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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오브 아너: 티어1 에디션, 싱글과 멀티가 이렇게 다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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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빼앗긴 FPS의 왕좌를 탈환하기 위한 EA의 역작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 가 3년 만에 출시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메달 오브 아너: 티어1 에디션(이하 메달 오브 아너)’ 는 시리즈 역사 상 최초로 2차 세계대전이 아닌 현대전을 기반으로 한 타이틀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아프가니스탄전을 실제 존재하는 미군 특수부대 ‘티어 1(Tier 1)’ 부대원의 시점에서 풀어나가기 때문에 기존에 경험하지 못 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리얼리티를 추구한 나머지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탈레반이 되어 미군을 총으로 쏴 죽일 수 있도록 표현한 점 때문에 미국과 영국(-_-;) 등지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출시 첫 주 1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많은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수 많은 화제를 일으키며 출시된 게임 ‘메달 오브 아너’ 를 직접 플레이 해 보았다.


▲ 이번 메달 오브 아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프가니스탄전 다큐멘터리

‘메달 오브 아너’ 싱글 미션은 미군 특수부대 ‘티어 1’ 의 실제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이다. 플레이어는 ‘티어 1’ 의 멤버가 되어 팀원들과 함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데, 이 모든 것이 실제 ‘티어 1’ 부대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마치 아프가니스탄전 특수부대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 탈레반으로 변장하고 기지에 잠입하는 미션 등은 허구다

특히 팀원들의 대사나 말투, 미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생생한 표정이나 놀랄 만큼 똑같이 묘사된 대원들의 외모, 장비, 복장은 사실감을 한 층 더했다. 헬기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다가 적들의 습격을 받아 소총수가 즉사하고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이나, 감각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자신을 데리고 대피하는 동료의 모습 등은 흡사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비록 블록버스터 급의 연출은 적었지만, 현실감은 ‘이것이 아프가니스탄전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했다.


▲ 표지를 장식한 턱수염 아저씨의 게임 속(위)과 실제(아래) 모습
게임 시작하기 전까지 이 아저씨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 표정 처리도 완벽하다

훌륭한 사운드 또한 ‘메달 오브 아너’ 의 현실감을 한층 더했다. 총소리는 물론, 숨어 있는 바위 반대편이 부서지고, 포탄으로 인해 흙 비가 내리는 모든 상황을 리얼리티 있는 사운드로 표현했다. 특히 바로 옆에서 포탄이 터져 정신이 멍해지고 귀가 잘 안 들리는 상황 묘사는 소름끼칠 정도였다.


▲ 습격을 받아 포탄 속을 헤매는 장면을 완벽히 묘사


▲ 정신이 실제로 멍해지는 느낌까지 받았다

FPS의 부족한 1%가 채워진 느낌

‘메달 오브 아너’ 싱글 미션을 클리어하고 난 후 가장 처음 느낀 점은 유저들이 겪고 싶어하는 모든 전투상황을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을 정도로 적절히 묘사했다는 것이다. 좁은 동굴이나 실내 전투부터 복잡한 시가전, 넓은 계곡에서의 쫓고 쫓기는 일반적 전투 상황은 물론, 4륜 오토바이 조종, 헬기에서의 화력 지원, 전투기 폭격 소환, 진지 내 중기관총으로 다수의 적 상대하기, 소음을 내지 않고 잠입해서 암살, 야간 적외선 저격 등 특수 상황까지 ‘티어 1’ 부대원들의 모든 특기 사항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 야밤에 적외선으로 적을 사살하는 것이야말로 스나이퍼의 로망
근데 수가 좀 많다


▲ 적에게 들키지 말고 몰래 잠입하자


▲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적 기지를 급습하는 미션도

FPS의 핵심인 전투 시스템도 꽤 훌륭했다. 적에게 총탄이 명중하면 피가 안개처럼 피어 올라 확실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적당한 정도의 총기 반동으로 착착 달라붙는 ‘손맛’ 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엄폐물 뒤로 슬라이딩, 숨어 있다가 옆으로 몸만 내밀어서 사격, 포복 자세 전진 등의 다양한 모션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동안 FPS를 하면서 ‘이런 시스템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원했던 2%가 채워진 느낌이었다.


▲ 포복 앞으로!

시각적 효과도 뛰어났다. ‘모던 워페어’ 나 ‘배틀필드 배드컴퍼니’ 등에 비하면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헬기 추락이나 헬파이어 폭격 등 박력 있는 장면도 충실하게 표현되어 있었고, 수류탄이나 샷건 등 고화력 화기에 맞으면 팔, 다리, 머리 등이 절단되는 고어 효과도 일품이었다. 이쯤되면 확실히 FPS로서의 재미 요소는 제대로 갖춰졌다.


▲ 샷건의 위력, 대놓고 그로테스크 하진 않지만 이쯤이면 꽤 쓸만하다

CPU와의 팀 워크 플레이도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동료(혹은 상관)의 지시에 따라 목적지로 이동하고, 교전 상황에서는 엄호 혹은 방어 등의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동료들은 전투 상황에서 대부분을 주인공에게 맡긴 채 허수아비처럼 총 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적을 사살하며, 총알이 바닥나면(수류탄 제외) 보급까지 해 준다. 혼자서는 못 오를 것 같은 언덕도 동료와의 협력 액션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적극적 팀 워크는 타 FPS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인공의 슈퍼맨화’ 를 방지해준다. (그렇지만 여전히 슈퍼맨은 슈퍼맨이다) 진정한 프로급의 팀 플레이를 만끽하다 보면 저 동료가 진짜 사람인지 의심스러워 질 때도 있다.


