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치' 게임 소개 영상 (영상 출처: 공식 홈페이지)
완구 회사로 유명한 오로라월드를 모회사로 둔 오로라게임즈가 신작 '헨치'를 내놨다. 완구 회사에서 웬 게임? 이라고 의문이 생길 법 하지만, 뜬금없이 내놓은 게임이 아니다.
'헨치'는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이다. ‘믹스마스터’는 2000년대 초반 몬스터를 동료로 삼아 전투와 육성을 동시에 즐기는 RPG로 한 차례 주목 받았던 게임이다. 오로라월드는 5년 전인 2008년 신 사업의 일환으로 온라인게임 사업을 추진했고, 오로라게임즈를 따로 두어 이 게임의 판권을 가져왔다.
오로라게임즈의 게임사업부를 이끄는 도범희 부장은 오로라월드 신 사업을 적극 추진한 인물. 믹스마스터의 라이센스를 모두 가져와 서비스까지 도맡았고, 후속작인 '헨치'의 개발에 뛰어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개발 기간 2년, 지난 지스타 기간 중 첫 테스트로 게이머에게 존재를 알린 '헨치'에 대해 삼성동에 있는 오로라월드 사옥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로라게임즈 서광록 기획관리 팀장(좌)와 인터뷰이 도범희 부장(우)
‘헨치’가 ‘믹스마스터’의 후속작이라고 했는데, 전작 ‘믹스마스터’가 궁금하다.
‘믹스마스터’는 싸이미디어에서 처음 개발하고 2003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10년 정도된 게임이다. 솔직히 ‘믹스마스터’는 소위 대박을 터뜨린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유니크한 면이 있어 소수의 게이머들이 10여 년간 즐길 만큼 나름의 특징이 뚜렷한 게임이다. 최초 개발사인 싸이미디어는 현재 일본에서 ‘믹스마스터’를 위탁 운영 중인데 우리가 글로벌 판권을 5년 전에 확보하고, 일본 판권은 작년에 가져왔다.
후속작인데 ‘믹스마스터2’가 아닌 새로운 타이틀로 내놨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부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믹스마스터’ 유저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전작에 비해 그래픽과 시점 등 기본적인 구조가 확 바뀐 점 크게 지적해 새로운 타이틀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또, ‘헨치’라는 이름 자체가 믹스마스터를 했던 유저라면 아주 익숙한 단어이기 때문에 기존 유저까지 아우를 수 있는 타이틀로 ‘헨치’를 결정했다. 자세히 보면 부제로 ‘믹스마스터’가 포함되어 있다(웃음)
방금 '믹스마스터'와 큰 차이점이 있다고 했는데 ‘헨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2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믹스마스터’ 라이센스를 가져온 초창기는 ‘믹스마스터’ 서비스에 주력했지만,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자연스레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 후속작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헨치’ 개발에 착수 했다. ‘믹스마스터’도 그랬지만, ‘헨치’ 역시 불특정 다수보다는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으로 콘셉을 잡았다. 특히, 실사풍의 화려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하는 엇비슷한 게임보다는 좀 더 특이한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만들었다.
‘헨치’의 가장 큰 특징은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모험을 즐긴다는 점이다. 물론 몬스터를 동료로 하는 다른 게임도 있지만, ‘헨치’는 특별하다. 몬스터 3마리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료로 삼을 수 있는 몬스터가 현재 450종 정도 존재하고, 각 몬스터는 레벨 마다 성능이 또 달라진다. 이 450종의 몬스터를 각각 잡았을 때 일정 확률로 코어가 떨어지고 이 코어가 몬스터로 변형되어 펫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헨치’ 시스템이다.
▲ '믹스마스터'와 '헨치'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도범희 부장
듣고 보니 '포켓 몬스터'랑 비슷하다?
(웃음) 비슷하긴 하지만 ‘포켓몬’은 진화가 핵심이고 우리는 합성을 하는 것이다. 두 개의 몬스터를 합성해서 완전히 다른 몬스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전작에서는 육성한 펫을 믹스하면 사라졌지만, 이번 작품에서 진화라는 시스템을 통해 기존에 육성했던 펫을 잃지 않도록 보완한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믹스마스터'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반응과 같이 이 진화라는 부분에 반감을 갖는 기존 유저들도 더러 있다. '믹스마스터' 기획자와 함께 새로운 개발자들이 뭉쳐서 만들었는데 전작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부분을 이번 작품에 녹여낸 것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방금 언급한 유저 반응은 지난 테스트 결과를 말하는 것인가? 전반적으로 1차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의 의견은 어땠나?
