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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읽어주는 여자] 팀원들의 암 유발요소, '예능 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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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봉, '트롤'이 되다

2009년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당시에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공대원들과 생사를 넘나들며 인생이 무엇인지 배웠죠 하하. 제가 얼음에 뒤덮인 성채에서 전투에 흠뻑 빠져 있던 그때, 게임 시장에 큰 획을 그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가 2009년 10월 북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북미 계정을 만들어가면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기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저는 워낙 한 게임에 빠져있던 터라 롤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1년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에야 처음으로 소환사의 협곡에 입장할 수 있었죠.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 귀여운 챔피언 '티모'를 골라 첫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맵을 둘러보아야겠죠? 상점에서 신중하게 아이템도 구경하고, 정글을 누비며 늑대도 잡아보고, 중앙에서 용맹하게 싸우기도 하고, 아래쪽 길에서 두 명의 챔피언이 어떻게 싸우는지 구경도 해보고…

저는 이렇게나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데, 채팅창에는 끊임없이 욕이 올라옵니다. 정말이지 우리 팀원들은 입이 험한 사람만 모아뒀나 봐요. 대체 누가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럴까 한참을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 한마디가 날아옵니다.

'야 소르봉, 이 트롤아!'


▲ 내가 트롤이라니, 으앙 그게 무슨 소리야

잘은 몰라도 '트롤'이 욕이라는 것쯤은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실을 부정하며 아냐, 트롤은 착한 종족이야! 강인함의 상징이라고!라고 스스로를 달래봐도 금이 간 멘탈은 회복되지 않더군요. 결국 풀이 죽어서 별다른 활약을 해보지도 못한 채, 제 롤 도전기는 그렇게 강제 마무리되어야 했습니다.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자칭 롤 고수 여럿에게 제 행동을 설명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욕먹을 짓 했네'였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각 챔피언마다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승리할 수 있다더군요. 제가 한 일은 팀플레이를 망치는 그야말로 '트롤링'이었던 것이죠.


▲ 해외에서도 '트롤'을 향한 반응은 뜨겁습니다

어찌 되었건, 저는 명예 회복을 하기 위해 롤 공부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롤 커뮤니티와 동영상 사이트를 뒤져보니 우수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의 영상이 아주 많더군요. 컨트롤도 뛰어나고, 빠른 상황 대처와 척척 맞는 호흡까지! 얼마나 연습을 해야 저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영상들을 훑어보다 느낀 점은, 의외로 '예능 롤'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엉뚱한 행동으로 팀원들을 웃기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실험'을 진행하거나, 의도하지 않게 실수를 저질러서 팀원들을 암 걸리게 만드는 분들의 영상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우니까 여러분들께도 몇 개 공유해 드릴게요.


롤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 '예능 롤'

▲ 본격 버섯 육성 시뮬레이션! '티모 오브 레전드'


▲ 악플을 부르는 버섯 농사꾼 티모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상은 '티모의 버섯 농장' 영상입니다. 별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른 이 영상 속에서는 티모가 40분의 플레이 시간 동안 약 600개의 버섯을 심으며 그야말로 버섯 육성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방법이긴 하지만, 적을 막아내기에는 탁월해보이더군요. 하지만 직접 당하게 된다면 화가 날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영상을 본 유저들은 '제목에 혐오주의 표시 좀', '티모 챔피언 삭제해주세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강렬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다들 게임 하시면서 버섯 좀 밟아 보셨나 봐요.


한계란 없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롤 실험'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상은 롤 안에서 다양한 '실험'에 도전했던 분들의 영상입니다. 반갑게도 칼바람 나락에 미니언을 잔뜩 가둬둔 장면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메카 '메카 실험실'의 기자님께서 연출하신 영상이더군요. 이 영상을 보시면 다시는 미니언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순식간에 억제기와 넥서스를 파괴하는 모습이 인상 깊네요. 그리고 저 많은 미니언을 모을 때까지 기다린 근성에도 손뼉을 쳐야 할 것 같네요.

그 밖에도 롤의 챔피언 중 누가 가장 빠른가, 혼자서 드래곤을 한 방에 처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 것들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미니언이 작다고 무시하면 험한 꼴을 보게 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 롤에서 가장 빠른 챔피언은 누구일까요?


▲ 드래곤을 한 방에 잡을 수 있는지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연출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트롤링'

이처럼 연출된 장면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팀원에게 폐를 끼치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한 번만 공격하면 쓰러트릴 수 있는 적을 빤히 쳐다보다가 뒤늦게 궁을 쓰는 피들스틱, 아무리 로봇 손을 던져봐도 절대 적을 맞추지 못하는 블리츠크랭크. 화면만 봤을 뿐인데도 답답함이 강하게 몰려오네요. 저도 함께 했던 팀원 분들께 저런 느낌을 주었겠죠…


▲ 정말 답답한데 계속 보다보니까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팀원의 실수는 속을 부글부글 끓게도 하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행동은 문제가 되겠지만 초보 팀원이 자아낸 작은 실수 정도는 웃으면서 용서해주는 게 어떨까요? 게임에서는 즐거움이 더 커야 하는 법이니까요.


▲ 훈훈하게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자꾸 머리속에는 이 말이 맴도네요

: 게임메카 황인솔 기자 (소르봉, breezy@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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