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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마.마.마. 우로부치 겐 첫 작품, ‘팬텀 오브 인페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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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부치 겐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페이트 제로’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또 반전 엔딩, 몰살엔딩의 대명사로도 널리 알려졌죠. 하지만 우로부치 겐의 팬들도, 그의 처녀작인 ‘팬텀: 팬텀 오브 인페르노(이하 팬텀)’은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팬으로선 매우 슬픈 일이죠. 그래서 게임메카 독자들을 위해 ‘팬텀’을 소개하려 합니다.

‘팬텀’은 메이저로 발돋움하기 전 우로부치 겐이 선보인 처녀작입니다. 따라서 ‘페이트 제로’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 보여준 느낌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반전이나 몰살보다는 우로부치 겐이 추구하는 미소녀와 총기, 하드보일드의 조화가 잘 드러난 작품이죠. 여기에 어두우면서도 각각의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일품입니다.

확장성도 좋은 타이틀이죠. 첫 발매작인 PC패키지버전을 시작으로 라이트 노벨, DVD, OVA애니, TV판 애니, PS2, Xbox360Rkwl 기기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발매됐습니다. 필자는 이번에 PC버전과 DVD버전, PS2 버전 위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 받은 ‘팬텀’의 매력에 같이 빠져보시죠.


▲ '팬텀: 팬텀 오브 인페르노'... '팬텀'이 두번 들어간 것은 오타가 아닙니다. 정식 명칭이예요

강한 여성, 밀리터리, 하드보일드…우로부치 겐의 로망을 담은 게임

‘팬텀’은 주인공이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며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암살자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눈치챈 ‘사이스 마스터’는 그의 기억을 제거하고, 미국의 범죄 조직 연합인 ‘인페르노’의 암살자로 키우죠.

이 게임은 ‘팬텀: 팬텀 오브 인페르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페르노’에 소속된 암살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참고로 ‘팬텀’은 ‘인페르노’의 탑 스나이퍼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시나라오는 크게 살펴보면 주인공이 ‘인페르노’라는 단체에서 ‘팬텀’이 되기 위해 훈련받는 과정, 탑 스나이퍼가 되어 펼치는 활약, 그리고 ‘인페르노’를 벗어나 도망자로서 살아가는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시나리오만 보면 인상이 평범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데요. ‘팬텀’은 이런 시나리오에 우로부치 겐 특유의 여성과 하드보일드, 밀리터리에 대한 로망을 녹여냈습니다. 실제로 게임에는 비현실적으로 강한 미소녀들과 밀리터리 마니아들도 놀랄 만큼 많은 총기류가 등장하죠. 여기에 범죄나 폭력 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넣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죠. 총기와 미소녀, 그리고 하드보일드 조합…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로망을 담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로망의 좋은 예와 나쁜 예, '아인'과 '드라이'(좌)와 '아인'과 '뱀 병장님'(우)

우로부치 겐은 본래 밀리터리 마니아로 유명하죠. 그런 만큼 총기에 대한 표현이나 설명도 매우 사실적입니다. 단순한 권총이나 장총부터 일반인에게 생소한 총까지 다양한 종류가 등장하는데요. 우로부치 겐은 이렇게 많은 총을 일일히 다 다르게 묘사해 마니아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총소리마저 모두 다르게 표현됩니다. 여기에 총기를 다루는 법이나 주의사항, 전투씬까지 모두 세밀하게 그렸죠.

여기에 우로부치 겐은 자신의 여성관을 ‘팬텀’에 가미했습니다. 우로부치 겐의 여성관은 소설 ‘블랙라군: 샤이타네 바디’ 발매를 기념해 실린 원작자와의 대담에서 잘 드러납니다. 참고로 소설은 히로에 레이의 만화 ‘블랙라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우로부치 겐이 집필한 것입니다. 나스 기노코의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페이트 제로’와 같은 개념이죠.


▲ '블랙라군' 만화책 8권에 있는 히로에 레이와 우로부치 겐의 대담...참고로 둘은 여성 취향이 비슷하다 

이런 대화 내용에서 할 수 있듯, 우로부치 겐의 글을 보면 미소녀 캐릭터와 하드보일드, 총기가 적절하게 조합된 작품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콜라보레이션 작품에서는 세계관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취향을 녹여내기도 합니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아케미 호무라’나 ‘페이트 제로’의 ‘에미야 키리츠쿠’와 ‘세이버’ 등이 비슷한 예죠.


▲ 주인공 말만 따르는 미소녀 부대의 로망!!!

