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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꽃 꺾으면 허리 접어버린다? 게임 속 깡패 식물 TOP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이다. 심을 식(植) 나무 목(木), 말하자면 나무를 심는 날인데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애초에 편의점에서 묘목을 파는 것도 아니고 쉬게 해주지도 않는데 뭔 수로 나무를 심나? 참고로 식목일은 지난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아직도 포털 검색 자동 완성에는 ‘식목일 공휴일’, ‘식목일 쉬는 날’, ‘식목일 출근’이 뜬다. 우리 국민들이 정말로 나무를 심고 싶은가 보다.

당초 정부가 식목일을 제정한 배경은 애림사상을 고취시키는데 있다.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가 아니라 애림(愛林), 즉 숲을 사랑하라는 것. 그러니 부득불 나무를 심기 어렵다면 화단에 물을 주거나 길가에 풀잎이라도 쓰다듬어주자. 그리고 꽃이 예쁘다고 함부로 꺾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이런 날 식물에게 모질게 대했다간 깡패 같은 나무들이 어깨동무를 걸어올지도 모른다. 나무가 뭐가 무섭냐고? 지금부터 보면 안다.

5. 마오카이 (리그 오브 레전드)

묘목을 참 강하게 키운다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 묘목을 참 강하게 키운다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뒤틀린 나무 정령 마오카이는 본래 온화한 숲의 수호자였다. 태고적부터 살아온 그는 드넓은 토양을 일구고 수백 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오만한 인간들이 숲 깊은 곳까지 들이닥쳤고, 끝내는 그들의 왕이 죽은 아내를 소생하고자 마오카이가 관리해온 생명의 샘물을 탐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야기가 다 그렇듯 왕비는 멀쩡히 되살아나지 못했으며 한때 푸르렀던 대지만이 일그러진 망자의 소굴로 전락했다.

다행히 마오카이는 워낙 강력한 나무 정령인지라 망자가 되지는 않았으나, 생명의 본질이 크게 훼손돼 아름답던 꽃장식은 시들고 사지까지 뒤틀렸다. 사람으로 치면 잘나가던 아이돌이 피폭을 당하더니 필자 같은 몰골이 된 꼴. 이제 마오카이에게 남은 열정이라고는 숲을 망치는 자에게 문답무용으로 덤불 주먹을 날리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성 아니 목(木)성도 뒤틀렸는지, 자기 새끼 같은 묘묙을 폭탄 대신 던져버리는게 아닌가.

4. 쟈보텐더 (파이널 판타지)

멍청한 표정에 방심했다가 전멸 당할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멍청한 표정에 방심했다가 전멸 당할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사보텐더는 모그리, 초코보와 함께 ‘파이널 판타지’하면 떠오르는 마스코트다. 겉모습은 그냥 멍 때리는 선인장인데, 팔다리 동작이 마치 하켄크로이츠를 닮아 사상이 의심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스크린샷으로 보면 마치 달려가던 도중에 찍힌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켄크로이츠 자세 그대로 콩콩거리며 움직인다. 얼빠진 모습만큼이나 별 것 아닌 상대로, 시리즈 대대로 방어력이 엄청난 대신 HP가 바닥을 치는 것이 특징.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가끔씩 집채만한 선인장과 조우했을 때다. 평범한 사보텐더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목 쟈보텐더는 크기만 커진 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보스 몬스터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한다. 특유의 높은 방어력에 더해 HP도 빵빵하고 수틀리면 침 수천개를 난사해 아군 파티를 전멸로 몰아넣는다. 이 녀석은 주로 사보텐더를 일정 수 이상 사냥하면 나타난다니까, 괜히 마주치고 싶지 않다면 선인장 한 그루도 함부로 훼손하지 말자.

