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스크롤과 AOS가 만났다? '하이퍼유니버스' (사진제공: 넥슨)
시장에서 어떤 상품이 히트를 치면, 곧 비슷한 물건들이 우후죽순으로 범람한다. 게임계도 마찬가지다.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가 국민게임으로 등극한 후 얼마간 꽤 괜찮거나, 유감스러운 국산 RTS들이 많이 나왔다. 한동안은 FPS와 MMORPG가 그러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가 바통을 이어받은 후에는 AOS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다.
AOS와 3인칭 액션을 접목한 ‘사이퍼즈’, ‘로코’, ‘에이지 오브 스톰’부터 전통적 쿼터뷰 방식인 ‘카오스’, ‘아발론’, ‘코어마스터즈’까지 여러 도전자들이 나섰다.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 ‘도타 2’ 등 해외 용병들도 가세했다. 그러나 이 중 몇몇은 이미 유저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왕좌를 굳건히 지키는 사이 색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 게임들은 하나, 둘 사그라졌다.
신생개발사 씨웨이브소프트는 색다른 해법을 들고 나왔다. ‘마리오’와 ‘록맨’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횡스크롤 액션과 AOS를 접목시켰다. 과연 ‘하이퍼유니버스’가 두 장르의 환상적 퓨전일지 아니면 그저 불편한 동거일지, 5일간의 알파테스트에서 직접 체험해봤다.
▲ '하이퍼유니버스' 공식 트레일러 (영상제공: 넥슨)
친숙한 횡스크롤 액션게임, 전략성이라는 날개를 달다
‘하이퍼유니버스’는 완연한 횡스크롤 게임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측면이 보이게끔 서있고, 오직 좌우로만 이동하거나 점프 및 공격이 가능하다. 화면이 자동으로 캐릭터를 따라가므로 쿼터뷰 AOS처럼 원하는 지점을 마음껏 살펴볼 수도 없다.
이동은 방향키로 가능하며, 그 외 대부분의 키는 키보드 좌측에 모여있다. 스킬 키가 일반적인 AOS보다 하나 더 많은 5개인데, 4개는 일렬로 배치하고 나머지 하나는 기본 공격 키 옆에 할당해 손가락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마우스는 각종 툴팁을 보거나 메뉴를 조작할 때 외엔 거의 쓰이지 않는다.
▲ 게임의 기본 골격은 늘상 즐겨오던 딱 그 횡스크롤 액션
왕년에 ‘마리오’ 좀 해봤다면, 이러한 조작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장은 어떨까? 일반적인 AOS는 다양한 공격로를 통해 전략의 깊이를 부여한다. 만약 길이 하나뿐이라면 한곳에 힘을 집중할지, 우회해서 기습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평면으로 이루어진 횡스크롤게임은 갈림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이퍼 유니버스’는 복층에서 답을 찾았다. 길을 옆으로 낼 수 없다면 위아래로 뚫어버리면 그만이다. 테스트에서 공개된 ‘드래곤의 둥지’는 본진과 방어탑이 설치된 중앙 공격로를 중심으로 지상 4층, 지하 3층으로 이루어졌다. 각 층은 사다리나 점프발판을 통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데, 사다리는 적이 흔들면 떨어지고 발판은 2번 이상 쓰면 잠시 작동불능이 되는 등 변수가 존재한다.
미니언은 오직 중앙 공격로만 진격하며, 나머지는 전부 중립지역 ‘정글’이다. 정글에 도사린 몬스터들을 처치 시 골드와 경험치는 물론 강력한 소비아이템을 주기 때문에 양측의 쟁탈전이 치열했다. 이외에도 정글을 우회해 상대편 후미를 기습하거나, 적의 추격을 따돌리는 등 복층 맵의 특성을 활용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연출됐다.
▲ 이것이 바로 복층 전장 '드래곤의 둥지'
▲ 위 아래로 왔다 갔다... 동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 최상층에 위치한 드래곤, 후반에도 건들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하다
캐릭터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게임의 깊이
AOS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캐릭터들의 화려한 면면을 살펴보자.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대물, 슈퍼로봇, 용자, 뱀파이어 등 온갖 장르에서 모티브를 얻은 ‘하이퍼’ 24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개성적인 외형만큼이나 콘셉과 잘 조화된 스킬 구성을 보여준다.
일례로 머리가 둘 달린 오거 ‘굴룬바’는 일정 시간마다 양쪽 머리가 주도권을 바꿔가며 스킬의 강약이 바뀐다. 스톰레인저 ‘레드’는 그린, 블루, 핑크 등 동료들의 원호를 받아 스킬을 강화하고, 여성 람보 ‘미셸’은 마나를 쓰지 않는 대신 주기적으로 탄약을 장전해줘야 한다.
▲ 필자의 '최애캐' 미셸, 중기관총의 우월한 화력을 제대로 구현했다
▲ 왼쪽은 창을 찌르고 오른쪽은 철퇴를 휘두른다, 기발하다
스킬 연계에 있어서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선에서 적의 진영을 붕괴시키는 ‘브루저’에게는 진입과 분쇄, 빠른 이탈에 특화된 스킬들이 주어졌으며, ‘탱커’는 아군의 피해를 대신 받아내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스킬들을 지녔다. 어설프게 아무 스킬이나 뒤섞어 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위해 5개 스킬이 촘촘히 설계된 것이다.
