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0일(화), 드디어 ‘스타크래프트 2’ 3부작을 마무리 짓는 ‘공허의 유산’이 출시됐습니다. 젊은 신관 ‘아르타니스’와 프로토스 황금함대는 과연 고향행성을 탈환하고, 태고의 악 ‘아몬’을 저지할 수 있을까요? 기자는 우선 지스타 2015가 끝난 후에야, 5년을 기다려온 ‘스타크래프트 2’의 결말을 확인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이미 ‘공허의 유산’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결말을 확인한 유저들 사이에선 엔딩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들 게임을 즐기고 계실 테니 여기 적진 않겠지만, 들리는 바에 따르면 3부작 마무리로는 다소 김빠지는 결말이랍니다. 반면에 감동적이었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단원은 아니었던 거죠.
정말로 5년을 이어온 장대한 서사시가 이런 애매한 평가 속에 막을 내릴까요? 게임을 설치도 못 해본 기자가 벌써부터 불안한 이유는, 과거에도 잘 나가던 시리즈를 한 순간에 몰락으로 이끈 엔딩이 왕왕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잘 기억나지 않으시나요? 그렇다면 오늘은 ‘충격과 공포, 팬들을 좌절시킨 폭망 엔딩 TOP5를 보며 아픈 추억을 되살려보시기 바랍니다.
5위.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
▲ 설마 저 많은 전쟁군주가 전부 병풍이 될 줄이야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5위는 블리자드 간판 MMRPG ‘월드 오드 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차지했습니다. 이전 확장팩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영웅들에게 패배한 오크 ‘가로쉬’가 과거의 평행세계로 날아가 역사를 개변시킨다는 내용이죠. 오크가 아직 악마의 피에 더럽혀지기 전으로 되돌아간 ‘가로쉬’는 종족의 타락을 미연에 막고, 미래의 전쟁기계를 제공해 ‘강철 호드’를 창설합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발표될 당시만 해도 유저들의 반응은 열화와 같이 뜨거웠습니다. 기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간대에선 만날래야 만날 수 없는 ‘워크래프트 1’ 시절 오크와 인간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들과 연합하거나 피의 결투를 벌인다는 구상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배경부터가 너무나 이질적이었던 ‘판다리아의 안개’를 거친 직후라 더욱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중반 이후로 급격히 삐걱거렸습니다. 무게를 잔뜩 잡던 전쟁군주들은 갑작스런 급전개와 함께 등장하기가 무섭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진정한 적은 ‘불타는 군단’의 악마들이란 식상한 전개가 됐죠. 심지어 마지막에는 이제껏 강철 호드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그롬 헬스크림’이 악마들에게 포박당하자, 플레이어가 그를 구해주고 함께 훈훈하게 평화를 맞이하는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결말을 보여줬습니다.
▲ 강철호드가 주적일줄 알았다면 경기도 오산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 이 엔딩은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4위. 데드 스페이스 3, 꿈도 희망도 없는 암담함의 끝
▲ 주인공을 어디까지 굴릴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주는 게임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4위는 EA의 호러 TPS ‘데드 스페이스 3’입니다. ‘아이작 클라크’라는 한 평범한 엔지니어가 외계 물질 ‘마커’와 이를 통해 생성되는 괴물 ‘네크로모프’ 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 하는 게임이죠. 명작으로 칭송 받는 1, 2편과 달리 최신작인 3편의 평가는 다소 미묘합니다. 시리즈 전통의 공포 요소가 많이 희석된 데다 내용 전개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죠.
