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 당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소울라이크로 기대작으로 떠오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게임스컴 2024에 시연 버전으로 출품됐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높은 인기를 지녔으나 서양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던파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개막 첫날 오전부터 시연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관심작으로 자리했다.
이 게임은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소울라이크는 아니라 하드코어 액션 RPG를 지향하고 있다. 초반에는 묵직한 액션 등으로 소울라이크 느낌이 나지만, 이후에 여러 스킬이 더해지며 화려함과 호쾌함을 강조한 던파 특유의 액션성을 느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직접 경험해본 카잔은 빌드를 최종적으로 구축했을 때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질 정도로 긍정적인 첫인상을 남겼다. 본래는 몸을 지배하기 위해 침투한 블레이드 팬텀을 되려 흡수하며 점점 더 강해지는 주인공 '카잔'의 여정처럼, 던파 특징을 살린 날카로운 하드코어 액션 RPG로 다듬어진 면모를 토대로 완성된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번에 체험한 버전은 약 30분 분량이다. 설산으로 추방되던 카잔이 죽음을 피한 후 복수극을 시작하는 시작 미션인 '하인마츠'와 볼바이노·랑거스를 상대하는 보스 챌린지다. 특히 보스 챌린지에서는 총 17개에 달하는 액티브 스킬을 활용할 수 있어 본격적인 전투를 맛볼 수 있었다.
스테미너 관리법을 익혀보는 초반 전투
먼저 살펴볼 부분은 하얀 설원에서 펼쳐지는 하인마츠다. 여기에서 마차에 실려 가던 카잔은 구속에서 벗어나 명계의 존재인 블레이드 팬텀을 만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복수에 나서게 된다. 초반 지역인 만큼 적의 숫자 자체는 많지 않지만 난이도는 만만치 않았다. 칼과 방패를 든 근접병과 싸우는 도중 멀리서 활이 날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보스가 아닌 중간 보스 역시 굉장히 위협적이다. 떨어지면 바로 사망하는 벼랑에 난 좁은길에 몬스터가 지키고 서 있는 등 곳곳에 방심할 수 없는 구간도 있다.
액션은 크게 공격, 회피, 패링, 막기까지 4가지로 구분된다. 패링과 공격으로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쳐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막기와 회피를 토대로 안정적으로 전개해나갈 수도 있다. 다만 초반에는 보유한 스킬이 다소 적고, 각 액션에 스태미너가 소모된다.
스테미너를 소진하면 캐릭터가 제자리에서 얼음처럼 얼어버려 한 순간에 사망하게 된다. 즉, 초반에는 공방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으며 스테미너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카잔과 마찬가지로 적들도 스테미너를 소진하면 회복될 때까지 탈진 상태가 되기에, 이를 역이용한다면 최적의 공격 타이밍을 잡아낼 수 있다.
잘 사용하면 기회를, 낭비하면 반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스테미너를 가운데 두고 공방을 이어 나가는 부분을 배우며 훗날의 화려해지는 액션에 대비하는 셈이다. 다만 시연 버전 기준으로 스테미너 관리가 다소 어려워서 익숙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시연 기준으로 초반에는 방어나 회피보다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짙게 느껴졌다.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정면으로 상대할 필요는 없다. 앞서 밝혔듯이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소울라이크가 아닌 액션 RPG다. 게임 내에는 적을 잡으면 모을 수 있는 '라크리마'를 사용해 캐릭터를 레벨업할 수 있다. 레벨업할 수 있는 장소는 필드 곳곳에 퍼져 있고, 이를 활성화해 재정비한다는 점은 엘든 링 등과 유사하다. 그러나 소울라이크와 달리 카잔에서는 주위에 있는 모든 적을 소탕하지 않아도 레벨업 지점을 활성화할 수 있다. 원한다면 일반 몬스터를 건너뛰고 보스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역시 성향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최단거리로 돌파하고 싶다면 일반 몬스터를 모두 잡지 않고 직진해 동선을 단축할 수 있다. 반대로 레벨업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몬스터를 잡고, 재정비하며 다시 필드에 리젠된 몬스터를 또 잡아 보상을 쌓아가는 패턴으로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제작진은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성장이 필요한 유저를 위한 레벨업 구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스킬이 더해지니 호쾌함이 살아난다
초반 지역이 복수의 서막을 알렸다면, 보스 챌린지에서는 일정 이상 성장한 카잔이 어떻게 싸워가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을 통해 공개됐던 한손검과 도끼 조합 외에도 긴 창, 쌍검, 대검 등 여러 무기를 활용할 수 있었으며, 무기별로 지닌 스킬도 다르다. 여기에 여러 옵션을 지닌 장비를 더해 나만의 빌드를 설계해나갈 수 있다. 이 점이 카잔이 소울리아크와는 구분되는 액션 RPG로서 지닌 또 다른 면모다.
