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게임은 보다 쉽게 세계관의 형성이 가능하며 흥미를
유발시키는데 있어서 이점이 있겠지만 그만큼 원작과의 비교라든가, 자신의 색을 갖기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기본적인 세계관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게임에 있어서 얼마나 커다란 도움이 되는 요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번에 알아보았던 라그나로크는 만화가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진 경우였다. 온라인 게임은 누군가 한명이 영웅이 될 수 없으며 여러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형성해가는 세계를 표현해야하기에 만화를 100% 표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패키지 게임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패키지 게임이라면 온라인 게임에서의 제약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이머가 조작하는 주인공이 영웅이 될 수도 있으며 원작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만화 자체를 게임으로 옮겨놓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패키지 게임 천랑열전을 소재로서 해부를 진행해 보도록 하자.
천랑열전은 원작자인 박성우 작가가 직접 게임에 나오는 2D 그래픽을 그렸으며 새롭게 그려진 3등신의 캐릭터들도 박성우 작가의 작품이다. 게임 내에 박성우 작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옳을 정도이다.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천랑열전 원작을 따르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대사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표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들이 있었으니... 다른 부분들을 한번씩 살펴보고 달라진 이유를 찾아보자. |
게임이기 때문에 등장할 수 없거나 등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이 있다. 비록 패키지 게임이긴 하지만 아직
월하랑편이나 넷플레이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등장할 수 없었으며 만화처럼 연재중에 스토리를 써나가기 때문에 등장하고서도 의미가 없었던
부분들을 게임에서는 이미 완성된 만화를 토대로 작업하기에 등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의 경우이다. 지금부터 천랑열전의 경우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살펴보자. 1)월하랑 스토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등장하지 않는 것들 천랑열전에서는 스토리 중반에 월하랑의 이야기와 연오랑의 이야기가 미묘하게 갈려서 진행된다. 두명의 목표가 각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오랑의 경우에는 큰 사형인 파군성을 만나 고구려로 귀환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으며 월하랑의 경우에는 스승님인 천산검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중원에 나온 것이었다. 이렇듯 목적이 다른 두사람이 서로 호감을 느껴 행동을 같이하게 되기는 하지만 결국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스토리 중반에 행동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은 일단 연오랑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연오랑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월하랑의 이야기는 빠질 수밖에 없다. 과연 시나리오의 분기 때문에 빠진 부분은 무엇일까.
(1)시작하자마자 월하랑이 청수문에서 석전웅에게 천산검녀를 살해한 범인이 죽림오괴라는 이야기를 듣는 부분이다. 월하랑이 죽림오괴의 산채를 부수고 왕패와 싸우는 부분도 나오지 않는다. 월하랑부분에서는 아마도 연오랑과 만나기전까지의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2)월하랑의 내부 심리묘사도 나올 수 없는 부분이다. 무정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하여 연오랑에게 차갑게 대하는 부분이 그것인데... 홍군과의 싸움중에 따라오지 말라는 말 한마디 하는 것으로 때우고 있다. 천랑열전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상당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3)섭정, 마원과의 싸움이 또한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월하랑은 연오랑이 싸우는 동안 섭정과 싸우면서 청사검의 정체를 알게 된다. 솔직히 섭정이란 캐릭터가 게임에서 나오기 때문에 월하랑 편에서는 반드시 나올 것이라 믿고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원과의 싸움은 게임에서도 청사검이 사라지는 이벤트이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분명히 생략되고 있지만 월하랑편에서 나올 이벤트라고 기대한다.