▲ 같은 팀원들끼리 계속 다니다 보면 어느 새 정이 들게 된다

좀 짧은거 아닌가?

‘메달 오브 아너’ 에서 가장 처음 아쉬움을 느낀 것은 꽤 자주 발생하는 버그였다. 중반부 미션부터 슬슬 버그가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야간 투시경 시야가 갑자기 하얗게 변한다든지(빛 때문이 아니라 그냥 하얗게 변한다), 전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팀원이 갑자기 제자리에서 안 움직이면서 진행이 멈추기도 하고, 언덕 중간에서 혼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적군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엔딩 한 번을 보는데 필자가 직접 목격한 버그만 3~4개 정도였으며, 특히 진행 멈춤 버그는 게임 진행에 치명적이었다.


▲ 시야가 갑자기 하얘지는 현상이 꽤 자주 일어난다

실제 전쟁 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미션에서의 자유도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동료(상관)의 지시에 따라 팀 워크를 맞추며 이동하는 일방성 진행은 사실적이기도 하지만,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샛길을 발견해서 적의 뒤를 친다거나 하는 유연성을 거의 발휘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도 되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결국 빠르게 적을 섬멸하는 것 외에는 파고들 여지가 적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싱글 미션 모드의 분량이다. 일반적으로 3~5시간 정도만 플레이하면 쉽게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며, 이후에는 ‘티어 1 모드’ 라고 해서 같은 미션을 빠르고 정밀하게 돌파하는 모드로 넘어간다. 솔직히 필자는 마지막 미션을 클리어하고 난 후에도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전까지 이게 마지막 미션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게임 내용도 매우 충실했고 엔딩 장면도 감명깊었으나, 뭔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 급작스럽게 끝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자유도가 낮은 것은 단점

멀티플레이는 그냥 다른 게임이라 생각하자...

‘메달 오브 아너’ 의 멀티플레이는 ‘배틀필드’ 시리즈를 출시한 EA DICE에서 제작했다. 그래서인지 싱글플레이와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고, 실제로 ‘배틀필드 배드컴퍼니’ 의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났다.

일단, 이번 멀티플레이는 지난 7월 진행된 ‘메달 오브 아너’ 멀티플레이 베타 버전에 단순히 맵과 모드 몇 개만 추가해놓은 느낌이었다. 베타 버전에서 좋은 평을 들었는지, 혹은 공들일 시간이 부족했는지는 몰라도 게임성 자체는 베타 버전과 거의 100% 동일하다.


▲ 베타 때 느낌 그대로, 맵과 모드만 추가된 느낌이다

게임 전반적으로 풍겨 오는 ‘배틀필드: 배드컴퍼니’ 의 느낌도 그대로 살아 있다. 캐릭터와 배경 정도만 바꿔 놓으면 뭐가 뭔지 구분이 잘 안 될 지경이다. 심지어 게임 실행 아이콘까지 다른 것이 그냥 ‘메달 오브 아너’ 의 타이틀을 함께 달고 나온 다른 게임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싱글 플레이에서의 매력이 전혀 살아나지 않았다.

또한, 싱글플레이 특유의 기능들이 대부분 구현되어있지 않거나 바뀌어 있다. 슬라이딩이나 포복, 몸 내밀고 쏘기 등의 모션은 삭제되었고, 전체적인 조작법도 약간 다르다. 타격감도, 반동 느낌도, 게임 스피드도 왠지 다른 게임을 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기능 삭제와 수정은 밸런스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포복 자세로 저격을 하면 난감할 것 같긴 하다) 문제는 싱글 플레이와의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배드컴퍼니 느낌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 네?

싱글에서와 같은 팀 플레이는 하는 사람만 하게 되고, 그나마 대부분의 유저가 숨어서 저격만 해 대는 통에 짜임새 있는 돌격소총 군단 운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을 죽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킬 뷰 기능도 없고, 리스폰 시 무적시간까지 없다시피 한 데다, 맵 자체가 오픈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심지어 아군 기지에서 조금만 나가도 적 리스폰 위치가 훤하니 보일 정도) 리스폰 후 1초도 안 되서 죽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겪을 수 있다. 그렇게 4~5번 죽다 보면 정말 게임 하기 싫어진다.



 ▲ 시작하자 마자 아무것도 못 해보고 바로 죽으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전체적으로 볼 때, ‘메달 오브 아너’ 의 멀티플레이는 꼭 해 봐야 할 것은 아니다. 치우쳐져 있는 밸런스(주로 스나이퍼 쪽에), 적은 무기(클래스 당 3개 정도) 도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배틀필드’ 도, ‘메달 오브 아너’ 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메달 오브 아너’ 싱글플레이는 확실히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멀티플레이도 혹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배틀필드’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 그러나 이 둘을 같은 ‘메달 오브 아너’ 라고 칭하기에는 약간 난감하다.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 잘 만든 게임인데,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취향 노선을 타며 마찰음을 만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 매치 메이킹 시스템은 오히려 베타 때보다 더 안좋아진 듯 하다

다음부터는 그냥 한 스튜디오에서 싱글과 멀티를 함께 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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