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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3 2010 무엇을 남겼나?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E3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번 E3에서는 MS와 소니, 닌텐도가 각각 차세대 하드웨어를 선보였고, EA나 액티비전 등의 메이저 업체도 각각 신작 게임을 내놓으며 열띤 신경전을 벌였다. ESA는 이번 E3에 약 300개의 업체가 참여했고 총 관람객은 4만 5천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애초 예상했던 만큼의 결과는 나와 주지 못했지만, 동작인식 기기와 3D 콘텐츠를 통해 게임산업의 흐름과 트랜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키넥트와 무브는 동작인식 콘텐츠로써 새로운 타겟층 확보와 그로인한 잠재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닌텐도 3DS와 그 밖에 공개된 3D 게임들은 향후 콘솔 시장의 ‘요’가 당분간 3D 매커니즘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미’가 없었다는 의견도 들려온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단순히 즐거움이 아닌 ‘끌리는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3사의 하드웨어 기기는 정확히 기대한 만큼만 성과를 보여주었고, 공개된 신작들은 하나같이 ‘기대작’이란 타이틀이 붙긴 했으나 톡 쏘거나 화끈하게 빨아들이는 식의 인상 깊은 맛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동작인식 기기, 대중화를 먼저 이루는 것이 관건

키넥트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MS는 E3가 시작되기 이틀 전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프로젝트 나탈’의 비밀을 넌지시 풀어놓았다.

주목할 부분은 콘셉이다. MS는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모두에게 흰색 가운을 입게 하고 아마존처럼 설계된 넓은 공간으로 인도했다. 어리둥절한 방문객 주위로 원주민 복장을 한 관계자들이 모여들었고, 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팬터마임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모두 부담감을 느끼는 듯 했으나 어느새 이들의 맞춰 연기를 하고 심지어 춤을 추기도 했다. 물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단순한 행위만으로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유도했던 것이다.

이렇듯 키넥트의 콘셉은 바로 ‘표현’이다. MS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표현해 즐거움을 느끼게끔 유도했다. 함께 공개된 소프트웨어도 이 표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됐다. 특히 스포츠와 댄스 장르의 게임은 온몸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자유분방한 표현을 이끌어냈고, 요가 등을 비롯한 기능성(건강) 장르는 다소 집중력을 요구하며 절제된 표현력을 연출해냈다. 무엇을 하든 ‘웃음’은 옵션으로 따라붙었다.

▲ 방문객 모두는 흰색 가운을 입고 어리둥절하게 지내야 했다

확실히 키넥트는 특별한 보조기기 없이 온몸을 인식할 수 있는데다, 동작과 관절 하나하나까지 잡아내는 세심함을 갖추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앞으로 등장할 타이틀도 기대된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신기해서 한번, 놀라워서 한번, 재밌어서 한번씩 웃게 된다. E3 행사장에서 시연을 하는 방문객들의 즐거운 표정은 전 세계 매체에 공개된 E3 관련 사진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정도다.

소니의 PS무브도 키넥트와 비슷하다. 닌텐도 Wii와 근본적인 차이점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아 키넥트 만큼 이슈화되지 못했지만, 전체 동작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반응속도가 더 빨라 모션 컨트롤러 자체로써의 성능은 절대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

물론 키넥트와 PS무브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의 전문기기’가 아니다. 게임 전문가들, 그러니까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맞춤제작된 것이 아니란 거다. 몸을 움직여야하니 장시간 플레이도 힘들고, 0.1초의 반응속도는 답답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 때문에 누군가 공상했던 블록버스터급 게임의 동작인식은 현재로써 구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아니 구현돼도 안 할 것 같다. 결국 몇 년 전 닌텐도의 Wii가 그랬던 것처럼 가정용 기기로 그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형태 말이다.

키넥트와 PS무브가 동작인식 기기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평가받지만 ‘혁신’을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미사여구로 포장을 한다 해도 결국 ‘Wii의 연장선’이라는 부분은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 눈이 즐거웠던 댄스 댄스!

하지만, 두 기기는 기존 게이머가 아닌 새로운 유니크 타겟층 확보를 통해 잠재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게임들은 ‘콘솔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댄스, 건강, 음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로 그 손길을 뻗쳤기 때문이다.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범위가 이미 다수의 소프트웨어를 확보한 Wii와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이은석 실장은 개발자 입장에서 동작인식 기기를 평가해달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패미콤 시절에는 버튼이 2개였지만, 현재 게임기기는 버튼이 8개가 넘는다. 때문에 콘솔의 접근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인데, 동작인식 게임은 컨트롤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게임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확실히 MS와 소니는 동작인식 기기를 통해 게임 시장의 파이를 넓혀나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존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위해서는 꾸준한 신작 출시와 함께 새로운 트랜드로 급부상한 3D 게임을 적극 내세워 보답할 터이다.

다가오는 9월과 11월, PS무브와 키넥트가 각각 출시된다. 얼마만큼의 성과를 누릴지, 그리고 어떤 기기가 먼저 대중화를 이끌어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어허? 이거 나름 재미있는데?


E3의 3D 열풍... ‘왜 이렇게 하는 거죠?’

이번 E3에서는 동작인식 기기와 함께 3D 입체 영상이 큰 화두가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히 대단했다고 평가하긴 힘들 거 같다. 이유는 역시 ‘왜?’라는 물음에 있다.

