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려서부터 책이나 각종 영상에서 쉽게 우주를 접했습니다. 특히 필자는 우주를 좋아했기에 유튜브나 영화 등을 통해 다양한 우주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곤 했습니다. 어릴 때만 해도 우주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살아생전 우주에 나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는 의문입니다. 우주여행 프로그램 등이 나오긴 했지만, 극히 일부의 백만장자들이나 가능한 정도니까요.
하지만 가상세계라면 어마어마한 거금이 없이도, 특별한 훈련을 거치지 않아도, 무거운 우주복을 입지 않고도, 언제든 우주로 떠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류가 아직 유인 우주선으로 도달하지 못한 곳들까지 말이죠. 오늘 소개할 콘텐츠는 각종 행성과 위성, 혜성의 착륙선과 탐사선을 따라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시뮬레이터 '저니 투 에얼리언 월드(외계 세계로의 여행, Journey to Alien Worlds)' 입니다.
꽤나 갑작스럽게 떠나는 시작
게임에 처음 접속하면 한쪽에선 거대한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고, 그 옆으로 떠다니는 타이틀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틀 밑에 쓰여있는 대로 조이스틱 트리거를 당기면 갑자기 어두운 집 안으로 이동합니다. 서 있는 곳은 거실로, 깊은 한밤중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서 있는 곳 앞에는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오른쪽 창밖으로는 많은 별이 반짝거리는 밤하늘이 보입니다.
최소한의 조명만 켜진 탓에 주변은 꽤 어둡고, 텔레비전에는 웜홀로 인해 비정상적인 중력장이 생기고 있다는 속보만 나오고 있습니다. 어쩐지 공포게임 ‘파스모포비아’가 생각나는 꽤나 무서운 첫인상입니다. 특히 속보만 나오던 텔레비전이 조이스틱 트리거를 누르면 이따끔 삐- 소리가 나면서 텍스트가 사라져 으스스함을 배가시킵니다. 이후에도 옵션에서 집을 선택하여 오게 되면 같은 상황이 연출되니 익숙해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귀신이 나오는 공포게임은 아니니 안심하시길.
시간이 흐르면 갑자기 텔레비전의 화면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면서 창문 밖의 하늘이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집이 천장부터 분리되고, 근처에 있던 사물들이 중력을 벗어나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천장이 사라지며 평범했던 하늘이 점차 SF 영화 속에서 봤던 우주선들이 다른 은하계로 워프할 때 보이는 속도감 있는 빛무리로 바뀌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덜컥 우주에 도착합니다.
저니 투 에일리언 월드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콘텐츠이기는 하나, 상세한 물리적 피드백을 지원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트리거를 당겨 텍스트를 넘기거나, 도착한 곳에서 트리거로 텔레포트 방식으로 이동하고, 허공에 떠있는 텍스트 박스 앞으로 가서 텍스트를 읽는 정도의 상호작용에 그칩니다. 왼쪽 조이스틱 옵션 버튼으로 현재 있는 곳에서 다음 위치로 이동하거나 처음에 갔던 집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집에서는 전체 갈 수 있는 곳들 중에 선택해서 이동하거나 제작자 크래딧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궤도선과 탐사선이 있었다니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토성입니다. 정확히는 토성의 윗부분 일부를 볼 수 있는 궤도며, 고개를 내려보면 토성의 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토성을 구경하다 보면 토성의 궤도선인 ‘카시니’에 대한 짧은 설명과 함께, 카시니 궤도선이 토성 주변을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카시니의 각 부분별 설명과 카시니가 관측했던 토성의 얼음 위성인 ‘엔켈라두스’의 해부도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들을 모두 보고 나면 카시니의 마지막 비행인 ‘그랜드 피날레’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그랜드 피날레는 1997년 9월 15일 발사되어 2004년 7월 1일 토성에 도착해 13년간 활동한 카시니의 가장 가장 마지막 임무로, 바로 토성에 직접 충돌하는 것입니다. 카시니는 이 그랜드 피날레에서 최대한 토성에 가깝게 체공하며 토성 대기에 대한 촬영과 데이터를 모아 지구로 전송하였고, 마지막 신호는 2017년 9월 15일에 끊겼습니다. 이 그랜드 피날레를 보고 나면 카시니가 활동한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설명이 나오고 이후 다음 행성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지구 궤도입니다. 눈앞에는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이 펼쳐지며, 지구 바로 옆으로는 너무나 눈부신 빛이 보입니다. 바로 태양입니다. 이윽고 지구의 어두운 뒷면으로 들어갔다가 달로 이동하게 됩니다. 매일 하늘에서 보던 작고 귀여운 달이 생각보다 거대하게 느껴져 사뭇 놀랐습니다.
