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오'가 지난 2월 9일 정식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난이도 있는 게임으로 유명한 ‘닌자 가이덴’의 팀 닌자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신작의 이름은 바로 ‘니오’… 지난 2004년 처음 공개된 이후 무산되었다가 팀 닌자가 2015년 새롭게 지휘를 잡으며 수면 위로 끌어올린 액션 RPG다.
게임은 제작 당시부터 ‘다크 소울’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말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좋은 쪽은 결코 아니었다. 게임에 대해서는 ‘전국시대 다크 소울’ 혹은 ‘소울 시리즈의 아류작’이라 평가했고, 주인공 캐릭터와 한창 주가를 올리던 ‘게롤트’와의 유사성을 들어 비교하는 눈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발매 이후로는 이런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그리고 현재는 PC로도 내달라는 청원이 이어질 정도로 ‘최고의 게임’으로 불리고 있다. 다른 게임의 아류에서 한 순간 대박이 난 그 비결, 과연 무엇일까?
▲ '니오' 공식 오프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닮았지만, 엄연히 ‘소울’은 아니다
가장 먼저 화두에 올랐던 ‘소울’ 시리즈와 ‘니오’의 유사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부분에서 닮아있다.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이 플레이어를 사냥한다고 느낄 정도로 난이도가 높으며, 주인공 ‘윌리엄’의 레벨을 올리려면 적을 처치하고 얻는 영혼 ‘암리타’를 소모해야 한다는 부분, 이러한 ‘암리타’가 응집된 아이템 ‘영석’의 존재, 장비 무게에 따른 전투 속도 변화, 기력 시스템 등 다방면에서 ‘소울’ 시리즈 특유의 느낌을 머금고 있다. 주인공이 프롤로그에서 감옥에 탈출한다는 점에서도 ‘다크 소울’ 1편의 분위기를 연상케 만든다.
▲ 살짝만 보면 정말 '소울' 시리즈의 향기가 물씬난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다만, 이런 유사성을 덮고도 남을 차별화 요소 세 가지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포인트를 이용한 검술 스킬 습득이다. ‘니오’에서는 콤보 공격을 펼치면 ‘사무라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투자해 다양한 검술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 이때 습득한 스킬은 단순히 공격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콤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가령, 공격 받기 직전에 가드를 올리면 흘리면서 반격한다거나, 검을 빠르게 뽑는 발도술을 펼치는 것들이다.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높은 난이도에서 이 같은 소소한 변화에 감사할 따름이다.
두 번째로는 ‘잔심’이다. 적절히 능력치를 투자하면 부족하다는 느낌 안 드는 ‘소울’ 시리즈와 다르게, 이번 ‘니오’는 빠르게 닳고 느리게 차오른다. 대신 적절한 타이밍에 버튼을 눌러주면 ‘잔심’이 발동해, 빠르게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 덕분에 순간 폭발적인 연타를 펼치거나, 전투를 안정적으로 길게 이끌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게임에 등장하는 요괴들 대부분 기력 회복을 막는 ‘영계’를 펼치기 때문에, 이 ‘잔심’을 사용하지 않으면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 적절히 버튼을 눌러주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영상출처: 필자 촬영)
마지막은 바로 ‘자세 변경’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적이 들고 있는 무기, 그리고 리치에 따라 자세를 변경하며 싸운다. 날렵한 상대를 대상으로는 강력한 일격을 자랑하는 ‘상단’, 비등비등한 실력의 대결이 예측되면 컨트롤 중시의 ‘중단’, 묵직한 상대에게는 파고들어 날렵하게 연타를 가할 수 있는 ‘하단’ 등 다양한 전투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특히 전투에서는 자세를 계속 바꿔 싸워야 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변화는 매우 빠른 편이다.
결과적으로 기본 시스템은 여러모로 ‘소울’ 시리즈와 유사할지 몰라도, 액션만큼은 확연히 다른 차별화가 존재한다. 다양한 검술로 나만의 플레이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잔심’과 ‘자세 변경’으로 세련되면서도 속도감 있는 일격의 승부를 담아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소울’ 시리즈의 묵직한 액션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 치고 빠지는 전투, 확실히 '사무라이'의 느낌 (사진출처: 필자 촬영)
사무라이의 전투 살려주는 장비, 근데 파밍은 ‘디아블로’?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니오’ 역시 장비에 따라서도 주인공이 펼치는 전투의 느낌이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부분이겠지만, 게임에서는 단순히 장비의 종류뿐만 아니라, 형태와 옵션에 따라 전투가 달라지도록 확실한 차별화를 부여했다.
