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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 알 권리, 자율 안 되면 법으로 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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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5일 열린 기자연구모임 현장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업계의 ‘자율규제’와 정우택 의원의 ‘법률안’의 목표는 동일하다.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품과 확률을 공개해 유저들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사기 전 정보를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소비문화 안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게임 유저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다만, 자율규제는 업계 스스로, 법률안은 의무로 진행한다는 강도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알 권리 보장'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둘 중 어떤 방식이 더 합당할까?  8월 25일 열린 기자연구모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화두에 오른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총 13개 매체가 참석한 이번 모임의 공통된 의견은 '가능하다면 자율규제로, 청소년과 성인 구분 없이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법으로 하기 전 자율규제로 '확률 공개'라는 문제를 업계 스스로가 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는 부족하다. ▲ 자율규제 대상 게임이 모두 참여한 것도 아니며, 일부 업체는 '확률 공개'를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 구성품 및 확률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같은 회사가 서비스하는 게임끼리도 공개 방식이 통일성 없이 중구난방이다. ▲ 7월 말 발표된다고 하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도 8월을 넘겨, 9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함흥차사다.

다시 말해 '법에 앞서 업계 스스로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공개해 유저와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자율규제는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기자연구모임에 참석했던 모 기자는 확률을 공개하면 업체들은 0.00으로 시작하는 숫자를 본 유저들의 기대심리가 무너지고, 이러한 박탈감이 게임에 악영향을 미칠지 몰라 두려워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확률 공개만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아이템에 무엇이 들었고, 획득 확률을 얼마인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원산지가 공개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둘 중 무엇을 더 믿고 살 수 있을까? 단연 전자다. 국산이 아닌 수입산이라도 원산지가 적혀 있고, 가격이 함께 제시한다면 본인의 판단 하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좀 비싸더라도 한우가 좋다면 국산을, 실속 있는 상차림을 원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을 고르면 된다. 반면, 원산지기 없는 고기는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근거로 이 가격에 팔고 있는지 알 방도가 없어 꺼리게 된다.

확률형 아이템 구성품 및 확률 공개는 원산지 표시와 같다. '이건 불가능한 확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를 인지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전자는 정보를 확인한 뒤 확률형 아이템을 살 것인지, 산다면 어느 정도까지 돈을 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확률도,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면 '이 정도 쓰면 나오지 않을까'라는 추축과 기대심만으로 돈을 써야 한다.

물론 정보 공개가 확률형 아이템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설사 모든 게임의 구성품과 개별 확률을 알린다고 해도 불만은 있다. 혹자는 '이것이 뽑으라고 만든 확률이냐'라고 지적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은 '확률대로 아이템이 안 나온다'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안에 무엇이 들어 있고, 확률이 얼마인지 안다면 적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듯한 마음가짐은 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확률 공개로 유저와 업체 간의 갈등을 100% 해소할 수는 없지만 유저들의 '알 권리 보장'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이 구매할 물건에 대한 사전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보장되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다. 다시 말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들의 '알 권리 보장'은 자율규제로 납득할만한 결과를 뽑아낼 수 없다면 법으로 만들어서라도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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