내막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아이작’은 전편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 때문에 폐인이 된 채 숨어살지만, ‘마커’를 모시는 사이비단체의 추적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 와중 ‘마커’를 영원히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에 대해 듣게 되고, 모든 악몽을 끝내기 위해 얼음행성 ‘타우 볼란티스’로 향하죠. 이곳에서 아주 오래 전 ‘마커’에 저항하던 한 외계 문명이 남긴 유물 ‘코덱스’을 발견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문제는 플레이 자체는 별로 무섭지도 않으면서 개연성도 없이 동료를 자꾸 사망처리 하는 식으로 내용을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아이작’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며, 적들은 만화 속 악역마냥 어설픈 일처리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합니다. 가장 힘이 빠지는 부분은 결말부인데, ‘아이작’이 이제껏 한 고생은 되려 ‘마커’를 되살리는 행위였다는 뜬금없는 반전이죠.
결국 플레이어가 무슨 짓을 하던 ‘마커’의 궁극진화형 ‘문’이 최종보스로 등장합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엔딩에서 전우주의 ‘문’이 줄줄이 깨어난다는 것이죠. 게임 내내 어설픈 플롯을 참아가며 뛰어다녔는데, 마지막에 그 모든 것이 ‘삽질’이었다며 최종보스가 나오고, 심지어 방금 힘겹게 쓰러트린 최종보스가 수십 마리쯤 더 등장하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플레이어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악질적인 엔딩이죠.
▲ 아오 죽을 둥 살 둥 엔딩을 향해 갑니다, 우주 평화!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 어떻게 수습하려고 엔딩이... 그리고 후속작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3위. 아수라의 분노, 진엔딩을 보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 분노로 파.괴.한.다! 물론 왼쪽 상남자가 '아수라'입니다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3위는 캡콤이 내놓은 액션게임(?) ‘아수라의 분노’입니다. 제목처럼 주인공 ‘아수라’가 시종일관 분노를 거듭하는 게임이죠. 신국 트러스트림을 수호하는 팔신장의 일원이었던 ‘아수라’는 어느 날, 신국의 지배자 ‘신황 스트라다’을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아내와 딸을 잃은 채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모든 것은 그의 동료 팔신장들의 음모였고, 이에 분노가 극에 달한 ‘아수라’가 1만 2,000년 만에 부활하며 본편이 시작됩니다.
되살아난 ‘아수라’는 죽은 줄 알았던 딸 ‘미트라’가 옛 동료들에게 붙잡혀있음을 알게 되죠. 이제 그는 딸을 구출하고 배신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복수귀가 됩니다. 그 대장정을 여기에 다 적을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결말이 나온다는 겁니다. ‘아수라’는 모든 원수를 다 처단할 뿐 아니라 배신이 일어난 원인조차 제거합니다. 마지막에 딸 ‘미트라’를 다시 만나며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특정 조건 달성 시 볼 수 있는 진엔딩입니다. 마지막 싸움이 끝난 후 갑자기 창조주라는 자가 나타나 ‘미트라’의 몸을 빼앗고 싸움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갑작스레 게임이 끝을 맺죠. 이게 대체 무슨 경우냐고요? 캡콤은 무려 2개월 후에야 창조주 ‘전륜성왕’과 겨루는 진짜 결말부를 내놨습니다. 그것도 유료로 말이죠. ‘아수라는 분노’는 현재까지도 엔딩을 돈 주고 판 전무후무한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 겨우 모든 싸움을 매듭짓고 딸을 구했나 했는데...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 뉘신지? 이 녀석과 싸우려면 2달을 기다리고, 돈까지 내야 했습니다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2위. 매스 이펙트 3, 이제는 전설이 된 3가지 빛깔 신호등 엔딩
▲ 시리즈 내내 플레이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했던 '매스 이펙트'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2위는 RPG 명가 바이오웨어가 선보인 ‘매스 이펙트 3’입니다. ‘매스 이펙트’는 행성계 연합 우주군의 엘리트 ‘셰퍼드’ 소령을 주인공으로, 깊이 있는 SF 세계관과 진보적인 시스템, 다채로운 콘텐츠를 두루 갖춘 명작이죠. 이 작품도 앞서 ‘데드 스페이스’처럼 3편에서 평가가 급락한 경우인데, 재미있는 것은 전체적인 게임성이 우수함에도 엔딩 하나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는 겁니다.
