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사이비 종교란 일상과 동떨어진 존재였습니다. 뒷산 개울물을 만병통치약이라며 처방했다는 황당한 일화부터 집단XX 같은 충격적인 사건까지, 대부분 브라운관 너머로나 접하는 얘기였죠. 그런데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더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사이비 종교를 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사악한 마교가 국가의 배후에서 암약한다’느니, 게임과 애니메이션에서 즐겨 사용되는 설정이죠. 누구 말마따나 현실이 더 픽션스러운 시국입니다. 이왕이면 미소녀 엘프나 현실화될 것이지 하필 국정 농단하는 사이비 종교라니. 이렇게 된 이상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하는 법. 신앙을 무기 삼아 민폐를 끼치는 ‘게임 속 사이비 교주’ 함께 보시죠.
5위 제갈근(삼국지 천명 2), 사술로 주군을 살해한 마교의 총수
▲ 실제로 국가 전복에 성공하기까지 한 나름 유능한 사이비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삼국지 천명 2’는 중국 3대 기서 삼국지를 조금 과하게(?) 비튼 게임입니다. 여기선 위, 촉, 오 세 나라가 각각 다른 차원을 다스리는데, 오나라의 영토는 검과 마법이 공존하는 중세 판타지풍 세계죠. 아울러 인물들도 실제와 상당히 다른데, 대표적으로 원전에선 고매한 문관인 ‘제갈근’이 ‘검은 안식일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미치광이 교주로 나옵니다.
본래 충성파로 묘사되는 ‘제갈근’이 사술을 부려 국정을 주무르고 주군 ‘손권’을 살해하는 전개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입니다. 광신도를 앞세워 반란을 주도하고, 겨우 살아남은 공주조차 계속해서 죽이려 들죠. 끝내는 거대한 용으로 변해 덤벼들었다가 마찬가지로 설정이 완전히 변한 몸짱 마법전사 ‘육손’의 도끼질에 명을 달리합니다.
실시간 전략이라는 장르적 한계와 작중 제한적인 연출로 인해 ‘검은 안식일교’의 자세한 교리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냥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아 몰랑~ 어쨌든 악신 강림시켜 세계 멸망시킬 거임”에 가깝죠. 그래도 그 많은 ‘삼국지’ 인물 중에서 굳이 점잖다는 인상이 강한 ‘제갈근’을 골라 정반대 역할로 등장시킨 점은 흥미롭네요.
4위 상투스(데빌 메이 크라이 4), 가짜 신을 만들어 낸 거짓 성직자
▲ 인상 좋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하다니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악마와 천사 등 초월적 존재가 실존하는 ‘데빌 메이 크라이 4’에도 사이비 종교가 나옵니다. 바로 반인반마 주인공 ‘단테’의 아버지 ‘스파다’를 신으로 추앙하는 ‘마검교단’이죠. ‘스파다’는 악마임에도 동족을 배신하고 인류를 위해 검은 든 영웅이므로, 이를 섬기는 교단도 그리 나쁘지 묘사되진 않습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죠.
단원들은 마치 가톨릭처럼 새하얀 의복을 입고 교리를 전파하고, 호위 기사는 화려한 천사로 변신하는 등 ‘마검교단’이란 이름과 안 어울리게 굉장히 성스러운 이미지입니다. 기사들이 주기적으로 민가를 습격하는 악마를 토벌해주기 때문에 민중의 지지도 절대적이죠. 헌데 천사의 외형이 묘하게 좀 기괴합니다. 멋지긴 한데 뿔도 삐쭉 튀어나왔고…
사실 이들의 정체는 악마, 그것도 일부러 천사처럼 꾸민 악취미적인 존재랍니다. 교주 ‘상투스’는 스스로 신으로 군림하기 위해, 직접 악마를 풀어놓고는 휘하의 천사 코스플레이어로 퇴치하며 신도를 모은 것이죠. 이것도 모자라 숱한 생명을 갈아 넣어 거대한 우상 ‘신’을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인상 좋던 교주 할아버지가 안광을 뿜으며 광소할 때 기분이란…
3위 컴스탁(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스스로 신이 되려 한 선지자
▲ 선지자라며 스스로를 신처럼 묘사해놓은 '컴스탁'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무대인 공중도시 컬럼비아는 일견 인류의 이상향처럼 보입니다. 구름 사이를 떠다니는 알록달록한 건축물들은 유원지를 연상케 하고, 어디를 보나 따스한 햇살이 가득해요.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광신주의로 찌든 허울뿐인 낙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컴스탁’은 이곳을 만들고 통치하는 타칭 ‘위대한 선지자’죠.