스킬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원거리에서 창을 던져 풀차치 기준으로 한방에 5만까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종류도 있었고, 속공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와 반대로 스테미너 관리에 유리한 스킬도 자리했다. 스테미너 관리 역시 적의 회복 속도를 늦추거나, 내 스테미너를 초기화하는 종류가 있어 둘을 적극 활용하면 스테미너 관리에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던파의 특징 중 하나인 콤보 액션을 염두에 둔 스킬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가령 '역풍: 앙갚음'은 직전가드(정확한 타이밍에 막아내 공격을 툉겨내는 것) 성공 후 약공격을 하면 빠르게 반격할 수 있다. 이때 또 다른 스킬인 '용오름: 베기'를 장착했다면 이후 강력한 하강공격으로 이어가며 큰 대미지를 입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즉, 초반에는 다소 담백했던 액션이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던파 특유의 호쾌함이 더해지는 셈이다. 스킬 명칭은 출시 이후 변경될 수 있다.
스킬은 듀얼센스 기준으로 L1과 R1을 누른 상태에서 액션 버튼을 각각 눌러서 사용할 수 있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는 공격 버튼이 오른쪽에 다소 몰려 있어 엄지가 바빠지는 느낌이 있었으나, 출시 후에는 본인 손에 맞춰서 키를 다시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에 가장 편안한 방식을 찾아가면 된다.
마지막으로 보스는 매우 강력했으나 패턴이 명확하여 억울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덜했다. 첫 번째 보스인 볼바이노는 망치와 끌로 무장했고, 양손으로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저돌적인 움직임이 특징이었다. 특히 양손으로 지면을 강타하는 공격은 땅이 부서질 정도로 강하지만, 준비 동작이 크고 방향을 읽기 쉬워서 큰 공격 이후를 노리면 반격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보스인 랑거스는 거대한 석궁을 무기로 사용한다. 화살을 전방으로 발사하는 광역 공격과 석궁으로 지면을 강하게 내리치는 패턴을 지녔다. 여기에 줄을 타고 먼 거리에서 단숨에 가까이 날아와 공격을 퍼붓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줄을 타고 어디에 착지할 것인지 눈으로 읽으며 다음 액션을 구상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짜여 있다.
정리하자면 보스 자체는 굉장히 어렵지만, 유저들이 답답함을 호소할만한 소위 '억까 패턴'은 없어 시간을 투자한다면 점진적으로 공략해가는 맛을 느끼기 충분하다. 여기에 보스전 입구 바로 옆에 대미지를 체크해볼 수 있는 허수아비도 있기에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기 전 대미지가 충분한지 시험해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어려운 게임이지만 입문자도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국산 게임 트렌드 변화, 결실로 이어지나?
이렇게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호쾌한 콤보를 기반으로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해갈 수 있는 던파의 특징을 PC와 콘솔 패키지에 녹여내며 기존 소울라이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액션 RPG로서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영상으로는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이었던 3D 쉘 애니메이션 느낌 그래픽 역시 실제로 보니 실사풍 배경에 애니메이션 느낌 캐릭터가 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모바일 MMORPG가 레드오션에 접어들 무렵 국내 게임업계는 새로운 활로 찾기에 집중했다. 그중 하나가 서양을 포함한 글로벌을 겨냥한 PC·콘솔 패키지게임이다. 노력의 결과물이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등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졌고, 데이브 더 다이버로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넥슨도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면 한국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은 현재와 사뭇 달라지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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