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횡스크롤 게임 시장은 직선형 게임 ‘메이플스토리’ 와 평면형 게임 ‘던전앤파이터’ 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그 중에서 올해는 유달리 ‘메이플스토리’ 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경쟁작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 동안 천천히 쌓아 온 다양한 기술력과 참신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다양한 신작들은 출시된 지 어느덧 7년을 넘어 8년째를 달려가는 ‘메이플스토리’ 를 향해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결과는 ‘메이플스토리’ 의 압승이었다. 비슷한 2D 컨셉으로 도전한 게임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전혀 닮지 않아 보이는 3D 그래픽의 작품들도 ‘메이플스토리’ 에 익숙해진 횡스크롤 유저들을 대거 끌어들이진 못했다.
그런 와중, 올해의 마지막 도전자 ‘그랑에이지’ 가 지난 14일부터 OBT를 실시하며 진검승부에 나섰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물 흐르는 듯한 애니메이션 연출이 특징인 ‘그랑에이지’ 의 본격적인 행보를 살펴보자.
많이 닮으셨네요, 혹시 같은 병원?
2D 직선형 횡스크롤 게임이 ‘메이플스토리’ 만은 아닐텐데, ‘그랑에이지’ 의 첫모습은 ‘메이플스토리’ 와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사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오히려 ‘던전앤파이터’ 에 가까웠지만, 게임 내 캐릭터를 비롯해서 진행 방식, 전체적 느낌까지 ‘메이플스토리’ 에 약간의 추가 요소들을 삽입한 느낌이었다. 세세한 사항으로 파고들자면 다른 점이 더 많지만, 일단 첫 인상이 ‘메이플 닮은 게임’ 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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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는 왠지 '던전앤파이터' 느낌, 캐릭터는 '메이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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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게임으로 들어가면 '메이플스토리' 느낌이 강하게 난다
일단 ‘그랑에이지’ 가 가진 대표적인 ‘메이플스토리’ 와의 차별점은 훨씬 디테일하게 묘사된 2D 그래픽이다.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게 묘사된 캐릭터들과 배경,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이펙트와 타격 효과는 감탄을 자아냈다. 그 모든 디테일함이 잘 어우러져 유럽풍 중세~근대 판타지라는 세계관을 튼튼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멋진 비주얼인데 어딘가에 가시가 걸린 듯 불편했다. 그 원인은 위에 언급한 디테일한 그래픽 때문이었다. 만화에서도 그렇듯이 배경과 캐릭터는 확실히 구분되어야 한다. 캐릭터가 배경에 묻혀 버린다면 그것은 한 편의 회화일 뿐,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한 만화로서는 실격이다. ‘그랑에이지’ 가 범한 오류가 바로 이것이다.
보통 캐릭터와 몬스터, 이동 가능한 바닥의 경우 조금 굵게, 각종 오브젝트는 얇게, 배경은 흐릿하게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랑에이지’ 는 그렇지 못하다. 워낙 세세하게 묘사된 배경 때문에 ‘핀트’ 가 맞지 않는 것이다. 눈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봐도 내 캐릭터가 뭘 하고 있고 어떤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지 보여야 하는데, ‘그랑에이지’ 에서는 매번 다녀서 익숙해진 지형이 아닐 경우 그런 것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저기 툭 튀어나와 있는 벽돌이 밟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배경인지를 구분하기 힘들다. 왠지 저 벽돌은 밟힐 것 같은데 그대로 뚝 떨어지고, 그냥 점프하다 보면 뭔가를 밟고 올라서 있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커다란 몬스터들과 전투라도 벌이면 휙휙 날아오는 공격과 경험치 볼(처음엔 무슨 공격 날아오는 줄 알았다), 빠르게 전개되는 체인 액션 효과, 타격 이펙트 등으로 인해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도무지 파악하기 힘들다. 단순한 화려함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주의가 산만해지기 쉽고, 그만큼 눈이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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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발판이고 어디가 배경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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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뭐 밟고 서 있는거지?
인터페이스 또한 직관적이지 못했다. 중세~근대 풍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전체적인 느낌을 통일했고, 많은 정보를 알려주려고 한 의도는 좋은데, 정보 전달 측면에서 볼 때는 평균 이하다. 물론 지난 CBT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직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런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은 비교적 금방 적응할 수 있겠지만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주 이용층인 초등학생 유저의 유입을 바란다면 조금 더 직관적이고 편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동안 10대 후반~20대 후반 계층에서 지지를 받아온 횡스크롤 RPG들이 계속되는 초등학생 유입으로 41만 동접자 기록을 세운 ‘메이플스토리’ 를 이기지 못 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듯, 타겟층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쉬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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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평균 이하의 직관성이다
게임 적응, 쉬우면서도 되게 복잡하다
‘그랑에이지’ 는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 놓았다. 대쉬와 월드 맵 이동 기능으로 인해 빠르고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며, 이단 점프와 하이 점프를 통해 어려운 지형도 비교적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 맵 상에 존재하는 스프링 점프대나 하수관 이동, 압력식 트랩, 떨어지는 발판 등 각종 오브젝트들은 기존 횡스크롤 액션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스피드와 신선함을 만끽하기에 적격이었으며, 약간의 퍼즐 요소까지 지니고 있어 게임의 깊이를 더했다.
