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모바일게임이 시장 주류로 자리매김한 후 가챠(ガチャ, 확률형 아이템)는 아주 일상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이제는 어떤 게임에서든 내용물도 모르는 제품을 당연하다는 듯 돈 주고 사고 팔아요. 이러한 과금 유도에 크게 괘념치 않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아주 진저리를 치며 게임을 접어버렸다는 원성도 적잖이 듣습니다.
지금처럼 대대적이지 않다 뿐이지 가챠 자체는 예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수익화 방식입니다. 문방구 앞에서 100원 넣고 돌리던 뽑기나 ‘유희왕’ 카드팩, 빵 봉지에 숨겨진 ‘포켓몬’ 스티커도 일종의 가챠라 할 수 있죠. 조심스레 깐 팩이나 봉지에서 희귀한 보상이 떨어졌을 때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물론 여기에 너무 몰입하면 안되겠습니다.
어쨌든 아예 안 산다면 모를까 일단 투자를 했다면 본전 뽑고픈 것이 사람 심리. 기자도 매일같이 5성, SR랭크, 전설카드 같은 일확천금을 노리며 가챠를 돌립니다. 그래 봐야 대부분 폐지만 한 무더기 쌓이는데, 가끔 그 중에서도 진짜 참아주기 힘든 것들이 있죠. 오늘은 뭇 유저의 지갑과 멘탈을 괴롭히는 요주의 ‘꽝카드’ 다섯을 모았습니다.
5위. 야오 페이페이(아이마스 신데렐라 걸즈)
▲ 아이돌 기숙사는 수많은 '페이페이'를 희생시켜 지어졌다는 소문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프로듀서가 되어 훌륭한 아이돌을 길러내는 ‘아이돌마스터’도 엄연히 꽝카드가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미소녀를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캐릭터에 매겨진 등급이랑 능력치를 무시할 수 없거든요. 소녀들의 열정과 별개로 타고난 재능에 따라 가치가 엇갈리는 점이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그리하여 아이돌로서 매력과 뛰어난 능력치를 겸비한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열심히 가챠를 돌려야 하는 것이죠. 전성기에는 ‘신데렐라 걸즈’ 월 매출이 수백억 이었다니 뭇 프로듀서의 노고가 대단합니다. 그런데 계속 가챠를 뜯다 보면 어쩐지 한 소녀가 유독 자주 보이는 듯해요. 바로 차이나 드레스와 만두머리가 특징인 홍콩 소녀 ‘야오 페이페이’입니다.
‘야오’는 체감상 엄청난 등장 빈도를 자랑하는 주제에 성능은 레어 아이돌 중 최하위입니다. 하필 이름도 ‘페이페이’라 활짝 웃으며 손을 펼치는 일러스트조차 페이(Pay, 지불하다)를 요구하는 듯한 찝찝함을 불러일으키죠. 이에 깊은 분노를 넘어 해탈의 경지에 이른 유저들 사이에선 그녀가 뽑힐 때마다 “페이페이다요!”라고 외쳐주는 문화가 자리잡았답니다.
4위. 엑스 레이더(유희왕 듀얼링크스)
▲ 급속한 파워 인플레에 휩쓸려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엑스 레이더'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TCG는 서비스가 장기화될수록 카드가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룰이 복잡해지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카드팩을 판매해야 하기에 점점 더 강력한 신규 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죠. 그 결과 모든 면에서 쓸모가 없어진 옛 카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기 마련. 이러한 병폐가 특히나 심한 작품으로 ‘유희왕’이 있습니다.
멋들어진 도끼가 인상적인 ‘엑스 레이더’는 본래 ‘유희왕 듀얼링크스’에서 각광 받는 카드였습니다. 4레벨 몬스터라 소환하기 쉬우면서도 공격력은 1,700으로 준수했거든요. 게임 초창기만 해도 이만하면 어지간한 방어는 돌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덕분에 ‘울티메이트 라이징’ 카드팩에 울트라 레어 등급으로 책정될 만큼 고평가를 받았죠.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같은 4레벨 몬스터 ‘아나페레라’나 ‘다크 스워드’처럼 완벽한 상위 호환이 속속 등장했다는 겁니다.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격력 하나 보고 쓰던 ‘엑스 라이더’는 완전히 묻혀버렸죠. 그런데도 여전히 ‘울티메이트 라이징’에 울트라 레어로 남아있어 다른 가치 있는 카드를 뽑지 못하도록 막는 지뢰가 돼버렸습니다.
