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종족을 위한 超스피드 오버워치 '로브레이커즈' (사진제공: 넥슨)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약탈을 일삼는 전투종족 ‘사이어인’이 나온다. 타고난 투지와 우월한 신체능력,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특성 덕분에 수틀리면 마왕이고 악신이고 탈곡기에 넣은 보리마냥 탈탈 털어버린다. 뭇 게이머 사이에도 이런 전투종족이 있으니 바로 코리안…이 아니라 ‘퀘이커(Quaker)’라 불리는 자들이다.
훗날 두고두고 회자될 ‘퀘이커’의 전설은 99년작 FPS ‘퀘이크 3 아레나’에서 유래했다. 별다른 싱글 콘텐츠 없이 여러 플레이어를 정해진 공간에 몰아넣고 누가 더 잘 죽이나 겨루는 게임이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싸움을 반복한 나머지 생존자 몇몇이 그만 인간을 초월해버린 것. 수라장을 헤쳐온 이들은 발치에 로켓을 쏴 반동으로 하늘을 날며 백리밖에 있는 적을 레일건으로 정확히 꿰뚫는다 카더라.
기자 또한 뒤늦게 ‘퀘이크 3 아레나’를 접했다가 이미 신의 경지에 다다른 ‘퀘이커’들에게 철저히 능욕당하고 키보드를 부순 아픈 과거가 있다. 시간이 흘러 당시 충격도 그럭저럭 잊고 지냈건만 최근 넥슨 ‘로브레이커즈’를 테스트하다 불현듯 그 시절 쓰라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칭 FPS 고수인 기자조차 적응하기 힘든 속도감과 현란한 고기동전, 그야말로 전투종족에게 어울리는 게임 아닌가?
▲ 현란하고 정신 없는 분위기가 제대로 담긴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제공: 넥슨)
이제부터 에임을 맞추는데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로브레이커즈’는 ‘언리얼 토너먼트’와 ‘기어즈 오브 워’ 등 주옥 같은 게임을 만들어온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신작이다. ‘언리얼 토너먼트’야 소싯적 ‘퀘이크’ 라이벌 소리를 듣던 작품이니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PvP 중심의 온라인 FPS로, 저마다 고유한 이동방식과 무장, 특수 기술을 지닌 7개 클래스 중 하나를 골라 5:5 대전을 펼친다. 잘 모르겠다면 ‘오버워치’를 떠올려보라. 일부러 찍어다 붙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둘이 꽤 닮았다.
대략적인 배경은 달이 분열되며 환경이 급변한 미래, 중력 조작과 강화제로 초인적인 능력을 얻은 폭력조직 ‘브레이커즈(Breakers)’와 군경 및 사법 기관이 연대한 ‘로(Law)’가 치받고 싸운다는 얘기. 이러한 설정을 십분 반영한 무중력 지대야말로 ‘로브레이커즈’가 여느 FPS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전장 한복판에 넓게 펼쳐진 무중력 지대에 들어서면 상대도 나도 두둥실 떠오르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평소에는 전후방과 좌우에서 튀어나오는 적만 신경쓰면 되지만, 무중력 지대에선 위아래로 튕기듯 오가는 상대를 겨냥해야 한다. 그게 뭐 어렵지 싶겠지만, 비행 능력과 무중력에 휩쓸리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익숙해지기 전까진 실에 매달린 인형마냥 허우적거리는데 혼자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대여섯이 뒤엉키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와중에도 ‘퀘이커’의 피를 이은 자들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지만.
▲ 전후방은 물론 위아래까지 빠짐 없이 살펴야 진정한 고수다 (사진제공: 넥슨)
빠르게 더 빠르게, 초보자를 위한 나라는 없는가
물론 무중력 효과가 들어간다고 모든 게임이 어렵기야 할까. 사실 ‘로브레이커즈’는 그냥 땅에서 뛰어다니기에도 어렵다. 이 게임은 본질적으로 ‘언리얼 토너먼트’를 계승한만큼 진행 속도가 LTE급이다. 모든 클래스가 이단 점프, 슬라이딩, 점멸 등 이동기를 최소 1개 이상 지니고 있어 손가락과 동체시력이 얼만치 따라주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그나마 쉬운 클래스는 없느냐고? 7개 클래스에는 탱/딜/힐 역할이 살짝 깃들어있긴 하나 ‘오버워치’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진 않는다. 가령 ‘배틀 메딕’은 회복 드론을 부리지만 동시에 유탄 발사기로 엄청난 화력을 퍼붓는다. 방어막 설치가 가능한 ‘저거넛’도 마음만 먹으면 샷건으로 적진을 들쑤신다. 모든 클래스가 재빠르고 위력적인 공격일변도이며 뒤에서 몸을 사리는 지원가 따윈 없다. 바꿔 말하면 ‘저는 초보자니까 힐이나 할까요’가 애초에 안 통한다.
게임 모드도 초보자에게 불리하긴 마찬가지. 현재 공개된 모드는 총 세 가지로, 3개 지역을 먼저 차지해야 하는 ‘터프워’, 전장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를 탈취해 아군 기지에서 충전하는 ‘오버차지’, 공을 소유한 채로 상대편 골문까지 진격하면 이기는 ‘블리츠’가 있다. 하나는 거점 점령전이고 두 개는 깃발 뺏기의 일종인데, 모두 실력 여하에 따라 혼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모드다. 특히 ‘블리츠’는 호날두급 플레이어가 뜨면 그 게임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 실력이 받쳐주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초보자는 강제로 과녁 취급 (사진제공: 넥슨)
대중성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전세계 고수 긁어 모으길
‘오버워치’의 경우 아무리 뛰어난 플레이어라도 방어형 캐릭터를 일격에 제거하거나, 혼자 적의 포화를 견디며 화물을 밀기는 불가능하다. ‘로브레이커즈’는 실력이 뛰어날수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돋보이는 반면 초보자가 비빌 구석은 한없이 좁다. 그래서 무작정 ‘오버워치’가 최고존엄이며 어려운 게임은 구리다는 얘기가 아니고. 그저 ‘로브레이커즈’가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
게임을 못 만들었다는 지적으로 오해하지 말자. ‘로브레이커즈’는 상당히 걸출한 작품이다. 클리프 블레진스키답게 액션은 과감하며 ‘샷빨’ 또한 호쾌하다. 타격감/피격감도 직접 해보면 영상에서 보기보다 준수하다. 그래픽 또한 최적화가 아쉽긴 하지만 눈요기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 게임이 어렵다는 것도 무언가 불합리하고 불편하다기보단 숙련될수록 빠져들게 되는 ‘감칠맛 나는’ 어려움이다. 분명 ‘퀘이커’의 후예들은 기뻐할 터이다.
그러나 빈말로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만한 게임이라고 할 순 없다.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고 가파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설프게 난이도를 낮추다가 본연의 매력을 잃어버릴까 걱정도 된다. 세상에는 ‘오버워치’ 같은 게임이 필요하듯 ‘로브레이커즈’를 위한 자리도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스팀을 통한 글로벌 론칭은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이런 게임은 전세계에서 고수를 긁어 모아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다만 별도로 서비스될 국내 서버에는 살짝 걱정이 앞선다.
▲ 아, 평가와 별개로 용서가 안되는 UI는 테스트라 그런거겠지? (사진제공: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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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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