(4)마지막으로 만화 천랑열전의 클라이막스인 석전웅과 월하랑의 싸움이다. 개인적으로는 월하랑편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월하랑의 목표인 천산검녀의 원수를 갚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에서는 아군의 집중공격으로 힘없이 무너지는 석전웅이지만 월하랑의 시나리오에서는 좀더 멋진 모습으로 등장할 것을 기대한다. |
2)이미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기에 빠진 부분들 이미 스토리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본 스토리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고 그저 등장만 한 캐릭터들은 삭제되기 마련이다. 후에 월하랑편에서 등장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1)홍군이 부상을 입고 찾아간 천문방의 방주의 경우에는 아예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이 제로인 경우이다. 말 그대로 엑스트라인데 게임안에서는 홍군의 조직으로 도망가는 것으로 표현되어있다. (2)옥연비와 월하랑의 이벤트는 어떻게 보면 월하랑 시나리오에 포함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워낙 시나리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세한데다가 그 부분의 시나리오에 아예 월하랑이 옥연비를 만나지 않는 바람에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
(3)빈집털이 도둑인 소향의 존재도 사라진듯하다. 월하랑 부분에는 나올 리가 만무하고 넷 플레이 서비스가 된다면 도둑이란 이미지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마원과의 싸움끝에 벼랑에서 떨어진 연오랑을 구해주는 역할이지만 게임에서는 동료들이 발견하게 된다. |
천랑열전은 패키지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보다 원작에 가깝게 갈수는 있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밖에
없던 것들이 있으며 게임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상관없지만 표현했던 부분들이 있다.
1)시나리오와 관계가 있는 것들 만화와 시나리오가 미묘하게 달라지게 만드는 부분들이다. 원작에서 별 의미가 없는 캐릭터들이 하나정도씩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신 캐릭터에게 맡기거나 원작에서 말하지 못하고 지나간 것을 이벤트를 추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다. 원작 그대로의 내용만을 만든다면 원작을 경험해본 게이머들은 무엇보다도 게임을 즐기고 싶은 의미가 많이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몇가지 오리지널 이벤트와 캐릭터 정도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1)헌성의 등장이 바로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겠다. 헌성은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게임에서는 매우 비중이 큰 역할이다. 헌성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만화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던 고구려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만화에서는 처음과 끝에 잠깐 고구려가 나올 뿐 그다지 고구려라는 나라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다. 헌성은 고구려의 상황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스토리에서 고구려의 존재감을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풍류의 존재도 미묘하게 시나리오를 이어준다. 월하랑 납치신이나 홍군의 부상신 등 시나리오를 이어가는데 조금 미진했던 부분을 풍류로서 이어주고 있다. 규염과의 이벤트는 그에비해서는 조금 중요성이 부족한 부분이라 하겠다. 2)시나리오와 관계가 없는 것들 대표적인 예는 스토리와 관계없는 엑스트라들의 등장이다. 전투신을 늘려 레벨을 유지하거나 너무 빠른 스토리 전개를 막고 쉴 틈을 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항구에서 나오는 폭주천사 무아주나 중간에 등장하는 산적들, 그리고 첫 이벤트 후에도 자주 얼굴을 내미는 흑백쌍조가 그 좋은 예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전투로서 그 의의를 갖거나 나름대로의 개그 신을 연출하여 게임의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천랑열전에서는 막상 표현해야하고 개발화면 공개에서는 구현되었던 것들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연오랑의 초식들이 있다. 반격기로서의 주작류라든가 극성현무칠연격의 경우에는 표현해야 하는 기술들이었는데 가볍게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캐릭터들의 기술은 변하지 않고 처음에 가진 것들로만 운용이 되며 월하랑의 경우에는 그다지 게임내의 검술이 표현되지 않고 있는듯하다. 스토리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지어주었던 엔딩부분도 대충 얼버무리면서 끝이 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모두들 따로따로 놀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제작사측에서 신경을 써주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
결국 천랑열전은 완전한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온라인 게임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가진 게임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천랑열전은 만화를 100% 게임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인 라그나로크와는 정도가 다른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약간의 다른 점과 새로운 점들은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서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얼마나 유용하게
이용하는 천랑열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곤에서는 현재 천랑열전의 2차 패치가 작업 중이다. 아마도 2차 패치는 월하랑의 시나리오가 될 여지가 크다. 월하랑의 시점으로 플레이가 된다면 역시 나와야할 중간 이벤트라거나 아이템과 무공 등에 관심이 쏠린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월하랑의 시나리오이기에 빠졌던 부분들과 거기에 추가로 천랑열전의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캐릭터나 이벤트가 하나만이라도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지금 바라는 것은 오직하나, 1차의 연오랑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탄탄한 원작이 있는 패키지 게임으로서 결국 성공을 거두어 후에 좋은 전례를 남긴다면 우리나라 게임계에 마지막 희망을 던져주고 사라져가는 전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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