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창 모임에 나가곤 한다. 몸은 늙었지만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동창회는 시간이 흐를 수록 빛을 발하게 된다. 그저 졸업했을 당시에는 술 마시고 노는 게 다반사다. 시간이 흘러 취업과 결혼을 하고 나면 진짜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 정말, 학교 다닐 때 땡땡 놀던 친구들이 사장이 되어 있기도 하다. 또는 열심히 공부하던 동창이 의외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인생은 과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성공하기도 한다. 반대로 과거가 무색해질 만큼 현재가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느닷없이 개인적인 동창회 이야기를 꺼냈다. 세상 일은 향방을 알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오늘 리뷰할 게임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가리라 확신한다. 험난한 길을 걸은 뒤에 출시 됐기 때문이다. ‘폴아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발사 블랙 아일 스튜디오(Black Isle Studio)를 빼놓을 수 없다.
블랙 아일 스튜디오는 ‘아이스 윈드 데일’, ‘플레인 스케이프: 토멘트’, ‘폴아웃’ 등을 개발했다. 그리고 잘 알고 있는 바이오웨어의 ‘발더스 게이트’ 개발에도 참여한 개발사다.
‘폴아웃1’과
‘폴아웃2’는 스케일, 스토리면으로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모 기업인 ‘인터플레이’의 경영이 어려워 블랙 아일 스튜디오의 ‘폴아웃3’는
난항을 겪게 됐다. 결국 ‘폴아웃’의 주요 개발 인원은 트로이카 게임즈라는 회사를 차리고 나갔다. 이로서 블랙 아일 스튜디오는 ‘폴아웃3’ 개발은 중단되어 버린 것이다. |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트로이카 게임즈도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폴아웃3’의 기대감이 팬들에게도 잊혀질 즈음.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베데스다 스튜디오는 폭탄 선언을 한다. 바로 ‘폴아웃3’의 개발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개발사가 완전히 달라진 ‘폴아웃3’이지만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게임들이 그 완성도를 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해외에서 출시된 베데스다 방식의 ‘폴아웃3’에 대해 알아 보자.
▲ 인류는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
드라마틱한 스토리 리얼한 세계관
태초부터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 그것은 전쟁이다. 인류는 서로를 죽이다가 결국 지구 전체를 파괴한다. 자신들 삶의 터전인 지구가 전화에 휩싸인 것이다. 그 결과 핵전쟁이 쓸고 간 하늘에서는 낙진과 불덩어리들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피해 볼트(Vault)라는 지하 방공호에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지구라는 낙원을 망친 데에 대한 신의 형벌이었다.
▲ 지하의 세계에 스스로 갇힌 인류 |
게임의 시작은 그 이후의 볼트 내부에서 시작 된다. 주인공은 볼트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아 혹은 여아다. 이 아이가 성장 하며 겪게 될 내용이 메인 스토리이다. 플레이어 주변에 등장 하는 NPC들과의 유대 관계가 긴밀하다. 마치 게임 안에서 그들과 공존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런 유대감과 공존감이 여러 퀘스트를 통해서 형성된다.
RPG(Role Playing Game) 게임의 중요한 요소인 역할이 뚜렷한 것이다. 이것이 베데스다 스튜디오 게임들의 큰 장점이다. 황폐해진 지구의 위험을 표현한 것도 실감난다. 정말 이 게임은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잘 표현하고 있다. 군데군데 방사능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 서 있으면 방사능이 누적된다. 또 물이나 음식을 먹으면 소량의 방사능이 몸에 누적된다.
몸의 누적방사능 수치가 높아지면 능력치가 떨어진다. 방사능을 없애기 위해서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 이번에는 필드를 보자. 목표도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살아 남기 힘들다. 방사능에 의해 변이된 생물들은 살인적이기 때문이다. 전투는 매우 전략적이 되어야만 한다. 제한된 장비와 아이템으로 효과적으로 싸워야 한다.
직관적이고 접근이 용이한 인터페이스
RPG가 아주 매력적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장벽은 있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일단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영어다. 언어의 장벽은 RPG로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인터페이스의 어려움이다. 기계는 섬세할 수록 숙명적으로 그 내부는 복잡하기 마련이다. RPG의 섬세한 설정은 어려운 인터페이스를 초래했다.