한 예로,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 ‘도’만해도 길이에 따라 ‘태도’와 ‘타도’ 등 그 형태로 구분되며, 옵션에 따라 특화된 자세가 달라진다. 특히 어떤 자세에 특화됐느냐에 따라서는 그에 해당하는 검술도 사용할 수 있어, 플레이스타일이 크게 달라진다. 덕분에 장비 성능의 중요성은 ‘소울’ 시리즈보다도 월등히 높다.
▲ 기본 무기 종류도 다양하지만...(사진출처: 필자 촬영)
▲ 분화된 형태와 부여된 옵션에 따라 성능이 또 갈린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장비는 적을 잡을 때 떨어지거나 재료를 모아서 제작할 수 있고, 강화와 연마를 통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다만 장비의 옵션이 모두 무작위로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복적인 아이템 파밍이 요구된다. 실제로 이런 부분 때문에 미션 도중 장비에 쓰일 재료를 수집하거나, 더 좋은 옵션이 붙은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싸우다가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더 좋은 아이템을 위해 오늘도 길을 떠난다”라는 말로 유명한 아이템 파밍 게임의 대명사 ‘디아블로 3’와 유사한 부분이다. 특히 한번 입수한 아이템은 나중에 외형 변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좋은 성능, 외형의 아이템을 모으려는 플레이어의 수집 욕구를 부채질한다.
다만, 나중에는 이런 부분이 PvP 시스템에서 고성능 장비만 있으면 이길 수 있는 상황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 좋은 장비를 얻고자하는 욕구는 끝이 없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게롤트’와는 다른 매력의 ‘윌리엄’
다른 부분들이 어디선가 많이 닮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스토리도 그런 우려가 있었다. 필자 역시도 처음에는 ‘다크 소울’과 닮아있는 스테이지 구성 때문에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플레이 해보니 기우 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등장인물이 모두 실존인물로 구성된 역사 판타지라는 점은 의외로 큰 신선함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스토리는 ‘에드워드 켈리’의 음모를 막는 영국인 ‘윌리엄’의 일본 표류기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제작진은 단순히 일본 판타지만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실들을 적절히 끼워 넣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주인공만해도 영국인이라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대사 중간중간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의외의 사실이지만, 주인공 '윌리엄'은 실존 인물이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일본 역사 속 유명 인물들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초기에 ‘더 위쳐’에 나오는 ‘게롤트’ 닮은 외국인이 나온다고 조롱 받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윌리엄’은 그와는 다른 성격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인생의 풍류를 적절히 즐길 줄 알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모험가 성향이 강한 '게롤트'와 비교했을 때, '윌리엄'은 목적 의식이 뚜렷하고 강직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감정표현을 볼 수 있는 '게롤트'와 달리, 실제로 게임 내애 표정이 굳어있는 그의 모습은 다른 사무라이와도 같은 무사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마지막으로 전형적인 액션 활극답게,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보여주려는 바가 명확해 시원시원하게 전개된다. 오히려 살짝 부족한 컷신 때문에 ‘윌리엄’이라는 이국 사무라이가 어떻게 전국 시대를 살아가는지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다.
▲ 심지어 악역 '에드워드 켈리'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니오, 필히 구매할 타이틀일까?
‘니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훌륭하게 일본식 다크 판타지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여러 게임의 장점을 단순히 섞는데 그치지 않고, 이번 ‘니오’가 고수하는 분위기라는 틀에 적재적소에 배치한 느낌이다. 무기마다 확연히 다른 손맛, 계속 죽으면서도 도전하게 만드는 스테이지 구성 등 ‘세련됨’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팀 닌자’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는 초기 평가처럼 단순히 다 때려 부은 잡탕이 아닌 잘 끓인 ‘부대찌개’와도 같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런 재미를 가진 '니오'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일반 몬스터의 종류가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보스 몬스터는 정말 개성이 뚜렷한 반면, 일반 몬스터는 매번 스테이지마다 반복될 정도로 특색이 없다. 1장에서 만난 귀신이 2장에도 나오고, 때로는 동굴 지하에서 보던 거인 요괴가 산적들이 거주하는 신사 앞에 뜬금없이 나와 개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 매력 넘치는 보스에 비해, 일반 몬스터는...(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하지만, 이 단점을 모두 무시하고도 남을 정도의 손맛과 재미를 보장하니 한번 구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난관을 클리어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 그리고 마치 무사가 된 것처럼 검격을 주고 받다가도 어이없게 죽는 자신에게 분노하는 것을 즐거움이라고 느낀다면... 이번 ’니오’ 절대 놓치지 말고 필히 구매하자.
▲ '유다희' 대신 '낙명'을 만나러 가는건 어떨까? (사진출처: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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