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 배드컴퍼니(이하 배드컴퍼니)’ 의 개발사 EA DICE가 제작한 ‘메달 오브 아너’ 신작의 멀티플레이 베타가 지난 6월 28일부터 시작되었다. 이번에 출시되는 ‘메달 오브 아너’ 는 지난 2007년 출시된 ‘메달 오브 아너: 에어본’ 이후 3년만의 신작으로, 아직 서브네임 명은 공개되지 않은 채 ‘메달 오브 아너’ 라 불리고 있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2차 대전에서 벗어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시티에서 벌어지는 현대전을 다뤄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 폐허가 된 카불 시티
▲ 그리고 헬먼드 밸리, 베타테스트에는 이 두 맵이 공개되었다.
사실 EA DICE에서 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배드컴퍼니’ 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달 오브 아너’ 의 느낌에 EA DICE의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정말로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치고 FPS의 왕좌를 되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플레이해보니 ‘메달 오브 아너’ 보다는 ‘배드컴퍼니’ 쪽에 더 가까워 보였고, 경쟁작인 ‘모던 워페어’ 의 느낌까지 섞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풍기는 배드컴퍼니와 모던워페어의 ‘스멜’
‘배드컴퍼니2’ 와 같은 제작사, 동일한 엔진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메달 오브 아너’ 베타의 첫인상은 ‘배드컴퍼니’ 와 놀랄 만큼 똑같았다. 캐릭터와 맵의 모델링, 컨트롤 방식, 맵 전체적인 분위기, 이동 시의 무게감, 피격 이펙트, 다양한 탈 것과 그 안에서의 시야 등 많은 부분에서 ‘배드컴퍼니2’ 가 떠올랐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배드컴퍼니에 스킨 깔아 놓은거 아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이 사진을 보고 '배드 컴퍼니 2'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 화면이 뿌옇게 되고 소리가 멍해지는 효과도 똑같다
▲ 원거리 폭발 무기 사용 조준점까지 재활용
▲ 차 유리창이나 나무 같은 구조물은?파괴가 가능하다. 그러나 벽은 안 부숴짐
반면, 소규모 대인전에서의 긴박감이나 공격 전술 지원, 캐릭터 육성 등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를 연상시켰다. 좋게 말하면 두 게임의 장점을 잘 합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게임 자체는 유저 편의를 토대로 잘 만들어졌다. 대기실은 클릭 두 세번 만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적을 죽여서 얻은 포인트를 투자해 무기를 강화하고 새로운 무기를 얻는 웨폰 트리 시스템도 상당히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 레벨 4의 볼트액션 스나이퍼 라이플을 얻으려면 앞으로 372 포인트가 필요하군
“반동이 없어요!” 쉽고 중독성있는 전투
‘메달 오브 아너’ 의 총기류는 모두 조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스나이퍼, 돌격소총, 권총 등은 마우스 오른 쪽 버튼으로 조준이 가능하며, 조준 사이트 모양을 포함한 총기의 전체적인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총에 줌 사이트를 장착하면 먼 거리의 적을 정밀 사격할 수 있다. 스나이퍼 라이플의 경우 먼 거리에서 바람의 영향을 받는지 조준점을 빗나가기도 하는데, 우물쭈물 대고 있으면 간혹 사이트가 달린 라이플에 거꾸로 저격당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 라이플의 조준도 꽤 훌륭하다
▲ RPG 조준 들어갑니다~ 약간 삐딱한 조준점이 멋지다
전체적으로 총기 반동이 매우 적은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슈퍼 어깨를 가졌는지 난사를 하더라도 조준점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에 매니아들은 불만을 표시하겠지만 초보자들은 상당히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총기의 반동에 신경을 적게 쓰다 보니 상당히 쾌적하고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아무리 난사를 해도 쉽사리 에임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 그러므로 적을 발견하면 무작정 돌격난사 플레이도 가능!
‘메달 오브 아너’ 의 클래스는 라이플, 스페셜옵스, 스나이퍼 3종류이다. 초반에는 라이플과 스페셜옵스, 심지어 스나이퍼까지 서로간의 능력치 차이가 크지 않다. 라이플과 스페셜옵스는 비슷한 돌격소총을 들고 있어서 비슷해 보이고, 스나이퍼의 경우 초반에는 줌 배율도 작고 파워도 약해서 저격이 수월하지 않아서 저격이 수월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돌진을 하게 된다.
