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며 기온이 날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불볕더위만 해도 죽겠는데 장마전선이 북상하며 습기까지 가득 찼어요. 사무실에서야 에어컨느님의 가호로 그럭저럭 버텨보지만 외출이라도 했다간 몸은 천근만근에 짜증이 치솟습니다. 이럴 때는 가능한 활동을 최소화하고 선풍기 앞에서 게임이나 즐겨야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장르나 손댔다가는 되려 불쾌지수가 폭발하며 죄 없는 키보드를 작살낼지도 모릅니다. 유저 ‘멘붕’ 시키는 다섯 게임, 조심 또 조심!
5위. 엑스컴
▲ 이것이 엑스컴 최정예 요원의 사격 실력! 가라, 더 강해져서 돌아와라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유저를 ‘멘붕’시킨다는 점에서 ‘엑스컴’은 참으로 훌륭한 리부트 사례입니다. 94년도 원작과 이를 계승한 2012년작 모두 외계 침략자에 맞선 특수부대의 활약을 그린 턴제 전략게임으로 아주 일관되게 피가 거꾸로 솟는 고통스런 난이도를 보여줘요. 일반적인 액션 게임은 막 절체절명이라 떠들면서도 실상 여유롭게 외계인을 쓸어버리지만 ‘엑스컴’은 임무에 투입된 요원 한 둘쯤은 예사로 죽어나갑니다.
이게 무슨 ‘스타크래프트’ 유닛마냥 요원을 뽑아내는 것도 아니고, 사선을 넘나들며 정성스레 길러낸 정예 중의 정예가 한번 쓰러지면 그대로 전사하죠. 죽지 않도록 최대한 잘하려 해봐도 ‘엑스컴’은 확률이 사람을 가지고 놀아요. 명중률 99%의 아군 사격이 빗나가고 그보다 훨씬 낮은 확률의 반격에 얻어맞아 뻗어버릴 때면 진짜 함께 드러눕고픈 심정입니다. 수십 번씩 로드하고 나면 그냥 외계인이 지구를 지배하게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4위. 마계촌
▲ 저 튼튼해 보이는 값옷이 공격 한 방에 팬티만 남기고 박살난다니요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지금이야 찾아보기도 힘든 80년대 작품이지만, 혹여 고전을 즐긴다면 ‘마계촌’에 주의하시라. 그 시절 게임이 대체로 불친절함을 참작하더라도 ‘마계촌’의 악랄한 구성은 뭇 유저를 ‘멘붕’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게임 자체는 기사 ‘아서’가 마물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간단한 횡스크롤 액션인데, 문제는 주인공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많이 부실해요. 찌르라고 만든 랜스를 집어 던지는 공격 방식부터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오죠.
옆 동네 배관공 형제는 펄쩍펄쩍 잘도 뛰어다니는데 이 녀석은 갑옷이 무거운지 점프 성능이 매우 떨어집니다. 높이가 낮고 조작감도 최악. 거기다 초기작에선 상하 공격조차 못해서 근접한 적을 공격하려면 열심히 도망쳐야 했어요. 그럴싸해 보이는 갑옷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는지 일격에 모조리 벗겨지고, 한 방만 더 맞아도 요단강을 건너죠. 이를 악물고 동전을 더 투입하더라도 그 자리가 아닌 시작점에서 부활하는 ‘아서’를 보며 절규하게 될 겁니다.
3위. 록맨
▲ 하나도 버거운데… 선풍기처럼 생긴 녀석이 바로 악명 높은 '에어맨'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록맨’은 소싯적 게임패드 여럿 부숴먹게 만든 유서 깊은 ‘멘붕’ 제조기입니다. 시리즈 초기작을 안 해봤다면 귀여운 외관에 속아 평범한 로봇 소년의 활극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은 피도 눈물도 없는 하드코어한 게임성으로 가득 차 있죠.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서 조작감은 그리 나쁘지 않아요. 이보다 조작이 끔찍한 게임이야 당시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럼에도 ‘록맨’이 죽도록 어려운 이유는 주인공도 보스도 아닌, 스테이지 그 자체에 있습니다.
점프해서 올라가야 할 장소에는 어김없이 포탄이 날아들고, 위태로운 발판에 서있으면 어디선가 비행체가 급습합니다. 물론 잘못 부딪혔다간 그대로 추락사죠. 뭐랄까, 졸병들이 강하진 않은데 위치선정이 너무 절묘해서 짜증을 유발해요. ‘록맨’에서 스테이지란 보스를 만나는 과정이 아닌 그 자체로 시련입니다. 그렇다고 보스가 만만한 것도 아니라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란 노래가 유행할 정도. ‘록맨’이 동그란 파동을 남기며 터져나가던 모습이 잊혀지질 않네요.
2위. 다키스트 던전
▲ 벌써 모험가 한 명은 멘붕 온 모양입니다, 던전의_흔한_헬팟.jpg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드코어 게임은 욕 나오게 어렵지만 그만큼 짜릿한 긴장과 성취감을 줍니다. 이런 강렬한 자극에 심취한 마조히스트스러운 유저가 십시일반 모금하여 제작한 작품이 바로 ‘다키스트 던전’. 당연히 선량한 캐주얼 게이머라면 얼씬도 해선 안되겠죠? ‘가장 어둡다’는 제목처럼 주요 콘텐츠는 던전에 들어간 모험가들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나 보는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목적이긴 한데 아무리 봐도 그건 불가능해요.
평범한 게임이라면 까짓 던전쯤은 문 박차고 들어가서 마법을 난사한 뒤 어디 전설 아이템 안 떨어졌나 뒤지는 그런 곳이죠. 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온갖 사나운 마물이 우글거리는 춥고 음습하고 배고픈 장소입니다. 여기에 스트레스 수치라는 것이 있어서 부상을 입거나 공포에 직면하면 무기력해지고 심할 경우 정신이 나가버려요. 망할 상태이상은 무작위로 걸리는지라 대처할 수가 없죠.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달하면 그 모험가는 즉사입니다. 즉사!
1위. 다크 소울
▲ 음… 저 그냥 돌아가면 안될까요? 벌써부터 유다희양이 보입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유저 ‘멘붕’시키는 게임의 최고봉이라면 역시 이거죠. ‘다크 소울’은 하드코어 게임이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을 넘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캐릭터 능력치가 아닌 유저의 컨트롤이 성장해야 하는 고난이도 전투. 부활할 때 모든 경험치를 잃는데다 마물까지 함께 되살아나는 극악한 전개. 길 잘못 들면 지옥이 펼쳐지는 난해한 구성. 모든 공격이 치명타로 이어지는 압도적인 보스까지. 이런 게임이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참.
진짜 어찌나 교활하게 덫을 쳐놓았는지 갑작스레 찔러오는 창을 막는 동시에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며 안도하는 찰나 절벽으로 떨어져 사망합니다. 유저들이 얼마나 자주 죽었으면 게임오버 시 출력되는 ‘YOU DIED’ 문구에 정이 들어가지고 ‘유다희’양이라 부르며 반가워할 정도입니다. 이 지경에 이르면 살짝 무섭네요.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멘붕’하면서까지 ‘다크 소울’을 즐기는 이유는 게임의 만듦새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겠죠. 아니면 설마 다들 마조히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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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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