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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전설의 고향 생각나는 로그라이크 ‘만귀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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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귀고개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다물치)
▲ 만귀고개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다물치)

아주 멀고 먼 고대 한국에,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가 오랜 기간 방영됐다고 한다. 옛 한반도 배경의 설화나 민담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내 다리 내놔”라는 명대사를 유행시키기도 했다는데, 역사가 유독 오래된 드라마다 보니 요괴와 귀신이라 하면 떠오르는 단번에 떠오르는 모습을 새기는 일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기자는 박민영이 출연한 구미호를 기억하고 있는데,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구미호를 이야기 하다 보니 꽤 격렬한 토론이 오가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할 만귀고개라는 게임은 이 ‘전설의 고향’을 게임으로 만든 느낌이다. 인간적인 귀신과 요괴들이나 각자의 뚜렷한 목적을 가진 인간들이 뒤엉키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모습이나, 다양한 지역의 구어체로 구현된 스크립트 등이 그렇다. 과연 이 아기자기한 게임판 전설의 고향 ‘만귀고개’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게임 개발에 대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답한 개발자 ‘다물치’를 만나 턴제 로그라이크 ‘만귀고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개발자 다물치의 원안이 된 캐릭터 '다물치' (사진출처: 다물치 공식 X)
▲ 개발자 다물치 닉네임의 원안이 된 캐릭터 '다물치' (사진출처: 다물치 공식 X)

1만 귀신이 사는 고개, 만귀고개

만귀고개는 조선시대 배경의 가상의 산 ‘만귀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턴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독특한 능력을 가진 네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모험을 시작해 만귀산의 요괴들을 해치우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튜토리얼 등이 없이 직접 부딪치며 성장해야 하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과 달리, ‘길 잃은 나무꾼’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튜토리얼이 별도로 준비돼 있어 게임의 분위기와 플레이 방식을 손쉽게 알 수 있다. 또, 플레이 중에도 스킬과 장비 조합을 추천하는 추천 기능, 편의 기능이 구비돼 있어 장르 초심자도 누구나 즐길 수 있게끔 했다.

전투 시스템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각 캐릭터의 주요 기술과 보조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요괴를 처치하는 방식이다. 만귀고개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각자의 기믹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학습하는 이 기믹을 잘 공략할 수 있는 빌드를 짜맞추는 재미가 있다. 일례로 나무귀신은 굉장히 처치가 까다롭지만, 잠깐 핵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어 이를 노려 기술을 사용하면 되고, 꺼먹살의 경우 공격을 회피할 때마다 강해지기에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강한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 초기 만귀고개는 마우스로 조작하는 게임으로, 스킬 및 무기 조합은 초기 버전부터 준비돼 있었다 (사진제공: 다물치)

▲ 이후로는 키보드 조작과 맵 디테일 등이 더욱 살아났으며, 적의 움직임과 공격을 볼 수 있는 UI 등이 강화되며 점차 자리를 잡았다 (사진제공: 다물치)

만귀고개는 다물치 개발자의 취향에서 시작됐다. 다물치 개발자는 이전에도 취미 삼아 유니티로 게임을 만든 경험이 있었다. 몇 개의 게임을 만들고 난 뒤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자신이 즐기던 턴제 로그라이크에 약간의 변화를 줘 조선과 요괴를 조합해봤다고. 초기 빌드는 비주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소한의 전투만 적용돼 몸통박치기와 스킬, 마우스 플레이가 고작이었다.

특유의 픽셀 아트 또한 당시 정립된 디자인이다. 다물치 개발자는 지금까지 여러 도트 스타일 게임을 개발해왔는데, 만귀고개를 개별하며 구별과 해석이 가능하면서도 어디까지 해상도를 낮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도전을 했다고. 개발자는 “한 개 타일과 캐릭터 안에 10px x 10px 해상도로 모든 요괴와 스킬, 특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전했다. 지형과 아이콘들도 마찬가지다. 캐릭터 디테일은 복식, 포즈, 무기 등으로 살렸으며, 아이콘은 채도와 명도 조절로 가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100개의 도트로 캐릭터, 적, 효과까지 모든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사진제공: 다물치)
▲ 100개의 도트로 캐릭터, 적, 효과까지 모든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사진제공: 다물치)

게임이 보다 풍성해지기 시작한 것은 개발 18개월 차부터였다. 개발 빌드를 공개하고 주변에 테스트를 요청했지만, 체험해본 사람들이 그렇게 흥미를 가지지는 않았다. 전작과는 반응에 다소 차이가 있어 주변에 물어보니 한 친구로부터 “게임이 뭔지는 알겠는데 게임이 가진 매력 포인트를 찾을 수가 없다”는 조언을 들었다. 다물치 개발자는 이 반응을 보고 ‘아무리 좁게 공개하려 했던 게임이지만 좀 더 플레이 해주길 바란다’는 생각을 해, 체험해본 주변 사람들에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요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일러스트와 대화, 스토리가 이 과정에서 추가됐으며 그 덕에 차차 게임이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모됐다. 일러스트는 그릴 수 있었지만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고, 스토리는 시나리오 작업을 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현재 존재하는 윤길 등 여러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특징이 변경되기도 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겪다보니 어느덧 개발에 4년 반이 소모됐다. 이에 다물치 개발자는 ‘2024년이 넘어가기 전에는 꼭 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팀 앞서 해보기 출시를 결정했다.