닌텐도의 ‘세계 최초’ 공세는 이번 E3에서도 이어졌다. 바로 3DS다. 닌텐도는 이 작은 휴대용 게임기에 안경 같은 특별한 액세서리 필요 없이 3D를 구현해 내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일반인들에게 전격 공개함으로써 거대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행사가 진행됐던 사흘 동안 항상 북적였던 닌텐도 부스만 봐도 얼마나 그 인기가 컸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 닌텐도의 3DS는 공개 시연을 통해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아직은 놀라운 점보다 불편한 점이 더 많다고 느껴진다. 처음 화면을 보면 눈에 휘둥그레지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꼭 3D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부터 생긴다. 즉 3D만의 장점이 아직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D 버전으로 재탄생한 ‘닌텐독스’의 경우 입체로 표현된 강아지를 보며 잠시나마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3D 슬라이더를 통해 깊이와 각도를 줄여도 가장 중요한 ‘재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또, 측면에서 보거나 조금만 거리를 멀리하면 3D 화면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측면에서는 화면 자체가 뭉개지고 흐릿해져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눈에 피로까지 겹치면서 서서히 어지러움까지 동반된다.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싶어도 실제 만져본 입장에서는 아직 ‘왜?’라는 의문점이 풀리지 않는다.

확실히 ‘왜?’라는 물음에 해답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NDS가 소프트웨어의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3DS의 단점으로 지적된 것들은 소프트웨어의 다각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물론 신기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게 그게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닌텐도 3DS가 아닌 여러 업체에서 내놓은 3D 버전의 게임들도 마찬가지. 이번 E3에서 ‘프론트미션 이볼브드’, ‘킬존3’, ‘그란투스리모5’ 등이 3D 버전으로 공개됐고, 기자는 따로 에픽 게임스 미팅 룸에서 ‘기어즈오브워2’의 3D 버전까지 체험해볼 수 있었다.

확실히 느낌은 달랐다. ‘기어즈오브워2’의 경우 절로 탄성이 새어나올 만큼 멋진 비주얼을 자랑했으나 역시 문제는 잠깐이었다. 이들 게임은 전용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데, 그런 수고를 감안하면서까지 굳이 3D 버전으로 즐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더 강하게 뇌리에 박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지만 3D 만의 강점이 아직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재미’라는 요소는 3D 버전으로 하든, 그냥 하든 큰 차이가 없다.

결국 해답은 3D 버전으로 해야만 하는 ‘이유’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를 돋보여줄 수 있는 고유의 콘텐츠가 필요하단 것. 콘솔 게임의 매력은 아무래도 화려한 비주얼에 바탕을 두다보니 3D 입체영상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먹잇감이 분명하다.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게임들은 3D 매커니즘에 강한 바탕을 둘 것임이 분명하다.

이번 E3에 공개된 3D는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지만 나름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다음 E3에서는 명확한 ‘이유’를 녹여낸 그런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까?

▲ 크라이시스2도 3D 버전으로 출시된다고 밝혔다


북미 E3의 변화, 한국 온라인 게임 나설 수 있을까?

“이번 E3는 영 재미가 없네. 오히려 작년 지스타가 더 재미있었던 거 같아.”

함께 취재를 갔던 선배 기자 한분이 술자리서 한 말이다. 게임쇼라면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쭉 관람을 해왔던 분이기에 뼈가 담긴 말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이 선배가 말하는 ‘재미’란 단순히 즐거움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게임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사실, 흥미로운 정보, 눈에 띄는 게임 등 ‘끌리는 무엇인가’의 집합체였다.

확실히 이번 E3에서는 동작인식 기기와 3D 입체기술을 제외하면 큰 이슈가 없었다. 특정 업체의 차기작이야 이미 사전에 다 공개됐던 것들이라 놀랍지도 않았고, 특정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시리즈는 심장을 쥐어짤 만큼 위력적인 방아쇠가 되진 못했다. 몇몇 대형 업체는 특별한 콘셉도 없이 부스를 마련해 시큰둥한 모습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느새 콘솔 게임이 판에 박힌 느낌이다. 여러 업체가 너도 나도 3D 기술에 손을 담그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고 새로운 자극제를 찾기 위함일 수도 있다. E3가 세계 최대의 게임박람회인 만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 이거 무슨 겜이죠?

상황이 이러하니 국내 온라인 게임의 적극적인 진출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번 E3에서는 넥슨의 ‘마비노기영웅전(현지명 빈딕터스)’, ‘드래곤 네스트’, ‘던전앤파이터’와 Enmasse(블루홀 스튜디오의 현지 법인)의 ‘테라’가 출전했다. 부스를 직접 둘러보기 전까지 걱정을 좀 했는데 의외로 많은 방문객들이 게임을 체험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확실히 북미 시장은 예전만큼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가 아니다. 변화하고 있다. 네트워크 환경도 차츰 나아지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넥슨 아메리카의 다니엘 김 대표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를 ‘버블 베이비’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곧 성인이 돼 온라인 게임을 큰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략화도 시장 진출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넥슨 아메리카는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주요 수입원인 선불카드를 미국 내 4만 여개의 유통망에서 판매하고 있다. 용량이 큰 클라이언트 전달 문제도 Enmasse의 경우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DVD는 따로 발송하는 형태의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북미 시장에 국내 온라인 게임이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은 서서히 넓어지고 있다. 이 흐름이 계속 유지된다면 더 많은 국내 온라인 게임이 북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E3에도 출품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너도 나도 막 달려들라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경쟁력을 세우고, 반드시 내세울 수 있는 콘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심장을 쥐어짤 만큼의 임펙트가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 몇 년 뒤, 이런 선물 보따리를 E3에서 잔뜩 보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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