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1일, 만우절이 다가왔습니다. 악의 없는 거짓말로 서로를 즐겁게 해주는 날이자, 용기 없는 이들이 은근슬쩍 본심을 고백하는 날이죠. 여러 게임사가 무슨 명절마냥 열성적으로 장난을 준비하는 탓에 게이머라면 두근두근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만우절 당일이 토요일이라 미리부터 관련 이벤트가 많이 보이네요.
캐릭터의 본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치장 아이템을 주거나, 게임 배경을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꾸기도 하죠. 모 게임은 간판 미소녀가 험악한 아저씨로 변모했더군요. 다행히 이런 황당한 변화는 만우절이 지나면 자연스레 복구됩니다만, 가끔은 장난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잠깐, 그러면 결국 거짓말이 아니잖아?
5위 갤러가: 철권 에디션, 미사일 대신 헤이하치 머리통
‘철권’은 하라다 카츠히로 PD의 주체할 수 없는 장난끼로 이따금씩 황당한 콜라보레이션에 휘말리곤 합니다. 세계관이 전혀 다른 판타지 TCG ‘로드 오브 버밀리온’과 엮이거나, 하늘하늘한 ‘아이돌 마스터’ 무대의상이 다짜고짜 추가되기도 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신 3D 대전격투게임이 고전 아케이드 슈팅으로 바뀌다니 이건 뭐…
▲ 유독 '헤이하치'만 자기 머리를 발사한다. 무섭다 (출처: 공식 유튜브)
실제로 ‘갤러가: 철권 에디션’이 공개됐을 때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헤이하치’가 우주를 날아다니며 미사일 대신 자신의 머리를 냅다 던지는걸 누가 믿겠습니까. 그런데 적으로 ‘알리사’와 ‘쿠마’가 나오고 원작처럼 아군과 합체할 수 있는 등 묘하게 고증이 세밀하다 싶더니, 반다이남코는 정말로 앱마켓에 게임을 출시해버렸습니다.
4위 벨라, 리시타인듯 리시타 아닌 리시타 같은 그녀
‘마비노기 영웅전’은 저마다 고유한 전투 방식을 지닌 영웅들의 호쾌한 액션을 강점으로 내세웠죠. 초창기 캐릭터인 쌍검술사 ‘리시타’와 방패 검사 ‘피오나’, 마법사 ‘이비’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이후 추가된 ‘카록’과 ‘카이’도 기둥과 활이라는 개성적인 무기를 들고 나왔고요. 앞으로도 무기 중복은 없을 거라는 뉘앙스의 공지도 있었습니다.
▲ '리시타' 쌍검을 재탕했다. 여동생은 아니었지만 (출처: 공식 유튜브)
그런데 2012년 만우절에 ‘리시타’ 여동생이라는 영상이 올라왔죠. 실은 ‘이비’ 3D 모델에 ‘리시타’ 모션을 씌운 것뿐이었어요. 다들 왜 이런 재미도 감동도 없는 장난을 치냐며 힐난했는데… 놀랍게도 몇 달 후 정말로 여성 쌍검술사 ‘벨라’가 나와버립니다. 시기 상 만우절에도 개발이 진행 중이었을 텐데, 장난을 빙자해 무기 중복에 대한 반응을 살핀 셈이지요.
3위 우르프, 물고기와 주걱으로 챔피언에 도전한 매너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이 어느덧 134명에 이른 가운데, 여기에 끼지 못한 비운의 매너티가 한 마리 있습니다. 소환사의 협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챔피언이 되고자 과감히 뭍으로 나온 ‘우르프’가 그 주인공이죠. 갓 잡은 신선한 물고기와 품질 좋은 주걱, 그리고 타고난 귀여움으로 무장했으며 패시브부터 궁극기까지 스킬도 제대로 갖췄습니다.
▲ 결국 리그에 참전했다. '코르키' 탈것이지만 (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아쉽게도 사상 초유의 매너티 챔피언이 탄생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는 길에 늑대인간 ‘워윅’한테 잡아 먹혔거든요. 애초에 ‘우르프(Urf)’란 이름 자체가 ‘U R Fooled(너 낚였어)’의 약자로, 만우절 장난의 일환이었습니다. 헌데 이 캐릭터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으면서, 결국 실제 게임에 구현되기에 이르렀어요. 아, 챔피언은 아니고… 탈것으로 말이죠.
2위 카우 레벨, 대악마보다 무서운 두 발로 걷는 젖소
소싯적 ‘디아블로 2’에서 휠윈드 좀 돌렸던 게이머라면 ‘카우 레벨’의 추억이 있을 겁니다.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갈 수 있는 숨겨진 장소죠. 대악마와 혈투를 그린 진중한 본편과 달리 여기선 영문도 모른 채 두 발로 걷는 젖소 수십 마리를 도축해야 합니다. 영웅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지만 워낙 보상이 짭짤해서 대부분 그러려니 넘겼어요.
▲ 마치 몇 년 후 광우병 파동을 예견이라도 한듯 (출처: 영상 갈무리)
당초 ‘카우 레벨’은 ‘디아블로 1’에서 정말로 써먹은 만우절 장난이었습니다. 어딘가에 젖소가 지배하는 던전이 있다는 거짓말이었죠. 이것도 모자라 ‘디아블로 2’ 개발 당시에는 플레이 장면이라며 사방에서 소떼가 몰려오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어요. 이미 한 번 당한 장난이라며 다들 웃어 넘겼지만… 아시다시피 그게 진짜 인게임 스크린샷이었답니다.
1위 포켓몬 GO, 우리 세계에 포켓몬이 실존하다면
성경에 보면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구절이 있죠.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도 처음에는 만우절 장난에 불과했어요. 2014년, 구글맵 상품기획부문 부사장 존 행키는 만우절을 맞아 ‘포켓몬 챌린지’라는 이색적인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구글맵에 숨겨진 ‘포켓몬’을 모두 잡으면 ‘포켓몬 마스터’ 자격을 준다는 내용이었죠.
▲ 이 거짓 트레일러가 훗날 진짜 게임이 될 줄이야 (출처: 공식 유튜브)
우리 세계에 ‘포켓몬’이 실존한다는 가정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뭇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벤트에 대한 호응은 그야말로 엄청났죠. 아마도 존 행키는 금광이라도 캔 기분이었을 거에요. 이 사람이 바로 당시 구글 사내 벤처이자 오늘날 ‘포켓몬 GO’ 개발사로 거듭난 나이언틱 대표랍니다. 작지만 강력한 장난 하나가 세기의 흥행작을 탄생시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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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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