화풍을 여럿 바꾸며 게임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 힘썼다 (사진제공: 다물치)
▲ 화풍을 여럿 바꾸며 게임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 힘썼다 (사진제공: 다물치)

출시 후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특히나 호평 받은 스토리, 문체, 말투는 고증에 충실하기보다 옛스러우면서도 친숙한 표기를 고수한 결과다. 사극, 판소리, 고전소설, 마당극 등을 살펴보며 이해하기 쉬운 말들을 찾았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그 말의 맵기가 호초(후추)알 같다’는 말처럼 신선하고도 낯설기도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관용어를 가지고 왔다.

9년의 공부와 첫 스팀 출시, 그리고 실수

다물치 개발자는 본업을 가지고 취미로 게임을 개발하는 주경야독형 개발자다. itch.io에 공개한 ‘모두 다 죽어야 해’라는 게임 외에도 여러 도트게임을 개발했다. 개발 공부는 9년 정도 됐으며, 스팀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는 게임을 좋아해 많이 플레이 했는데, 어느 순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하게 됐다고. 초기에는 플래시 액션 스크립트 개발을 시도하다가, 유니티를 알게된 이후 약 8년 째 유니티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만귀고개를 무료로 배포한 이유는 테스트를 위해서였다는 것이 개발자의 말이다. 낮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수익보다 문제가 됐던 것은 시간이었다. 별도의 마케팅이나 테스터 모집도 어려웠고, 소재가 독특하다 보니 사람들이 주목을 할지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에 앞서 해보기라는 제도로 유저들을 모아보면 어떨까 해서 앞서 해보기 단계부터 무료 출시를 택했다.

개발자는 이전에는 보다 디테일한 도트 묘사와 특유의 감성으로 인기를 끈 '모두 다 죽어야 해'를 개발한 바 있다 (사진제공: 다물치)
▲ 개발자는 이전에는 보다 디테일한 도트 묘사와 특유의 감성으로 인기를 끈 '모두 다 죽어야 해'를 개발한 바 있다 (사진제공: 다물치)


개발과 함께 게임에 속한 일러스트, 시나리오를 전부 혼자서 작업하며
▲ 개발과 함께 게임에 속한 일러스트, 시나리오를 전부 혼자서 작업했다 (사진제공: 다물치)

이번 무료 출시에는 마케팅 목적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를 보고 밸런스를 확인하기 위함도 있었다. 스트리머나 유튜버들이 만귀고개 방송을 하면, 그 방송을 살피며 수정점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런 전략을 취하는 과정에서 단점도 발생했다. 다물치 개발자는 “출시가 처음이다 보니 게임을 앞서 해보기로 공개한 바람에 넥스트 페스트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미출시작 데모를 공개하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스팀의 행사지만, 앞서 해보기 출시 또한 출시로 인정받기에 넥스트 페스트 참가가 불가능하다.

이런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며, 다물치 개발자는 “직장인으로 일을 하다 보니 만귀고개를 홍보할 방법도 없었고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다. 유일하게 트위터 등에서 홍보를 했다. 트위터로 홍보를 했을 때 조금 더 유입이 된 것이 느껴졌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나 SNS 만으로는 홍보하는 것은 명백히 한계가 있음이 체감됐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홍보해야 많은 분들이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소회하고, 경험을 공유했다.

▲ 무료 게임으로 관심을 가진 유저들의 호응을 끌 수 있는 여러 문구도 포함돼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으로의 개발로 ‘완성’ 위해 박차 가하겠다

다물치 개발자는 인터뷰 마무리에서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초기 모습부터 지금까지 돌아봤는데, 그때와 지금의 눈높이가 많이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초기 모습을 보면 ‘어떻게 여기에 끝내려고 했지?’ 하는 생각도 든다. 옛날 일기를 보는데 ‘나는 확실히 글 작가는 못하겠다. 다시는 글을 쓰지 않으리’라고 썼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것 치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만귀고개 정식 출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향후 정식 출시 시점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지금처럼 무료 배포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현재 만귀고개는 정식 출시를 위한 밸런싱 및 콘텐츠 추가 단계에 있다. 번역은 외주로 약 6개월 간 진행됐으며 현재진행형이다. 다물치 개발자는 다양한 언어를 추가해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힘쓸 전망이다. “만귀고개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듬뿍 넣은 게임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들이 뭉쳐 있지만 독특한 매력을 담고 있다. 스팀에서 무료로 배포 중이기에 여러분의 피드백이 발전에 더 큰 원동력이 된다. 많이 플레이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앞으로의 개발에 힘쓸 수 있는 많은 양분을 부탁했다.

만귀고개는 꾸준한 업데이트로 정식 출시까지 박차를 가한다 (사진제공: 다물치)
▲ 만귀고개는 꾸준한 업데이트로 정식 출시까지 박차를 가한다 (사진제공: 다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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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귀고개는 조선시대 배경의 가상의 산 ‘만귀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턴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독특한 능력을 가진 네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모험을 시작해 만귀산의 요괴들을 해치우는 이야기를 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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