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3 2014'가 열린 LA 컨벤션센터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4’가 폐막했다. 올해 E3는 차세대 콘솔 3인방의 전력을 다한 스퍼트가 본격 시작된 경쟁의 장이었다. 소니는 PS4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및 라인업 발표를 통해 선두를 지켰으며, 그 뒤를 쫒고 있는 MS는 작년 메인이었던 키넥트와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 소개를 배제하고 Xbox One 신작에 초점을 맞추며 추격의 의지를 확실히 내비쳤다.
반면, 콘솔 3사의 마지막 업체 닌텐도는 ‘E3 2014’ 직전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었다. 닌텐도는 지난 2012년 11월 Wii U를 출시하며 차세대 콘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지만, 정작 Wii U는 1년 반 동안 고작 617만 대(4월 초 집계 기준) 판매되며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는 1년 늦게 출시된 PS4가 5달 동안 세운 기록보다 낮다. 킬러 타이틀이라곤 최근 발매된 ‘마리오 카트 8’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며, 해외 진출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Wii U의 부진으로 인해 닌텐도의 실적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한켠에서는 이와타 사장 퇴진론까지 불거졌으며, Wii U의 국내 정식 발매 역시 기약하기 힘든 형편이다.
Wii U 플랫폼의 초기 전개에 있어 닌텐도가 택한 방식은 Wii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닌텐도의 전작인 Wii는 PS3와 Xbox360에 비해 하드웨어 성능은 떨어졌지만, 위모트 컨트롤러를 활용한 독창적인 게임 플레이를 바탕으로 보급율을 높였다. ‘위 스포츠’와 ‘위 핏’ 등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난 뒤, 닌텐도는 ‘슈퍼마리오’로 대표되는 기존 인기작을 대거 출동시키며 전세계 1억 대 판매를 달성했다.
닌텐도는 2012년말 Wii U를 출시하면서 '슈퍼마리오 3D 월드',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U' 등 막강한 퍼스트파티 타이틀을 내세웠다. 그러나, Wii U에는 Wii의 ‘위 스포츠’, ‘위 핏’, NDS의 ‘두뇌 트레이닝’ 과 같이 기기의 특성을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닌텐도의 초기 전략은 다소 안일했으며, 시장의 특성 및 자사 플랫폼의 강점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 추측컨대, 발매 초반에는 닌텐도 스스로도 Wii U의 정체성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 같다
'E3 2014', 닌텐도가 바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닌텐도가 Wii U 타이틀을 중심으로 ‘E3 2014’ 디지털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사실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대부분의 눈과 귀는 소니와 MS, 그리고 각종 멀티플랫폼 개발사들의 신작 발표에 쏠려 있었다.
그러던 닌텐도가 바뀌었다. 이번 ‘E3 2014’에서 닌텐도는 기존의 전략을 대폭 수정해,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컨퍼런스 시작과 동시에 자사의 최고 인기 타이틀인 ‘슈퍼마리오’ 신작 발표는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슈퍼마리오’는 닌텐도 최고의 인기 IP임이 틀림없지만, 최근의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타성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면 대부분 일정 이상의 판매량은 보장됐기 때문이다. ‘슈퍼마리오’ 신작을 의도적으로 제외함으로써, 닌텐도는 자신들의 마음가짐이 기존과 달라졌음을 증명했다.
▲ 닌텐도의 타성을 의미하는 '마리오 신작', 올해 'E3' 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닌텐도의 창의성이 다시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닌텐도가 발표한 타이틀은 대부분 기존에 없던, 혹은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임들이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슈퍼마리오’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는 ‘마리오 메이커’, HD와 카툰 렌더링, 오픈 월드로 채워진 새로운 ‘젤다의 전설’, 털실로 이루어진 요시와 아기자기하게 돌아온 커비, 도우미 NPC 자리를 박차고 나온 토드(버섯)의 대모험, 새로워진 대난투, 수 년 만에 돌아온 스타폭스, 마리오 파티 등 흥미진진한 신작이 다수 공개되었다.
새로운 IP도 다수 추가되었다. 페인팅 땅따먹기 형식의 독특한 오징어 슈팅 게임 ‘스플래툰’과 3DS용 전략 게임 ‘프로젝트 STEAM’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젤다 무쌍’, ‘베요네타 2’, ‘제노블레이드’ 등이 뒤를 받쳐준다. 얼핏 닌텐도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는 이들 게임은 자사가 보유한 IP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해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기존까지의 Wii U 타이틀이 기존 게임의 단순한 레벨 업 버전이었다면, 이번에 발표한 타이틀 라인업은 그야말로 ‘진화’한 느낌이다.
대외적인 회사 분위기도 상당히 밝아졌다. 이번 컨퍼런스는 단순한 신작 소개에서 벗어나 각종 패러디 요소 및 개발자와의 진솔한 대화로 가득 채워져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퇴진 얘기까지 나왔던 이와타 사장은 북미 지사장 레지 필즈 아이메와 함께 꽁트 연기를 선보여 닌텐도 특유의 장난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며, 미야모토 시게루를 포함한 수많은 퍼스트파티 개발자들이 등장해 신작의 기획 의도와 특징을 소개하는 장면 역시 묘한 울림을 전했다.
▲ 닌텐도의 톡톡 튀는 창의성이 살아있는 새로운 IP '스플래툰'
▲ 다소 우스꽝스러운 결투 영상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증명한 이와타 사토루 사장
결과적으로 이번 ‘E3 2014’를 통해 닌텐도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그에 걸맞는 해결책을 발견했음을 시사했다. 물론 이번 E3에서 발표된 게임들이 과거 ‘위 스포츠’나 ‘NDS 두뇌발달 프로젝트’만큼 대성과를 거두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의 문은 열렸다. 닌텐도는 Wii U의 특성을 확실히 깨달았고, 잃어버린 창의성을 되찾아 더욱 흥미로워진 라인업을 구성했다. 마치 Wii 시절이 아니라 패미컴 시절의 닌텐도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한편, 닌텐도의 새로운 휴대용 플랫폼 공개 역시 조심스레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번 ‘E3 2014’의 주역은 Wii U였으며, 3DS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이었다. 물론 닌텐도가 Wii U에 치중한 나머지 2011년 초 발매된 3DS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할 만한 회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올해 3DS의 침묵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닌텐도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한다. 이와타 사장이 지난 5월 언급한 닌텐도 신형 콘솔의 등장은 예상보다 빠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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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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