3위. 밀하우스 마나스톰(하스스톤)
▲ 그래도 능력치는 괜찮은 편이라 어떻게든 써보려다 봉변을 당하죠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하스스톤’ 카드 등급은 일반-희귀-영웅-전설 순으로 높아집니다. 당연히 최고 등급인 전설 카드는 뛰어난 성능만큼이나 입수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1,500원 정도 하는 카드팩을 마흔 개는 내리 까야 하나쯤 쥐어볼까 말까 하죠. 따라서 고생 끝에 뽑은 전설 카드가 꽝이라면 그 충격과 공포는 여느 등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전설 카드는 보통 이름값을 하는지라 챙겨둬서 나쁠 게 없습니다. ‘밀하우스 마나스톰’만 아니라면 말이죠. 이 노움 마법사는 만화 ‘심슨가족’에 나오는 살짝 모자란 친구 ‘밀하우스’ 패러디인데 아니나 다를까 카드 효과가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 카드를 낸 후 다음 차례에 상대가 시전하는 모든 주문의 비용이 0이 되거든요.
‘하스스톤’은 메 차례마다 마나 수정이 하나씩 늘어나서 후반이 될수록 고비용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마나가 8~10씩 드는 마법은 단숨에 전황을 뒤집을 정도로 막강하죠. ‘밀하우스’가 초반에 등판했는데 혹시라도 상대가 그런 마법카드를 쥐고 있었다면 게임 시작과 동시에 명치가 터져나가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2위. IDW(소녀전선)
▲ 저 표정은 마치 "그리즐리를 기대했냥? 유감이지만 IDW다냥!"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소녀전선’은 실제 총기를 적절히 미소녀화한 모바일게임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뒀죠. 총기 미소녀인 전술인형은 가챠를 돌린다고 바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특정한 제조시간이 필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걸리는 시간만 봐도 대강 뭐가 나올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제조시간이 동일한 전술인형도 몇 있는지라 완전히 안심할 순 없습니다.
가령 ‘그리즐리 Mk V’와 ‘IDW’는 제조시간이 1시간 10분으로 같지만 취급은 천양지차에요. 최하 등급인 2성 ‘IDW’는 직접 굴리기에도 뭐하고 재료로도 쓸 데가 없는 꽝카드입니다. 심지어 더 성능 좋은 전술인형이 레벨업 보상으로 주어지니 더더욱 가치가 떨어지죠. 이 녀석의 모델이 된 실제 총기도 실패작이었는데 쓸데없이 고증이 훌륭하군요.
사실 이런 게임이 다 그렇듯 어차피 하위 등급은 태생적으로 4~5성 전술인형의 들러리 신세입니다. 그럼에도 유독 ‘IDW’가 거슬리는 이유는 ‘~냥’ 말투와 성우의 지나친 호연이 어우러진 청각 테러급 음성 때문이에요. 성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제조 때마다 귓전을 때리는 “IDW다냥!”이란 소리가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1위. 예언형 멀린(확산성 밀리언아서)
▲ 미소녀 카드라도 참아줄까 말까한 성능인데 아이고 할배요...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예언형 멀린’은 가히 꽝카드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확산성 밀리언아서’는 안 해봤어도 “님카멀(님 카드 멀린)”이란 유행어는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하죠. 카드 성능이 워낙 처참한데다 등장 빈도도 높았던 탓에 다른 유저를 저주하거나 이미 ‘예언형 멀린’을 뽑은 사람을 놀려주던 표현이 유행어로 굳어진 겁니다.
대체 어떤 카드길래 이렇게 미움을 받을까요? 일단 카드를 살펴보면 3성 레어 등급에 공격력 1840, 생명력 1990으로 부실한데다 이외에 어떠한 스킬도 없습니다. 괜히 등급만 높아가지고 최소 레어카드를 주는 유료 가챠에서 갑자기 튀어나올까 노심초사하게 되죠. 덱에 ‘멀린’이 쌓여갈수록 이마의 주름은 깊어지고 지갑은 야위어만 갑니다.
‘멀린’의 폐해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단순히 성능이 문제라면 애정으로라도 쓰겠지만 ‘멀린’은 메인 스토리 주요 악역, 그것도 비열하게 생긴 노인이라 전혀 호감이 안가요. 이 카드와 함께 3대 꽝카드로 꼽히는 ‘녹색의 기사’와 ‘선발의 기사’가 최소한 일러스트는 괜찮은 것과 대비됩니다. ‘확밀아’ 서비스 종료는 어쩌면 ‘멀린’을 뽑은 유저들의 원혼이 쌓인 결과…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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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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