‘매스 이펙트’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고, 동료와 관계 하나도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 서사성과 자유도가 강한 게임입니다. 심지어 후속작이 나오면 전작 데이터를 계승하여 과거 선택을 그대로 반영할 수도 있죠. 따라서 시리즈를 정주행한 플레이어라면 그간 쌓아온 관계와 선택에 큰 애착을 갖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매스 이펙트’ 팬이라면 최종장인 3편에서 이제껏 해온 수많은 선택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길 기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매스 이펙트 3’는 그저 엔딩 직전에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빨강, 파랑, 초록빛 가운데 하나가 우주를 가르며 끝이 납니다. 즉 3부작 내내 어떤 선택을 해건 관계 없이, 그저 색만 다른 빛이 뿜어져 나오는 사실상 하나의 결말만이 존재하는 겁니다.
이것이 이제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매스 이펙트 3’ 신호등 엔딩입니다. 이 엔딩 하나로 바이오웨어는 그간 쌓아 올린 명성을 한순간에 날려버렸죠. 뒤늦게 붉은빛은 AI의 멸망이며, 푸른빛은 ‘셰퍼드’ 신격화, 초록빛은 기계와 유기체의 융합이라는 설명을 덧댔지만, 납득도 안될뿐더러 연출도 최악이었습니다. 심도 깊은 이야기로 이름난 ‘매스 이펙트’가 졸지에 ‘폭망’ 엔딩을 상징하는 존재가 돼버렸죠.
▲ 우주 신호등이 아닙니다, 지금 '매스 이펙트 3' 엔딩을 다 본겁니다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1위. 커맨드 앤 컨커 4, 플레이어의 어이를 우주로 날려버리다
▲ 카리스마 악역에서 갑자기 우주구급 실향민으로 변한 '케인'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대망의 1위는 EA의 RTS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입니다. 이 녀석은 너무나 문제가 많은 나머지 팬들이 아예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 들질 않죠. 그래도 나름대로 지구를 잠식하는 미지의 자원 ‘타이베리움’을 둘러싼 GDI와 NOD의 전쟁을 끝맺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커맨드 앤 컨커 4’의 문제를 하나씩 열거해 보면, 일단 만들다 만듯한 신규 시스템 ‘크롤러’로 인해 게임성이 크게 훼손됐으며, 캠페인이 형편 없을 정도로 빈약하고, 멀티플레이는 밸런스가 전혀 안 맞습니다. 심지어 EA가 출시 직후 개발진 대부분을 해고해버려 사후 지원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었죠.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쌍벽을 이뤘던 ‘커맨드 앤 컨커’의 최후는 그렇게나 허망했습니다.
가장 참담한 부분은 게임 내용 그 자체입니다. 4편의 주역은 ‘커맨드 앤 컨커’의 상징적인 카리스마 악역 ‘케인’이 맡았는데, 그는 몇 번이나 죽음을 극복할 뿐 아니라 수백 년 전 과거에도 언급되는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인류를 초월한 지식과 신비로운 풍모를 겸비한 ‘케인’의 정체는 선악을 넘어 시리즈 팬들의 영원한 ‘떡밥’이었죠.
차라리 4편이 출시되지 않고, ‘케인’이 누구인지 영영 비밀에 부쳤다면 좋았을 겁니다. 그러나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 엔딩에서 케인은 “난 사실 기원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었는데, 이제야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됐어. 다들 그간 너무 고마웠고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해!”라는 식으로 ‘외계밍아웃’을 한 뒤, 우주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그걸 지켜보던 팬들의 어이도 함께 우주로 날아갔죠. 역시 ‘커맨드 앤 컨커 4’는 존재치 않는 걸로 해야겠습니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다고요.
▲ 여러분 저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세요!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 엔딩을 지켜보던 팬들의 어이도 함께 우주로 날아갔다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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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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