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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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솔 기기 경쟁을 보면 누가 더 최신 기술을 발빠르게 적용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합니다. VR이나 MR, 모션인식, 4K 화질, HDR 등 다양한 기술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특히나 소니와 MS의 경쟁을 보면 이러한 최신 기술 경쟁이 특히 와닿습니다. 불과 수 년 새 콘솔 기기 레벨이 두세 단계는 오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가운데 닌텐도 행보는 유난히 눈에 띕니다. 지난 18일, 닌텐도는 스위치용 주변기기 ‘라보(LABO)’를 발표했습니다. 뭔가 신기술이 적용된 하이테크 제품을 기대했지만, 그 정체는 무려 골판지를 이용한 DIY 제품! 직접 조립한 컨트롤러에 스위치와 조이콘을 끼워 다양한 체감형 게임을 즐긴다는 콘셉트의 주변기기(기기라고 하기도 애매하긴 하지만)입니다. 많은 이들이 ‘라보’를 보고 ‘역시 닌텐도’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도 기발하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진정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창의적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닌텐도가 1980년대 이래 쭉 추구해 왔던 개발 방향이기도 합니다. 다른 업체들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수직적 사고’에 집중할 때, 닌텐도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수평적 사고’를 고수해 왔거든요. 보편화된 기술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닌텐도 철학은 전자계산기 액정으로 만든 닌텐도 최초 휴대용 게임기 게임&워치부터 패미컴, 게임보이, NDS, Wii, 스위치에 이르기까지 약 40여년 간 이어져 왔고, 이번 ‘라보’ 역시 그 일환입니다.
게임메카 ID ekphoto 님은 “역시 닌텐도... 이런 창의력은 일본이나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울 듯. 게임 경험이 더욱 풍성해져 가는 느낌이네요” 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SNS 상에서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완벽한 결합 사례', '게임과 현실이 무너진다', '스위치를 살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문화의 시작점이었던 종이로 문화의 정점을 느낀다’ 같은 호평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켠에서는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시도라는 건 인정하지만, 단순 일회성 제품이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흥미롭긴 하지만 상업성은 없을 것 같다’, ‘내구도가 불안하다’, ‘골판지일 뿐인데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닌가’ 라는 SNS 댓글들이 이를 대변합니다. 게임메카 ID yukj 님 역시 "이거랑 옛날에 나온 치킨박스로 만드는 VR이랑 다를게 뭐지? 신기해 보이긴 하는데 거기서 그칠 듯”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직까지 ‘라보’를 실제로 접해보지 못 해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지만, 재미있는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닌텐도의 이러한 자유로운 사내 문화와 추진력, 여유가 부럽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명작 게임은 시중 진지한 분위기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오거든요. 국내 게임업계에도 이런 문화가 도입돼 보다 재미있는 시도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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