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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 스마트폰 게임의 새로운 모범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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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 기자가 매일 작성하는 ‘신작앱’기사에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징가에서 출시한 ‘호른’이라는 게임이었다. 스크린샷만 봤을 때는 단순히 ‘인피니티 블레이드(이하 인블)’의 아류작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영상을 접한 뒤에는 ‘이 게임은 꼭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구매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호른’의 전투장면을 보면 누구나 ‘인블’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이 게임의 묘미는 전투에만 국한되어있지 않기에 더할 부분이 많았다.

‘인블’이 전투 위주의 플레이에 크게 중점을 둔 게임이라면, ‘호른’은 전투는 물론 다른 부분에도 공을 들인 흔적들이 느껴졌다. 귀중한 여름휴가기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 할 정도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기자의 휴가를 모두 빼앗아간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아류작? 천만에!

‘호른’은 모든 생명체가 ‘파이곤’이라는 생물로 변해버린 뒤, 그 저주를 풀기위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 ‘호른’의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 게임이다.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인블’을 같이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 두 게임이 같이 회자되는 이유는 아마도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됐다는 점과 전투방식이 비슷하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되었다는 것 외에는 딱히 같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호른’의 전투는 공격과 회피, 아이템 사용, 특수공격 등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인블’에 비교하자면 극히 제한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하지만 ‘호른’은 전투에서 적을 얼마나 잘 분석하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회피이동을 사용하면 총 4방향에서 적을 상대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을 사용해 적들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호른’의 적들은 형태별로 각기 다른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4방향에 국한되어 있는 공격루트에 랜덤하게 설정되는 약점이 더해져 다양한 공략을 요구한다. 또한, 일부 몬스터는 약점을 공략하는데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 아이템을 사용해 쉽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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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구체가 적들의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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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략 상황에 따라 평가받으며, 보상을 얻게된다

기자의 경우 전투에 돌입하면 먼저 적 주위를 돌며 몇 번의 공격을 가해 약점을 파악했다. 몬스터가 가진 약점을 먼저 발견해 집중해서 공격하다보면 전투를 더 쉽게 끝낼 수 있을 뿐더러 보상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한, 공격패턴이 까다로운 적은 약점을 찾기보다 소량의 데미지를 계속 누적하는 식으로도 전투를 진행했는데, 이 경우 보상은 적지만 리스크와 쓸데없는 물약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는 같은 전투라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즉, 스와이프(문지르기)를 통해 공격한다는 것이 ‘인블’과 같을 뿐, 그 외의 전투방식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스크린샷 하나로 판단하기엔 너무나도 다른 게임인 것이다.


직접 행동하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라

앞에서 전투에 관한 것만 언급했지만, 사실 ‘호른’의 진짜 재미는 전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기자가 흥미를 느꼈던 부분 중 하나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게임 진행이다. 이 두 요소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읽으면서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은 몰입감을 더했다. 만약 각 스테이지가 복잡한 퍼즐로 되어있었다면, 퍼즐을 풀었을 때 성취감은 얻겠지만 남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른’은 여기에 이야기라는 장치를 교묘하게 섞어서, 퍼즐을 모험으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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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도 길을 알려주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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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리는 이렇게 장애물들을 제거할 수 있다

‘호른’에는 각기 다른 테마의 3가지 지역이 있으며, 각 지역마다 총 8개의 미션을 즐길 수 있다. 이 중에 연속적으로 전투가 진행되는 도전모드를 제외하면 총 7개의 미션을 진행하게 되며, 각 스테이지는 하나의 맵을 바탕으로 코스가 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칫 계속 같은 지역을 반복한다는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지만, 매번 적용되는 퍼즐이 다르게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덜한 편이다. 예를 들어 제한된 상황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인 뿔피리는 지형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특수효과의 시각적인 만족까지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장치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퍼즐들에 이야기를 어떻게 섞었을까? ‘호른’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양한 화자가 등장한다. 화자로는 주인공인 ’호른‘, 적이면서 동반자인 ’조롱박‘ 그리고 게임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기록하는 ‘저널 시스템’ 등이 있다. 일단 유저가 직접 조작하는 주인공이야 특별할 것이 없겠지만, 다른 두 가지인 ‘조롱박’과 ‘저널 시스템’의 존재여부는 조금 다르다. ‘조롱박’의 경우 게임 초기에 적으로 등장한 뒤 주인공에게 패배하게 되어, 결국 머리만 남은 상태로 동행하게 되는 ‘파이곤’이다. 적과의 동행이라는 것에서 어색함이 느껴질 수 있지만, 주인공에게 힌트를 주거나 시나리오와 관련 대화, 가벼운 조크 등을 던지는 감초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 동반자는 유저로 하여금 혼자라는 느낌을 들지 않게 하는 훌륭한 장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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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는 '조롱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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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저널'은 저렇게 생겼다

‘저널 시스템’의 경우 게임 전반에 걸친 내용들을 기록하며, 플레이어가 습득하거나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자동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사소한 시스템으로도 인식될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부연설명 등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만들어 낸다. 주로 어떤 스토리가 진행되었을 때 일기처럼 기록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생각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는 역할도 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뿔피리로 노래를 배울 시 저널에 관련 이야기가 기록되는데, 그 내용은 각 노래의 창작 배경이나 능력 등을 추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히 퍼즐을 푸는 아이템이었지만, 이야기가 부여되는 순간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처럼 사건에 대한 주인공의 개인적인 생각을 알 수 있다거나, 아이템과 관련된 배경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유저로 하여금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간혹 ‘저널 시스템’이 이런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할 수는 없나?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널시스템은 자동으로 습득하거나, 직접 수집을 해야 한다. 문제는 잘 안 보인다는 것인데, 게임의 특성상 유저가 주의 깊게 살펴보며 찾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습득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문제가 되진 않지만, 수집과 같은 요소를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널’들 사이에 비어있는 공백은 ‘내가 뭔가 놓쳤나’, ‘이전 스테이지를 다시 진행해야 하나’ 같은 생각도 들게 하며,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장비를 만드는 도안도 마찬가지로, 게임 진행률에 비해 텅텅 비어있는 공백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분명 어딘가 숨어있겠지만, 좀 더 잘 보이게 만들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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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에 쓸쓸한 빈자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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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제작도안

또한, 세이브기능이 없어서 진행해왔던 지역을 반복하게 되는 것도 불편했다. 전투에서 패배할 경우 미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중간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진행상황과 관계없이 시작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투 시점 전으로만 돌려주는 기능이 있었어도 충분했을 텐데, 먼 거리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했다. 특히 퍼즐까지 다시 풀어야 하는 경우엔, 어렵진 않았지만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인블’ 등 몇몇 게임을 연상시키는 ‘호른’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스마트폰 게임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연출은 물론, 흡입력 있는 스토리 덕분에 주말을 다 반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불편한 점도 몇 가지 눈에 띄었지만, 애플리케이션 게임이라는 특성상 패치를 통해 수정도 가능하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앞으로 ‘앵그리버드’나 ‘인블’이 그랬듯이, ‘호른’같은 스타일의 게임이 출시됐다는 수식어가 붙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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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실히 모아 아바타까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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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나 달성했지만, 진도 나가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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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규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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