달의 표면으로 이동하면 착륙해있는 아폴로 탐사선을 볼 수 있습니다. 탐사선 주변을 돌아다니면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 전지와 각종 기기들, 미국 국기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달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온통 새카만데, 무수히 빛나는 별들과 함께 우리가 보는 달 정도 사이즈의 푸르른 지구를 볼 수 있습니다. 달 표면 위에는 모래와 돌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 번째로 도착한 곳은 미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한 금성입니다. 필자는 금성의 외관 사진만 많이 봤지 금성의 표면의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요, 실제 금성 표면에 착륙했던 ‘베네라 7’을 따라 금성 표면으로 가자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대기는 연기로 가득 차 있고, 멀리서는 화산이 분출되고 바닥에는 용암이 흐르고 있는, 그야말로 활활 불타고 있는 행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베네라 7은 1970년 8월 17일 발사되어 12월 15일 금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으로, 인류가 다른 행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교신에 성공한 최초의 탐사선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본 것처럼 금성은 온실 효과로 인해 456도의 불타는 행성이기에, 베네라 7은 착륙한지 35분 만에 통신이 끊겼습니다. 필자는 처음 보는 금성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귀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흐르는 용암 위를 걸어보기도 하고, 멀리 솟구치는 화산과 붉은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죠. 이는 살아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이었기에 모든 것이 경이로웠습니다.
네 번째로 도착한 곳은 화성입니다. 화성 표면에서는 화성 탐사선으로 유명한 ‘큐리오시티’ 탐사로봇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성은 영화 ‘마션’으로 잘 아는 곳이기도 해서,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해당 장면들을 떠올리며 화성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큐리오시티의 각 부분들 설명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도착한 곳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입니다. 앞서 만났던 토성의 궤도선이었던 카시니가 이 타이탄에 ‘호이겐스’ 탐사선을 떨어뜨려 낙하산을 타고 도착했죠. 타이탄의 대기가 메탄 구름층으로 가려져 태양 전지를 이용할 수 없기에, 호이겐스는 자체 내장된 배터리만으로 1시간 이상 임무를 수행 후 통신이 끊겼습니다. 타이탄은 메탄 구름층으로 마치 금성처럼 하늘이 붉지만, 대지는 얼음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토성의 67P 혜성입니다. 67P 혜성에서는 로제타 탐사선과 필레 착륙선을 볼 수 있습니다. 2004년 3월에 발사된 로제타는 2014년 8월에 67P 혜성에 도착하였으며 무인탐사로봇인 필레를 67P 표면으로 내려보냈습니다. 하지만 필레는 혜성에 불시착하며 그늘로 들어가는 바람에 태양 전지를 못쓰게 되면서 20시간 만에 방전되었고, 이후에는 2016년 2월 12일에 공식적으로 영구 동면 상태가 됐음을 발표했습니다.
67P 혜성 표면에 서면 가파른 곳에 설치되어 있는 필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67P 혜성은 굉장히 작아서 점프를 잘못하면 우주로 튕겨져 나갈 것만 같습니다. 혜성에 가 보는 경험은 매우 신기했는데, 특히 67P는 태양계의 비밀을 간직한 혜성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 크기가 매우 작아서 착륙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의 발이 닿기 힘든 곳이므로 가상세계에서만 밟아보는 곳이 될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모험을 마치며
저니 투 에일리언 월드를 체험하며 그토록 좋아했던 우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행성들의 크기를 지구와 비교하는 영상은 수차례 봐 왔지만, 실제로 본 행성들은 정말 너무나도 거대했습니다. 또한 필자는 우주의 광활함과 거대함에 마치 짓눌리듯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으며 특히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혼자 서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공간 안에 혼자 있다는 외로움마저 느끼는 모험이었습니다. 이는 저니 투 에일리언 월드 자체의 잔잔하면서도 웅장하고 무거운 배경음악 덕에 좀 더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과 영상만으로 알던 곳들을 간접 체험으로나마 다녀와 보니 우주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가 본 외계 행성들의 지표면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잊히지 않습니다. 모르던 궤도선과 탐사선 등을 알게 되고 그들의 마지막 임무까지 지켜보니 호기심이 생겨 직접 인터넷으로 그들이 촬영했던 영상, 사진 등을 찾아보기도 했으니,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미션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다만 행성들의 그래픽이 간혹 깨지는 부분, 그리고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순차적으로 이동되는 행성들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으며, 처음에 집에서 우주로 출발할 때는 조금 무서운 요소가 많아서 이 부분들은 의문점으로 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살아생전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은 흔히 느끼지 못하는 경험입니다. 문득 우주와 다른 행성으로 모험을 떠나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합니다. 저니 투 에일리언 월드는 메타 스토어와 스팀 VR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니 한 번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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