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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웹툰작가가 된 열혈 게이머… ‘뽈쟁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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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덩치에 비해 이목구비가 몰려있는 캐릭터, 가감 없이 질러주는 촌철살인 대사, 게이머라면 무릎을 탁 칠만한 상황 설정까지… 이른바 ‘병맛’ 코드로 대세로 자리매김한 웹툰 작가 ‘뽈쟁이’ 이야기다. 탑툰을 통해 연재 중인 그의 만화는 게이머가 겪을 수 있는 황당하고 난감한, 가끔은 극도로 짜증나는 상황을 재미있게 풀어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게임이 부수적인 소재로 쓰이는 여느 일상물과 달리 ‘뽈쟁이 툰’은 게이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인 것이 특징이다.

팀플레이 게임에서 혼자 멋대로 굴고, 제지하는 동료에게 온갖 폭언까지 일삼는 비매너 유저들. 아무리 피하려 해도 매번 마주치는 ‘트롤러’의 작태가 만화 여기저기에 가득 담겼다. 게임 좀 즐겨봤다는 사람이라면 “이건 내 얘긴데?”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과연 ‘뽈쟁이’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샘솟는 걸까? 혹시 본인이 ‘트롤러’인건 아닐까? 이러한 질문을 토대로 베일에 싸인 ‘뽈쟁이’ 조재민 작가를 직접 만났다.


▲ 탑툰 백수철 PD(좌)와 '뽈쟁이' 조재민 작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일상물을 그리려 했는데 자연스레 게이머 만화가 되더라

“제 인생의 가장 큰 축 중 하나가 게임입니다. 어려서부터 온갖 게임을 즐기며 게임 덕분에 흥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게임 때문에 일을 망치기도 했죠. 절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게임을 하다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요즘도 자주 함께 즐깁니다. 삶 자체가 이렇다 보니 원래는 일상물로 기획했었는데 어느새 완전히 게이머 만화가 됐더군요. 사실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죠.”

탑툰 사무실에서 만난 조재민 작가는 웃으며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일상물을 그리려 했는데 일상이 죄다 게임이라 게이머 만화가 됐다니 그야말로 ‘뽈쟁이’답다. 학창 시절에 ‘마인크래프트’를 즐겼고, 최근에는 화제의 국산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에 푹 빠져있다고. 물론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것은 웹툰의 주요 소재인 ‘리그 오브 레전드’로 한때 다이아 랭크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이다.


▲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에서 개인전 1등을 거머쥐기도 (사진출처: 화면 갈무리)

물론 그렇다고 매번 ‘트롤러’에게 시달리거나 직접 비매너 플레이를 하며 소재를 찾는 것은 아니다. 지난 전적을 천천히 되짚어보며 ‘또 어떤 트롤러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 임의로 상황을 꾸며낸다. 독자들이 보내오는 경험담도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평소에도 재미있다 싶은 이야기는 즉시 아이디어 노트에 적어뒀다가 구상이 막힐 때마다 꺼내보는 것이 조재민 작가의 노하우.

“당장 게임에서 사용하는 계정명이 ‘뽈쟁이’라 예의를 안 지킬 수가 없죠. ‘웹툰작가 막말 파문…’ 이런 뉴스라도 나면 어째요. 그래도 한창 게임 도중에 말을 거시면 응대하기가 조금 난감합니다. 사실 어릴 적에는 비매너 플레이도 하고 그랬는데, 지나고 생각하니 왜 남에게 피해를 줬나 자괴감 들고 괴롭더군요. ‘트롤러’ 여러분, 만화 소재가 되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잠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 왜 남에게 피해를 주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트롤링' (사진출처: 화면 갈무리)

같은 ‘병맛’이라도 잘 그리는 ‘병맛’이 되기 위해 정진 중

공감이 절로 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뽈쟁이 툰’이 웃긴 근본적인 이유는 ‘병맛’ 그림체에 있다. 원작 일러스트가 아무리 유려하더라도 조재민 작가의 손길을 거치면 빈말로라도 잘생겼다고 보긴 어렵게 ‘역변’한다. 하지만 아무리 단순화되고 희화되어도 캐릭터마다 특징을 잘 살려내 묘하게 누구인지는 다 알아볼 수 있다. 일례로 ‘베인’은 특유의 선글라스와 땋은 머리칼을 강조하고 ‘블리츠 크랭크’는 둥그스름한 몸통과 커다란 주먹에 집중하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때 주력 챔피언은 ‘벨코즈’인데 정작 만화에는 별로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피즈’와 ‘이즈리얼’처럼 단순화시켜도 특징을 확실히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가 좋아요. ‘베인’도 쉽고… 그러고 보면 충(蟲) 챔피언은 대체로 그리기 쉽네요. 반면 ‘빅토르’처럼 가면을 쓰고 있으면 ‘뽈쟁이’ 특유의 그림체를 담을 수가 없어서 곤란하죠. 때문에 일부 챔피언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 단순하지만 묘하게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되는 그림체 (사진출처: 화면 갈무리)

다만 그렇다고 조재민 작가가 정말로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것은 아니다. 이말년과 조석, 레바 등 다른 ‘병맛’ 웹툰작가들도 몰라보게 뛰어난 개인 작업물로 모두를 놀라게 한 바 있지 않은가. 조 작가는 똑같은 ‘병맛’ 그림이라도 정말 못 그리는 것과 잘 그리는데 단순화시키는 것은 질감과 양감, 선의 굵기 등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지만 훌륭한 멘토 곁에서 매일 그림 그리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뽈쟁이 툰’은 소재도 그림체도 가벼운 만화이지만, 언젠가는 철학적인 주제의식이 담긴 무거운 작품도 그려내고 싶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조금씩 살을 붙이고 있는데 아마 10년쯤 후에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 사이에 연재도 성실히 이어가고 각종 단편도 내놓을 겁니다. ‘병맛’ 웹툰작가라고 실력 향상에 소홀해서는 안되겠죠. 앞으로 ‘뽈쟁이’ 그림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봅니다”


▲ 여느 '병맛' 웹툰작가가 그렇듯 그도 실제로는 존잘님 (사진제공: 뽈쟁이)

오롯이 독자가 만들어준 웹툰작가, 끊임없는 소통이 목표

조재민 작가는 지난해 7월 ‘웹툰작가 SNS 막말 파동’이 인터넷을 휩쓸던 당시 꿋꿋하게 독자 편을 들어 큰 호평을 받았다. 미대 진학에 실패하고 방황하던 자신이 3년 만에 인기 웹툰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렇기에 댓글은 설령 비난이라도 빠짐없이 챙겨보고, 독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뽈쟁이 툰’ 연재를 이어가는 것이 조 작가의 목표다.

“저는 졸업과 함께 플랫폼의 연재 제의를 받아 데뷔한 작가가 아니에요. 그렇기에 독자 여러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작품으로서 의의가 있으려면 창작물에 담긴 메시지가 보는 사람에게 공감돼야 합니다. 예술은 독창성이 중요하다지만 웹툰과 같은 대중예술은 대중의 동향을 파악하고 창작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해요. ‘뽈쟁이 툰’을 그릴 때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고료도 플랫폼도 아닌 바로 독자 여러분입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만화을 그릴 때 최우선은 고료도 플랫폼도 아닌 독자입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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