▲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검증된 인터페이스 |
하지만, 베데스다 스튜디오는 역시 달랐다. 그 많고 복잡했던 것을 손실 없이 쉽게 구현해 냈다. 핍-보이 3000 이라는 일종의 시계형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로 모든 것을 함축했다(물론 핍-보이는 이전 시리즈에도 있었다). 이로서 퀘스트, 플레이어의 상태, 퀘스트 진행 상황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어의 높은 벽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많은 대사량과 복잡한 관계 설정은 외산 게임의 약점이다.
세기말적인 퀄리티의 그래픽
조금 과장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그래픽이 좋아도 세기말적일 것 까지야..? 하지만 볼트에서 나와 보게 되는 세계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원활하게 먼 곳까지 정확하고 세밀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뛰어난 인물 모델링 역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낮과 밤이 전환되며 반응하는 환경은 매우 놀랄 만 하다. 하지만 3인칭 시점에서는 캐릭터의 모션이 좀 어설프다.
▲ 최고의 그래픽과 표현력이라고 장담한다 |
문명을 과시했던 건물들의 잔해가 절망적인 현재를 역설하고 있다. 그 폐허를 보고 있자면 아름다웠던 과거가 교차된다. 단지 보여지는 그래픽이 아닌 생각하는 감성적 그래픽이다. 도시 내부의 표현도 FULL-3D로 재현해 놓았다. 정말 실제를 이상을 방불케 하는 화면을 보여 준다.
나비 효과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에 대해서 아는가? 작은 원인 하나가 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은 불씨가 대규모 산불을 일으키는 원리다. 중국에 있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 폭풍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건 ‘폴아웃3’에서의 실제 상황이다.
▲ 나의 결정이 다른 NPC에게 영향을 끼친다 |
NPC가 건네 주는 총을 받지 않음으로, 그 NPC가 나중에 살인을 하기도 한다. 반면, 총을 받게 되면 그 NPC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선택 하나 하나가 게임의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게임 초반 플레이 30분의 내용이 모두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어떤 플레이어는 무력으로 목표를 이룬다. 반면 다른 플레이어는 대화만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체험하게 되는 퀘스트도 약간 달라질 것이다.
내가 이끌어 가는 세상
평행 우주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선택에 따른 행동 수만큼의 같은 공간이 존재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째서 게임 하나에 나비효과니 평행우주니 들먹이고 있을까? 아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폴아웃3’에 모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엘더스크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폴아웃3’에 와서 더욱 민감하게 바뀌었다. 나의 변화가 ‘폴아웃3’가 존재하는 세계를 변화시킨다. 여러분은 이 게임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장담한다.
무공 무진한 캐릭터의 다양성
‘폴아웃3’에는 스탯과 스킬 이외에 퍽(Perk)이란게 존재한다. 퍽(Perk)은 스택과 스킬에 따라 정해진 레벨에 습득 가능하다. 이는 수 십여 종에 달하고 있어 파생 가능성이 다양하다(짝수 레벨에 선택 가능하다). 혹자는 무력으로 클리어하는 퀘스트를 대화만으로도 해결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퀘스트도 달라진다. 물론 보상도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어느 쪽의 길을 걷느냐는 철저하게 게이머의 선택이다. 여러 성향의 캐릭터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폴아웃3’의 큰 매력이다.
▲ 스킬과 퍽(Perk)의 조합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창출 된다 |
이외의 요소들
NPC들의 뛰어난 표정과 음성은 칭찬할 만 하다. 다양한 얼굴의 형태와 직업군이 그대로 반영된다. 또한 V.A.T.S. 라는 공격 시스템을 적용했다. 단순하게 적에게 사격을 퍼붓는 게 끝이 아니다. 액션 포인트를 사용하여 부위별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 특정 부위에 강한 공격을 쏟아 붓자 |
적의 무기를 공격해서 부수면 맨손으로 공격해 온다. 적의 다리를 계속 맞추면 이동이 느려지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팔을 맞추면 무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배경 음악도 평균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몇 가지 단점이라면..
먼저 언급한 플레이어 캐릭터의 엉성한 모션이다. 뛰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거나 근접 공격이 어설프다. 하지만, 게임성을 깎아 내릴 정도는 아니다. 사격에 의한 격발 쾌감은 FPS 팬들에게 어필할 만 하다. 그리고 퀘스트가 진행이 되지 않는 등 몇 가지의 버그가 발생된다. 그러나 패치로 수정되고 있다.
그리고 일단 한글화 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영어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으나 방대한 분량이다. 이는 게임메카 공략에서 번역하여 공략을 진행 중이다. 영어라고 해서 ‘폴아웃3’를 절대 놓치지 말자. RPG 팬이라면 일단 해봐야 하는 게임이다. 몇 년이고 길게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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