참고로 팬텀은 어떤 히로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스토리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각자 특색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죠. 대다수의 미소녀게임을 보면 메인과 서브 히로인이 모습만 다를 뿐 스토리는 천편일률적인 경형을 보이고 있는데요. ‘팬텀은 히로인들의 개성이 뛰어나고 이를 스토리에 잘 녹여냈기 때문에 같은 세계관에서도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색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히로인 외에 조연 캐릭터도 각각의 개성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캐릭터는 시나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편입니다. 일문의 개성과 스토리를 강조하는 점은 주인공의 동네 또는 학교 친구 A, B로만 표시되는 인물이 많은 기존 게임들과 가장 두드러지게 차별화된 부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충성스러운 부하인 시가 토오루는 많은 여성팬을 거느리고 있는데요. 조직을 위해 충성을 바치던 인물을 죽인 뒤, 그의 자녀를 돌봐주는 등 차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자상한 모습이 스토리로 잘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이 캐릭터는 훗날 니트로플러스가 여성향게임 전문회사 니트로플러스 키랄을 설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 시가 토오루가 인기를 끌었기에 '토가이누의 피'가 탄생할 수 있었죠


등장 인물

 

아인(엘렌)


메인 히로인입니다.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이 명령을 따르는 인형 같은 수동적인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을 암살자로 가르치는 ‘인페르노’의 ‘팬텀’이죠. 지금 트랜드와 달리 너무 수동적이다 보니 취향에 따라 식상할 수도 있고, 행동도 예상하기 쉬운 편입니다. 다만, 단순한 인형 같았던 아인의 내면이 변화하면서 종국에는 주인공을 이끌어 주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추천 공략 순서는 첫 번째 입니다.

 

켈 디벤스(드라이)


세컨드 히로인 입니다. 빈민촌의 소녀에서 암살자까지...가장 변화를 많이 겪는 캐릭터입니다. ‘팬텀’에서 가장 행동력이 강한 캐릭터로 사고도 많이 치지만, 스스로 앞가림을 하고도 넘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묘한 매력이 있죠. 그래서 일까요? 주인공의 개성이 강한 ‘팬텀’에서도 히로인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는 인상을 줍니다. 참고로 ‘우로부치 겐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상에 딱 맞는 캐릭터’가 이 ‘켈 디벤스’죠. 다만, 너무 주도적인 캐릭터다 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여기에 ‘아인’ 루트와 겹치는 부분이 많으니 첫 번째나 두 번째로 클리어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클라우디아 맥커넨


‘인페르노’의 젊은 간부로 누님 속성을 가진 냉정한 야심가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인페르노’에 의해 세뇌되어 살아가야 했던 주인공을 각성시킵니다. 또 이해관계에 있으면서 주인공을 이용하기도 하죠. 이 캐릭터의 엔딩에는 우로부치 겐 특유의 비뚤어진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플레이 후의 기쁨을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메인 루트로 갈 경우 다른 히로인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마지막에 클리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후지에다 미오


‘팬텀’에서 가장 평범해 보이는 여고생 캐릭터입니다. 소심한 듯 하면서도 내면이 강직한하죠. 일그러진 ‘팬텀’의 세계관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캐릭터인데요. 덕분에 공략하다 보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인’과 ‘켈 디벤스’의 엔딩을 본 이후에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휘말려, 실패로 남은 비운의 한글화

스크린샷의 한국어만 보고 텍스트 후커나 아랄 트랜스 같은 번역 프로그램을 떠올리시는 이들이 있을 텐데요. 사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팬텀’은 정식 한국어판이 존재하는 게임입니다. 초창기 PC버전에 비해 일러스트가 개선된 DVD버전이 한국어로 발매됐죠. 다만, 일반적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세이브 방식이 아니라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특정 부분부터 시작하는 형태라 플레이는 다소 불편합니다.

DVD버전의 경우 세이브가 아닌 패스워드 방식이라 불편한 점은 있지만, 초창기 PC버전에 비해 개선된 일러스트에 정식 한국어판이라 일본어를 몰라도 즐기기 좋습니다. 여기에 일본어 나레이션까지 더빙되어 있어 듣는 재미가 쏠쏠하죠. 참고로 첫 작인 PC버전은 음성이 없습니다.


▲ 필자의 최애캐인 '아인'...

국내 정식 유통사였던 모노 소포트는 기존 ‘팬텀’의 팬들 소통하며 한국어 번역 퀄리티를 높였습니다.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혹평도 있었지만, 원작 느낌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죠. 여기에 ‘팬텀’에 나오는 총기류와 같은 모델의 전동건 지급 이벤트까지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었습니다. 미소녀게임의 정식 한국어화에 힘쓰며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수많은 복사본이 풀려버려 회사가 망한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실제로 정식 버전 판매량보다 와레즈 사이트 다운로드량이 훨씬 많았죠. 모노 소프트가 망하지 않았더라면 ‘미소녀게임이 지속적으로 한국어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씁쓸한 상상을 해봅니다. 사실 미소녀게임만 아니라 메이저한 다른 장르의 패키지게임 유통사도 복사로 인해 망한 걸 생각하면, 저작권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대의 그림자라 말할 수 있겠네요.


▲ 여기까지 마이너의 외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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