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국내에서는 우익 성향 논란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함선을 미소녀로 의인화한 일본 웹게임 ‘함대 컬렉션(かんたいこれくしょん)’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기를 의식한 탓인지 ‘함대 컬렉션’의 뒤를 이어서 무기를 미소녀로 의인화한 게임이 최근 여럿 나오고 있다. 6월 1일에 출시된 펀플웍스의 모바일 RPG인 ‘완소여단(중국어판 소소군기)’도 그 중 하나다. 다시 말해 ‘완소여단’은 ‘함대 컬렉션’과 비슷한 게임이다.
‘완소여단’은 ‘함대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미소녀 콘셉트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RPG다. 성장과 수집중심의 RPG를 바탕으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가미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미소녀 캐릭터를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전차, 전투기, 대공화기 등의 무기를 의인화한 것으로, 소위 이야기하는 ‘밀리터리 오타쿠(이하 밀덕)’ 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완소여단’은 이러한 ‘함대 컬렉션’의 성공요소를 다수 차용했을 뿐 게임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는 다소 허술하다는 느낌이다.
▲ RPG로서는 특별한 점 없는 자동전투 게임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우선 ‘완소여단’의 기본적인 게임은 여느 모바일 RPG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우선 캐릭터는 상성상 물고 물리는 다섯 클래스인 ‘대전차’, ‘전차’, ‘자주포’, ‘전투기’, ‘대공포’로 나뉜다. 전투 필드는 각각 3x3칸으로 배정된 아군과 적 진영으로 구분되며, 양측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맞은편에 있는 적을 우선적으로 공격한다. 따라서 전투 시작 전에 유리한 상성의 캐릭터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전투 중 스킬 게이지가 차면 필살기를 쓸 수 있다.
그 외에도 전장의 날씨에 따라 상태이상이 발생하거나, 적과 아군의 ‘정찰’과 ‘위장’ 수치를 비교하여 기습기회를 얻는 등의 몇 가지 전투 시스템이 추가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일단 배치를 끝내고 나면 스킬 게이지가 찰 때마다 필살기 써주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직접 컨트롤할 요소는 많지 않다. 캐릭터들은 자동으로 전진하고, 자동으로 적과 싸운다. 즉 RPG로서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은 셈이다.
▲ 만지면 '호감도'가 올라가고 여러 정보와 스토리가 해금되는 시스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신 ‘완소여단’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측면에 더 집중하고 있다. ‘완소여단’의 캐릭터에는 ‘호감도’라고 하는 파라미터가 존재한다. ‘호감도’는 해당 탭 메뉴에 존재하는 손 모양 아이콘으로 캐릭터를 문지르는 것으로 올릴 수 있는데, ‘호감도’가 오를수록 캐릭터의 나이, 체중, 성격 등에 대한 정보가 하나씩 공개된다. 또한 ‘호감도’가 높아지면 캐릭터의 옷을 갈아 입히거나, 데이트를 나가는 등의 연애 콘텐츠도 해금된다.
▲ 미소녀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하지만 ‘완소여단’이 보여주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콘텐츠도 제한적이다. 미소녀들이 보여주는 대사와 표정의 종류도 적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감성적인 스토리나 공략 요소도 부족하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완소여단’의 미소녀 일러스트는 최근 나오는 미소녀 게임들에 비해 미려함이 다소 떨어지는데, 이는 장르 특성상 굉장한 약점으로 작용한다.
▲ '완소여단'의 배경 스토리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고 ‘밀덕’에게 어필할 만한 밀리터리 고증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게임은 1908년에 발생한 퉁구스카 대폭발로 인해 인류 전체에 생체변이가 생긴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생체변이로 인간 여성은 병기와 합체가 가능한 신인류인 ‘발키리’가 됐으며, 게임 내용은 ‘발키리’가 등장하고 20년 후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다고 한다. ‘발키리’들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됐던 무기를 의인화한 것이다.
하지만 굳이 실제 역사와 무기를 차용한 설정이 무색하게, ‘완소여단’은 기초적 부분에서조차 고증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 예컨대 게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시기인 1928년은 실제로 전쟁이 발발한 1939년과는 한참 동떨어진 때다. 또한 ‘발키리’는 모티프가 된 무기와 하등 관계 없는 설정이나 외양을 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완소여단’은 ‘밀덕’을 타겟으로 삼았으면서 정작 ‘밀덕’들에게 어필할 요소는 전혀 잡지 못했다.
▲ 굳이 '밀리터리 모에화'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문제점을 제외하고 남는 건 다소 자극적인 요소뿐이다. 우선 ‘완소여단’은 전투 중 적 ‘발키리’를 격파할 경우 화면이 전환되어서, 옷이 찢겨 거의 나체가 된 ‘발키리’가 조명된다. 미소녀 게임임을 감안하더라도 노출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비동기 PVP 모드에서는 다른 유저의 ‘발키리’를 패배시켜 ‘비밀의 방’에 감금하고 괴롭혀 재료 아이템을 습득하기도 하는데, 소재 자체가 대단히 자극적이다.
▲ 적 '발키리'를 격파하면 아슬아슬한 수위로 찢기고 벗겨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완소여단’은 참신하지도, 완성도가 높지도 않다. 대신 ‘함대 컬렉션’에서 검증된 성공요소들을 기반으로 보다 자극적인 성격을 가미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성만으로는 이미 서비스 중인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과 크게 차별화되기는 힘들 듯하다. ‘함대 컬렉션’을 제외하더라도 국내에 똑같이 전차를 미소녀화한 ‘강철의 왈츠’가 서비스 중이고, 총기류를 미소녀화한 ‘소녀전선’도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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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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