캐릭터 육성 방식은 ‘사이퍼즈’와 유사하다. 레벨 6부터 사용할 수 있는 궁극기를 제외한 4개 스킬이 처음부터 개방되어있다. 따라서 레벨이 올라도 특별히 플레이어가 신경 쓸 일은 전혀 없다. 장비는 미리 로비에서 5개를 골라놓은 후, 게임 내에선 벌어들인 골드로 업그레이드만 진행한다. 덕분에 전투 중에 상점에 계속 들락거릴 필요가 없다.
▲ '저격모드' 처럼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지닌 캐릭터도 있다
▲ 힐링 대상은 이런 식으로 편리하게 고른다, 차후 패드 지원도 염두에 둔 듯
각 장비는 총 3~4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최종 단계까지 업그레이드하면 강력한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장비 하나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만큼 전력 공백이 발생하므로 상황에 따라선 저렴한 업그레이드를 우선하도록 하자. 아군이 잘 성장했을 때는 팀버프 효과를 주는 장비에 투자하고, 적의 화력이 자신에게 집중될 때는 개인방호에 집중하는 등 상황에 맞는 장비 업그레이드가 승리의 지름길이다.
장비를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게임 입장 시 장신구 하나를 추가로 선택해야 한다. 장신구는 시야확보를 위한 와드 설치부터 체력 회복, 방어막 형성, 순간 가속 등 다양한 기능이 구비되어 있다. 하나같이 유용한 능력이긴 하지만, 선두에서 활약하길 즐기는 필자는 일단 살고 보려고 방어막을 선택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그렇게들 시야의 중요성을 외쳤건만 정작 와드를 챙기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 장비는 로비에서 미리 장착한다, '사이퍼즈'와 대동소이
▲ 다른 유용한 장신구들을 놔두고 선뜻 와드를 고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실전은? 정글을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처음에는 다들 우왕좌왕 몰려다니느라 바빴지만, 테스트 3일차쯤 되자 나름대로 기초가 잡히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전략은 ‘셀린느’나 ‘미셸’처럼 원거리에서 적을 견제하고 빠르게 미니언을 정리할 수 있는 캐릭터가 중앙을 맡고, 나머지가 정글을 점거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글에서 조금 힘을 빼는 대신 중앙에서 2명이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물론 테스트인 만큼 누구나 자유롭게 캐릭터를 고르다 보니 다소 암담한 조합도 왕왕 나왔다. 가령 원거리 공격수가 한 명도 없어 방어탑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거나, 방어력이 빈약한 미녀 4총사로 팀을 꾸렸다가 적 돌진조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했다.
▲ 중앙에서 적을 견제할 원거리 공격수를 두길 추천한다
조합과 실력이 대등한 경우에는 대부분 정글을 장악한 쪽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횡스크롤 게임의 특성상 화면 밖 전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와드조차 외면을 받다 보니 저 위에 뭐가 도사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정글을 내줬다간 중립몬스터를 빼앗기는 건 예사요, 언제 불시에 기습당할지 모르니 어느 쪽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정글에서 중립몬스터를 사냥하며 그때그때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비전투 시 회복 속도까지 매우 빠르다 보니 크고 작은 교전이 계속 반복됐다. 덕분에 실제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다소 느린 편임에도 체감하는 템포는 굉장히 빠랐다. 20분 정도의 짧은 게임 한 판에 AOS 특유의 재미를 꽉꽉 눌러 담았구나 싶었다.
▲아군측 정글에서 사냥하다가도 불시에 적을 만나곤 한다
▲ 정글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계속해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다
다만 게임 한 판에 드는 시간이 짧은 것과 반대로 부활 대기시간이 여느 AOS보다 길다. 빠른 체력 회복과 기본 장착된 회피기 덕분에 죽을 일이 그리 많진 않지만, 중반 이후에 자칫 사망했다간 1분 이상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본진 포탑을 사이에 두고 지리한 공방전이 이어지기 마련이므로, 전투에서 승리한 쪽이 빠른 결착을 낼 수 있게 부활 대기시간을 길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
▲ 부활 대기시간이 길다, 후반 한타에서 전멸했다면 '망했어요'를 외치자
넥슨 차세대 유망주의 탄생을 확신하며
필자가 ‘하이퍼유니버스’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지스타에서다. 당시 ‘메이플스토리 2’, ‘공각기동대’ 등 쟁쟁한 대작 틈바구니에서 이 작품을 주목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알파테스트를 기하여 ‘하이퍼유니버스’가 넥슨 차세대 유망주로 올라서리라 확신한다. 적어도 필자 마음 속에는 최고의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겨우 알파테스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담백한 그래픽과 잘 정돈된 UI, 개성적인 캐릭터, 전략적인 안배가 깃든 전장까지 놀라우리만치 완성도가 높다. 별다른 치명적인 오류나 서버 관련 이슈도 없었다. 일부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력하고, 장신구나 아이템 선택에 쏠림 현상이 있긴 했지만 밸런스는 차차 잡아가리라 본다. 무엇보다 기존 흥행작과 정면 승부하기보다 횡스크롤 AOS라는 독자 노선을 구축했단 점에서 ‘하이퍼유니버스’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 알파테스트에서는 전체적으로 깔끔한 UI가 제공됐다
▲ 그래픽은 막 뛰어나진 않은데, 조잡하지 않고 보기 편하다
▲ 잘 갖춰진 테스트 모드도 있다, 가산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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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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