‘컴스탁’이 설파하는 교리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에 가깝지만, 실상은 매우 뒤틀리고 비대해진 선민사상의 결과물입니다. 컬럼비아에서는 신을 섬기는 대신 선지자라 칭하는 ‘컴스탁’을 우상화하고 그의 아내와 자식을 성모 및 성자로 떠받들 정도죠. 도처에서 ‘위대한 선지자께서 이걸 이루셨네~ 저걸 해내셨네~’하는 프로파간다를 접할 수 있습니다.
허나 모든 사이비 교주가 죄 그렇듯 ‘컴스탁’ 또한 인두겁을 쓴 악마 그 자체. 십일조랍시고 사람들이 벌어드리는 돈의 절반을 빼앗아 배를 불리고, 억압적인 감시와 통제로 권력을 유지해갑니다. 세간에 순교자로 알려진 아내도 실은 본인의 손으로 죽인 것이죠. “주께선 모든 걸 용서하지만 난 일개 목자이니 그럴 필요가 없다”며 총탄을 퍼붓는 모습이 섬뜩합니다.
2위 켈투자드(워크래프트 3), 죽은 자의 왕국을 세운 강령술사
▲ 딱 봐도 강령술사인데 속아 넘어가는 교인도 문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워크래프트 3’에서 강성한 인간 왕국 ‘로데론’을 무너트린 것은, 놀랍게도 숙적 오크가 아니라 신흥 사이비 종교 ‘저주받은 자들의 교단’입니다. 전작에서부터 이어진 오크와의 오랜 전쟁으로 ‘로데른’을 약화될 대로 약해졌고, 자연히 변경의 백성들은 제대로 보호받지조차 못했죠. 교단은 이처럼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급속도로 세를 불렸습니다.
중앙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도시로 피난하지 못한 많은 이들이 잔학하게 학살당했어요. ‘켈투자드’는 이런 난민에게 손을 내밀며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부채질했죠. ‘죽어버린 소중한 이를 되살려주겠다’, ‘영생을 누리게 해주겠다’,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열겠다’까지… 누구라도 혹할만한 이상적인 모토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문제는 ‘켈투자드’와 교단이 ‘리치왕’을 섬기는 강령술사 집단이었다는 거죠. 죽은 가족을 부활시키고 영원히 살게 해준다는 것이 마냥 공수표 남발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언데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죠. 만민이 평등한 것도 뭐 다 같이 걸어 다니는 시체이니 틀린 말은 아니에요. 여기에 낚인 ‘아서스’ 왕자가 결국 폐가 망신을 하고 맙니다.
1위 제이콥 대닉(데드 스페이스), 모든 생명체의 종말을 부르는 광신도
▲ 인류가 망하든 말든 '아이작' 괴롭히느라 바쁜 유니톨로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뭇 게이머에게 사이비 종교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데드 스페이스’ 속 ‘유니톨로지’를 떠올리겠죠. 현실의 사이언톨로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외계에서 날아온 유물을 숭배하는 종교입니다.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하필 우주에서 날아온 돌덩이를 섬기나 싶지만, 일단 취지는 좋은 편입니다. 외계 유물의 힘으로 인류를 하나로 모아 오랜 갈등과 다툼을 종식시키겠다는 거죠.
이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구원이 이른바 ‘합일’인데 이게 참 과정부터가 정상이 아닙니다. 인간이 합일에 이르기 위해선 우선 육체의 구속을 벗어야 합니다. 대놓고 죽으라는 것이죠. 거기다 작중 묘사를 보면 신도에게 전적인 희생을 요구해 재산을 홀랑 까먹고 가정을 파탄 내는 등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폐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만하면 흔한 사이비 정도로 참작 가능했겠지만 ‘사이언톨로지’의 진짜 민폐는 바로 모든 생명체의 종말을 불러온다는 겁니다. 사실 ‘마커’는 존재 자체만으로 주위 인간들을 미치게 만들고 시체는 괴물로 되살리는 흉물이에요. 고위 신도 ‘제이콥 대닉’의 광기만 봐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죠. 그 결과 행성의 모든 생명체가 초대형 시체 괴물로 뭉쳐지는 것이 ‘합일’의 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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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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