대체적으로 예상한 반응들이랄까?(웃음)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20세기에 이런 게임이 나오다니 놀랄 일이다’ ‘모바일게임이 낫겠다’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고 반대로 ‘난 이런 게임이 좋다’ ‘아기자기한 게 내 취향이야’라는 성향을 타는 반응 등이 있었다. 기존 유저는 전작을 기준으로 판단했는데 ‘믹마는 진화가 없는데 진화가 있다니 믹마 느낌이 안 난다’ ‘믹마는 2D인데 3D라니 어색하다’ 라는 식이다.
지난 테스트는 콘텐츠보다 서버와 기술적인 사항에 초점이 맞춰진 테스트였는데 특이하게도 총 테스터 중 50% 정도가 ‘믹스마스터’ 유저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었다. 10년 전에 즐겼던 게임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줬기 때문이다. 당시 10~20대 초반이었던 유저들이 30대가 되어서도 찾아준 것이다. 이 중 일부 유저들은 기간 중 29시간을 플레이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몰입과 애정이 강한 성향을 보여줘 놀랐다.
서버 걱정을 많이 했는데, 4일 동안 서버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버그가 다수 발견됐고, 이 때문에 접속을 못한 유저들도 많았다. 현재 해당 버그를 수정하고 있는데 최적화 작업과 버그 수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작업 중이다.
▲ '헨치'는 전작 '믹스마스터'에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다
테스트 반응에서도 알 수 있고, 앞서 언급했듯 일반적인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아닌 것 같다. ‘헨치’는 어떤 이들을 위한 게임인가?
과거 이야기를 잠깐 해야 할 것 같다. 5년 전 처음 ‘믹스마스터’ 유저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대전에서 올라온 모자가 있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태우고 직접 운전해서 간담회장에 방문했다. 으레 이런 경우 아들이 게임에 푹 빠져서 항의를 하러 왔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였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니는 원래 게임을 몰랐고 아들이 하는 걸 보면서 함께 ‘믹스마스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자 사이에 점차 대화가 늘어 갔고 초등 3학년 아들과 허물없이 대화하면서 함께 즐겨온 그 어머니는 간담회 소식을 듣고 아들과 방문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머니가 아들보다 레벨이 높아 아들을 도와주는 상황이었다(웃음)
그런 걸 보면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함께하는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헨치’는 이런 의도가 다분히 적용된 게임이다. 그래서 심의도 전체 이용가를 받았다. 화려한 그래픽, 엄청난 스케일을 내세우는 그런 게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 게임은 우리말고도 만들려는 곳이 많고 할만한 게 많으니까.
의도가 그렇다 보니 캐릭터도 독특하게 설정했다. 고독하고 비뚤어진 소년부터 한 때 방황했던 가출 소녀, 모든 것을 잃은 소년, 늙지 않는 소녀 캐릭터다. 흔히 볼 수 있는 외모에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런 아이들 캐릭터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만화 영화 같이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풀어 따뜻하고 호감 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게임들이 주류였는데 우리는 유저 성향(감성)을 타겟으로 하는 게임이 되고자 한다.
▲ 만화 영화처럼 캐릭터마다 스토리 텔링을 심어 놨다
첫 테스트의 결과도 확인됐고, 앞으로 일정과 계획이 남았는데?
‘헨치’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두 개 정도 준비하고 있는데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 개발로 제작 중이다. 모바일게임 사업은 공동 개발을 통해 함께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 그간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걸 쏟아내거나 조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헨치’의 일정은 우선 내년 1월 2일 파이널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다. 파이널 테스트로 결과를 살펴보고 공개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외에서 ‘헨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프랑스, 대만 등 해외 계약 건이 오가고 있다. 바이어들이 더 적극적으로 게임을 보고 싶어해 바이어 테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바어어 테스트가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웃음)
▲ 1월 파이널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으며, 내년 초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게임 중독법이 이슈가 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오로라에는 게임 사업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와서 신규 사업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추진했다. 만약 5년 전에 중독법이 나왔다면 신규 사업으로 게임은 시작도 안 했을 거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규 사업을 찾는 회사들은 게임은 아예 버리고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산업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압박을 하니 개인적으로도 안타깝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잘 풀려나가면 좋겠다. 물론 게임 쪽에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전부 게임 탓으로 돌리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팀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진짜 감사하다. 5년 전부터 함께한 이들은 지금 각 파트 팀장이 됐다.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연휴 시즌에도 테스트를 진행하고자 할 정도로 열정을 보여줘 너무 고맙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은 ‘헨치’ 상용화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공해서 팀원들과 혜택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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