3위. 뻐끔왕 (슈퍼 마리어 브라더스)

무슨 인어공주도 아닌데 뿌리 대신 다리가 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무슨 인어공주도 아닌데 뿌리 대신 다리가 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어릴 적 ‘슈퍼 마리오’를 즐겼다면 안젤리나 졸리 급 입술을 지닌 뻐끔플라워를 기억할 것이다. 토관에 웅크리고 있다가 지나가던 마리오 엉덩이를 덥석 물어버리는 골치 아픈 식인 식물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마리오 처치 횟수를 세보면 대마왕 쿠파보다 뻐끔플라워가 더 많지 않을까. 품종에 따라 불덩이를 뿜거나 독을 뱉기도 하는데, 새빨간 머리와 뾰족하게 돋아난 이빨이 징그러운 듯 하면서도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다.

보통 뻐끔플라워는 토관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보스 몬스터 뻐끔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면에서 쏙 빠져나온 뻐끔왕은 앙증맞은 두 다리 사이로 땡땡이 팬티를 걸쳤다. 덩치는 또 어찌나 큰지 마리오 형제쯤은 한 입에 삼켜버릴 정도. 다행히도 지능만큼은 여전히 식물 수준인지라 공격 패턴이 단순하다 못해 몸개그로 보일 지경이다. 그래도 나름 ‘마리오 카드’에 나온 적도 있고 ‘마리오 골프’, ‘마리오 테니스’서도 활약하는 만능 스포츠트리라는 거.

2위. 저주를 품은 거목 (다크 소울)

나무에게 왜 X알이 달렸는지 의문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 나무에게 왜 X알이 달렸는지 의문 (사진출처: ‘다크 소울’ 공식 홈페이지)

‘다크 소울’은 온 세상 치명적인 것이 다 모여 있는 게임이다. 여기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수도 시궁쥐조차 모험가를 화톳불로 강제 송환시킬 수 있다. 이런 미쳐버린 세계에서는 길가에 흔한 가로수조차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특히 불사자의 거리에 자리잡은 ‘저주를 품은 거목’은 한 그루의 당당한 보스 몬스터로 위용을 뽐낸다. 잎사귀 하나 없이 이끼만 가득한 모습이 일견 추레하지만 그 안에는 섬뜩한 망자의 팔이 숨어있다.

‘저주를 품은 거목’ 자체는 ‘다크 소울’의 내로라하는 보스 몬스터 중 쉬운 축에 들지만, 등장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이즈음 허접스런 장비를 걸친 모험가는 거목의 몸통 박치기 한방에 ‘유다희’양과 만나 언인스톨을 고민한다. 그럴 때는 칼도 잘 안 드는 겉껍질 말고 뿌리 사이에 매달린 알들을 박살내자. 대체 왜 나무가 사타구니 부근에 알을 달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성 플레이어들은 이걸 깰 때마다 함께 괴로워한다 카더라.

1위. 정원 공포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까마귀 군주와 함께 꿀잼의 상징이다 (사진출처: ‘히오스’ 공식 홈페이지)
▲ 까마귀 군주와 함께 꿀잼의 상징이다 (사진출처: ‘히오스’ 공식 홈페이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호드 대족장부터 프로토스 신관, 성스러운 천사와 불타는 악마, 사이버 닌자와 프로게이머 겸 여군까지 블리자드 영웅이 총출동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이 뒤죽박죽 시공의 폭풍에도 비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가 있다. 밤그늘 여왕의 명령에 따라 괴식물들을 처치하고 씨앗을 모으면 본진에서부터 거대한 ‘정원 공포’가 자라난다. 굵직한 넝쿨이 근섬유처럼 뒤엉키고 꽃봉우리에선 눈알이 튀어나와 적을 응시한다.

재미있는 점은 플레이어가 직접 여기에 탑승해 움직인다는 것. 도대체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친환경 로봇인 셈이다. 어쨌든 한번 개화한 정원 공포는 포탑 하나 둘 정도는 가볍게 박살내는 위력을 발휘한다. 함부로 접근하는 상대는 저주를 내려 괴식물로 변신시키고 넝쿨을 뻗어 방어선을 일시에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대족장이고 신관이고 얌전히 밤그늘 여왕 밑으로 들어가 정원이나 가꿔야 하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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