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너의 이름은’이 장안의 화제입니다. 국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나아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외에 유일하게 100만 관객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됐죠. 흥행 기록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경신 중으로, 과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지닌 300만 신화에 근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서사와 매 장면이 월페이퍼가 되는 유려한 작화는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전매특허입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통하지만, 그도 한때는 게임업계의 일원이었죠. RPG명가 팔콤 재직 시절 만든 ‘이스 2 이터널’ 오프닝은 16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범접할 수 없는 명작으로 통합니다.
▲ 신카이 마코토가 게임업계에 남긴 역작 (영상출처: 유튜브 Galaga Forever)
서양에선 게임 영상은 거의 CG로 통하지만,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애니메이션을 선호합니다. 그야 기술 노하우가 부족한 CG에 비해 자국 내 훌륭한 제작 스튜디오도 많고, 유저 성향과도 들어맞으니까요. 매년 상당히 많은 영상이 나오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다섯 작품을 꼽았습니다. 이 가운데 미래의 신카이 마코토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5위 우타와레루모노 거짓의 가면, 동양적 감성이 녹아 든 풍경
▲ '우타와레루모노 거짓의 가면' 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먼저 소개할 작품은 흔히 미소녀게임 개발사로 알려진 리프의 SRPG ‘우타와레루모노 거짓의 가면’입니다. 모회사 아쿠아플러스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선지 오프닝부터 힘이 팍- 들어갔어요. 훗날 출시된 후속작보다도 영상의 질이 뛰어납니다. 장엄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된 배경과 적절한 빛의 사용, 캐릭터마다 개성이 부각된 연출이 눈길을 끕니다.
▲ 장엄하면서도 세밀한 배경 묘사에 입이 벌어진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타츠미 아키코가 부른 ‘그대만의 여로(君だけの旅路)’는 원작의 동양적 감성이 잘 녹아있고, 영상과도 찰떡궁합이죠. 중간중간 전투 장면이 조금 단조롭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손에 꼽을만한 완성도입니다. 다만 제작 스튜디오 화이트 폭스가 혐한, 극우 성향으로 유명한지라 순위에 올리면서 영 뒷맛이 쓰군요. 어쨌든 ‘우타와레루모노’는 죄가 없으니…
4위 디스가이아 D2, 만부부당한 마왕을 제대로 표현한 연출
▲ '디스가이아 D2' 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다음은 ‘디스가이아 D2’ 오프닝입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영상과 음악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게임사죠. 비록 작화가 특출하게 돋보이진 않지만 시종일관 역동적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동화는 ‘디스가이아’라는 작품을 제대로 표현해줍니다. 마왕 ‘라하르’가 팔짱을 낀 체 운석을 타고 내려오는 연출에서 특유의 만부부당함을 잘 나타나죠.
▲ 초마왕 '라하르'의 위세를 제대로 보여준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본작에 성우로도 참여한 치하라 미노리가 부른 ‘크래들 오버(Cradle Over)는 경쾌하고 힘이 넘칩니다. 음악에 맞춰 엇갈려 보여주는 캐릭터별 전투 장면도 훌륭하고요. ‘디스가이아 D2’가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로부터 10년 만에 출시된 직계 후속작이란 점에서, ‘라하르’ 3인방이 옥좌에 앉는 마지막 장면은 특히나 의미심장합니다.
3위 블랙 록 슈터 더 게임, 이색적인 얼터너티브 록의 충격
▲ '블랙 록 슈터 더 게임' 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출처: 유튜브 RPGPlayer)
앞선 두 영상이 우리가 주로 접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느낌이라면, ‘블랙 록 슈터 더 게임’ 오프닝은 보다 이색적인 음악과 영상미를 선사합니다. 명멸하며 노이즈 끼는 화면 속 녹슬고 쇠퇴한 도시, 그곳에서 질주하듯 순식간에 쏟아지는 장면은 굉장히 강렬하죠. 황량한 세계에서 홀로 아름다운 주인공 ‘블랙 록 슈터’의 존재감이 빛납니다.
▲ 대세 제작사 유포테이블다운 화려한 전투 장면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듣는 이의 귀를 때리는 힘찬 노래는 얼터너티브 록밴드 원 오크 록의 ‘노 스케얼드(No Scared)’로, 영상의 백미인 후반부 전투 장면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블랙 록 슈터’와 적들이 격돌하는 매 순간이 속도감 넘치고 정교하기 이를 데 없어요. 이건 요즘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유포테이블의 솜씨죠. 다만 오프닝만 보고 게임은 거르길(…) 추천합니다.
2위 에덴*, 신카이 마코토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는 유려한 작화
▲ '에덴*' 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팔콤을 퇴사한 신카이 마코토는 코믹스 웨이브란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에 들어갔고, 이곳 산하의 미소녀게임 개발사 미노리와 일하게 됩니다. 당시 그가 감독한 ‘에프’ 시리즈 오프닝은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올 만큼 작화가 독보적이에요. 사실 게임 자체는 만듦새가 그리 좋지 못한데 오프닝이 포장을 너무 잘해줘서 판매량을 견인했을 정도입니다.
▲ 신카이 마코토 느낌이 충만한 작화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에덴*’은 ‘에프’에 이은 미노리의 야심작이었죠. 전작이 워낙 오프닝으로 유명했던 터라 이 작품도 출시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어요. 문제는 ‘에프’를 끝으로 신카이 마코토가 게임업계를 떠났다는 것인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남은 팀원들이 특유의 작화를 꽤나 흡사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이 게임은 현재 스팀에도 출시돼 종종 세일도 한답니다.
1위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세월을 잊은 작화와 감성적인 노래
▲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출처; 유튜브 waiwing123)
이 작품을 빼놓고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논할 수 없죠. 유서 깊은 RPG ‘테일즈’ 시리즈는 언제나 완성도 높은 영상을 선보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공각기동대’와 ‘인랑’,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등 주옥 같은 애니메이션을 낳은 프로덕션 I.G가 전담하다시피 만들었거든요. 11년작 ‘테일즈 오브 엑실리아’부터는 유포테이블이 치고 들어오긴 했습니다만.
▲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한 감동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시리즈가 스무 편 가까이되니 오프닝도 그만치 많은데, 장인의 손길이 닿은 영상과 당대 실력파가 부르는 노래는 하나같이 훌륭합니다. 그럼에도 딱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가 으뜸이죠. 14년의 세월이 무색한 놀라운 작화와 잘 짜인 구성 및 연출, 여기에 어우러지는 쿠라키 마이의 ‘키 투 마이 하트(Key to my Heart)’는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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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2003. 04. 17
- 플랫폼
- 비디오
- 장르
- 롤플레잉
- 제작사
- 반다이남코게임즈
- 게임소개
-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는 '테일즈'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자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게임으로 '운명을 해방시키는 RPG'라는 장르명을 채택했다. 전작 주인공 스탄과 루티의 아들인... 자세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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