▲ 초반에 주어지는 저격총
▲ 배율이 이따위다!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듯
세 클래스의 차이는 포인트를 모아 상위의 무기를 장착하며 뚜렷해졌다. 게임 중 적을 죽이거나 대미지를 주면 점수를 얻을 수 있는데, 직업별로 얻은 점수는 다음 레벨의 장비를 얻는 데 사용된다. 보통 레벨 2가 되면 탄창을, 레벨 3이 되면 확대 조준경을, 레벨 4가 되면 새로운 총을 얻을 수 있다. 단지, 상위의 총이라고 반드시 위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리스폰 시 마다 장비와 클래스 등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클래스와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장비를 순차적으로 언락하는 재미도 쏠쏠한데다 생각보다 장비 언락 속도가 빨라서 게임에 적응하는 과정이 상당히 즐거웠다.
▲ 드디어 레벨 3이 되어 탄창과 스코프를 얻었다!
▲ 아까와 같은 총이지만 스코프 하나 달았더니 다른 총 같다
▲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스나이퍼지!
▲ 스코프를 달은 나를 당할 자 누구냐?
리스폰 시에는 후방과 전방 두 곳 중 한 군데의 위치를 선택하여 부활할 수 있다. 리스폰 대기시간은 3~4초 정도로 매우 짧기 때문에 죽은 후 곧바로 전선에 뛰어들어 못다 푼 파괴본능을 펼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전방의 경우 정말 적과 바로 맞닿아 있는 곳에서 시작되는데, ‘대치 전선’ 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리스폰 시 무적 시간이 없어서 부활 후 1초만에 죽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스나이퍼의 경우 전방에서 부활하면 몸을 숨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클래스를 바꿔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 리스폰 대기 화면, 이 때도 클래스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
베타라서 그런가? 뭔가 아쉬운 부분들
쾌적한 플레이를 즐기다 보니 약간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죽은 후의 경직된 움직임을 들 수 있다. ‘배드컴퍼니’ 의 경우 죽은 후에도 ‘사람 답게’ 누워 있는데, ‘메달 오브 아너’ 에서는 죽은 후 쓰러지는 1~2초 사이에 캐릭터가 목각인형처럼 딱딱하게 경직된다. 그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보이기 때문에 괴기스러울 때도 있다.
▲ 마네킹이야 뭐야?
타격감이 밋밋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스나이퍼건 돌격이건 간에 일단 총을 쏘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판단하기가 상당히 애매하기 때문에 난사를 하게 된다. 적이 죽은 것은 점수 표시로 쉽게 알 수 있지만, 대미지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가끔은 총에 맞고 몇 십미터씩 날아가거나 이상한 아공간(?)에 떨어지는 버그도 발생하는 등 신경을 덜 쓴것 같은 장면이 종종 보였다.
인터페이스는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마우스 민감도 설정이 게임을 재시작하면 설정 전으로 되돌아와 버린다는 점은 좀 많이 불편했다. 다른 설정은 저장되는데 마우스 민감도는 매번 재설정해줘야 하는 걸 보면 여기까지 신경을 못 쓴 것 같아 보인다. 경쟁작이 다름아닌 ‘모던워페어’ 이고 개발사가 EA DICE라면 이 정도는 신경 써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 죽일 놈의 마우스 민감도, 게임 시작시 마다 바꿔줘야 한다
▲ 포토샵, 그림판 등 아무 조작도 가하지 않은 스크린샷, 가끔 이렇게 폭발 효과가 깨진다
과연 '모던 워페어' 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사실 FPS는 죽지 않고 많이 죽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게임 시스템을 파악하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메달 오브 아너’ 는 상당한 수작이다. EA DICE의 노하우가 충분히 녹아든 게임성, 육성과 팀 플레이의 재미, 화력전의 충실한 묘사, 개인전의 스릴, 빠른 게임 스피드와 눈에 보이는 대치전선 등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하다.
비록 ‘배드컴퍼니’ 와 많이 비슷하고 ‘모던워페어’ 의 몇몇 부분을 따 온 것 같지만, 그것은 2010년 밀리터리 FPS의 대세를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게임 자체는 상당히 쉽고 재미있게 적응하고 즐길 수 있었으며 파고 들 여지도 충분했다. 다만, ‘메달 오브 아너’ 가 ‘모던 워페어’ 를 뛰어넘어 FPS의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 현재 '메달 오브 아너' 의 위치는 과거의
영광을 찾으려 애쓰는 FPS계의 반란군.
과연 '모던 워페어' 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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