이다.
'크레토스'의 죽음과 함께 그의 혼에 깃들어 있던 '희망'은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 이미 파괴된 세상이지만, '크레토스'의 희생으로 다시 한 번 생명이 싹틀 수 있는 희망이 남은 것이다.
파괴자에서 보호자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갓 오브 워'
▲ 신을 죽이면 결과가 따르니 죽이지 말라고 훈계하는 '크레토스' (사진출처: P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곧 발매될 '갓 오브 워(2018)'은 모종의 사건으로 그리스 신화 세계를 뒤로 한 채 북유럽 신화 세계에서 아들을 키우게 된 '크레토스'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 제목이 '갓 오브 워 4'가 아닌 '갓 오브 워(2018)'인 이유도 그리스 신화 세계를 넘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크레토스' 이야기임을 시사한다. 여기서 '크레토스'는 아들을 통해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고, 과거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뒤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이야기에서도 '크레토스'가 청산하지 못한 그리스 신화 세계의 이야기는 계속 따라올 것으로 짐작된다. '갓 오브 워 3'에서 채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남았을 뿐더러, 공개된 '갓 오브 워(2018)' 스토리 영상에서도 그리스 신화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크레토스'가 후회하거나 의식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크레토스'는 아들인 '아트레우스'에게 "신을 죽이면 대가가 따른다"라며 훈계를 늘어놓기까지 한다.
아직 스토리에 대해 공개된 것이 적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북유럽 신화 세계까지 왔고, 어떻게 아들까지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리스 신화 세계의 파멸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신 살해를 자의로 저지르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특히 신들의 죽음이 세상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 신보다 고등한 존재로 화한 '아테나'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3' 게임 영상 갈무리)
다만,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과거의 원한관계는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예 중 하나가 '갓 오브 워 3' 흑막이었던 '아테나'다. '갓 오브 워 3' 막바지에 흑막 '아테나'는 '크레토스'를 이용해 '제우스'를 죽이고 자신이 새로운 세계의 통치자가 될 야심을 품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비록 그 야망은 '크레토스'가 희생해 세계에 '희망'을 퍼뜨리며 수포로 돌아갔지만, '아테나'는 어디론가 떠나갔을 뿐 완전히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갓 오브 워(2018)' 디렉터 코리 발록은 트위터에서 '아테나'가 다시 등장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갓 오브 워(2018)'로 접어들며 '크레토스'의 이야기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과거에는 자기 복수를 위해서라면 세계의 파멸도 불사했던 '크레토스'가, 이제는 아들과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아테나'와 같은 야심가들에 맞설 것으로 예상되니 말이다.
▲ 그리스 신화 세계의 파멸로 깨달음을 얻고 새 사람이 된 '크레토스' (사진출처: '갓 오브 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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