유저 편의를 위한 시스템도 상당수 존재했다. 퀘스트 중에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군요령이 단기 목표를 지정해주며, 맵 보기 기능을 통해 퀘스트 스테이지 내의 몬스터들의 위치와 목표 지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퀘스트 설명 중에는 온 몸으로 캐릭터들의 코믹한 감정 표현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세세한 부분에서 유저 편의를 중점에 둔 시스템들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그랑에이지’ 의 중점 요소인 ‘체인 아츠’ 시스템은 초반에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주었다. ‘체인 아츠’ 시스템은 일종의 연속 콤보 시스템으로, 콤보를 계속 성공할수록 점점 강력한 공격이 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종의 도전감과 희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단순한 ‘공격 후 아이템 획득’ 이 아니라 매 전투마다 ‘체인 아츠’ 를 즐기며 사냥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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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해서 때릴수록 점점 강한 공격이 발동되는 '체인 아츠'
그러나 ‘체인 아츠’ 의 활용성이 지나치게 높고, 그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체인 아츠’ 만 써도 손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데다 캐릭터 간의 ‘체인 아츠’ 공격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방식이 엇비슷해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체인 아츠’ 를 지나치게 사용했을 때의 패널티 ‘오버 히트’ 라던지 스킬 특성 등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체인 아츠’ 중반에 나오는 변신 공격 애니메이션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 복잡해 보이기만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앞에서 언급한 그래픽적 문제가 맞물려 ‘그랑에이지’ 의 전투는 꽤나 눈이 아팠다. 이펙트는 분명 화려했지만 너무나도 남발되어 금방 질렸고, 몬스터의 크기가 쓸데없이 거대하고 수가 많은데다 겹겹이 뭉쳐 있어서 적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게다가 공격 범위는 어찌나 넓은지 원거리 캐릭터인 궁수의 공격 범위를 방불케 했다. 몬스터와 이펙트, 배경 등으로 인해 화면은 꽉 차 보이는데, 정작 파악해야 할 정보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보스 몬스터는 작은 이미지를 억지로 크게 키워 놓았는지 엄청난 계단현상을 보였다. 그래픽적 섬세함은 쓸데없이 자세한 배경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이러한 초대형 보스 몬스터 묘사에 투자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덕분에 마치 특수효과만 잔뜩 들어갔지만 결정적 부분에서 어설픔이 드러나는 B급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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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아츠의 효용성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
궁수건 전사건 비슷비슷한 게임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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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공격 범위가 저렇게 넓으니 원거리 캐릭터의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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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가 몇 명인지 세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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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이미지 억지로 늘려 놓은 느낌의 거대 몬스터
조작은 편리한데 정작 게임에서는......
‘그랑에이지’ 를 플레이하며 확실히 편리하다고 느낀 부분은 키보드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각종 단축키들이 잘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비록 아이템 관리나 보상 선택 등의 화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우스에 손을 뻗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키보드만 가지고도 게임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키보드만으로 조작하는 부분이 많은 횡스크롤 액션 RPG 특성 상 이러한 부분은 이용자가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러나 전체적인 조작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방향 전환 시에는 커맨드 입력 후 실제 움직임까지 약 0.1~0.3 초 정도의 미묘한 갭이 존재했으며, 간혹 캐릭터가 통제를 벗어나는 버그성 움직임도 발생했다. 캐릭터의 이동 모션 또한 마치 공중에서 붕 뜬 채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색했으며, 게임의 장점이라 여겨지는 공격 애니메이션 또한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려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펙트 또한 너무 크고 남발되는 느낌이 강해 억지로 타격감을 꾸며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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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만으로도 웬만한 메뉴는 선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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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펙트에 신경을 쓰다 보니 종종 캐릭터가 사라지는 장면도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단점만 지적한 것 같은데, 사실 ‘그랑에이지’ 의 게임성 자체는 ‘메이플스토리’ 를 필두로 여기저기서 많이 보아 왔던 액션 게임의 장점들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15분에 한 번씩 열리는 미니게임 대회 ‘그랑운동회’, 세분화 된 스킬 트리 시스템, 전직이나 캐릭터 생성 자유도 등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게끔 하는 부가 요소도 많아 장기간 플레이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다.
한마디로 '그랑에이지' 는 횡스크롤 액션 RPG 장르를 좋아하거나 ‘메이플스토리’ 에 익숙한 유저라면 적응 과정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 해도 얼마든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사실 이러한 점 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 인기를 끌기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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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트리도 나름 세분화 되어 있어 원하는 방향의 성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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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생성 창도 넉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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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스크롤의 백미인 맵 구조물 구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개발 의도와 같이 ‘메이플스토리’ 급의 파급력을 노리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그랑에이지’ 만의 색깔이 흐릿한 느낌이며, 세계관이 독특한 것도 아니고(오히려 배경 스토리는 평균 이하다), 콤보 액션 외에는 눈에 띄는 게임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린 유저들이 유입될 만큼 쉬운 게임도 아니며, 일상 생활에 지친 어른 유저들이 간간히 즐기기에는 게임이 좀 피곤하다. 평작 이상의 흥행을 원한다면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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