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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통매음, 같은 표현도 피해자 성별 따라 법원 판단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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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법원 종합청사 중앙현관 전경 (사진출처: 대법원 공식 홈페이지)

지난 8월 31일, 대법원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 발생한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이하 통매음) 관련 사건에 대해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도14887 판결).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롤을 하면서 같은 팀원인 상대방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전송했습니다.

“X레 X지 X임?”, “X레 X 인거?”, “니 X미 XXX 아니였으면 제드 트롤 하기 전에 게임 끝냈다.”, “니 X미 XXX이 아무데서나 다리 벌리고 다니니까 이길 게임도 지는거야”, “이 제대로 된 XX한테 XX 당하고 왔으면 아까 판 이겼어”, “X레 XXX 때문에 이길 사람들이 졌다 하니까”, “니 X미 XX XXXXX 때문에 졌다고”, “이 XX XXXX의 자식XX야”, “XX XXX이 방금 판 지게 만들었다.”, “애XX 잘못 낳아 기른 XXXX”, “니 X미 XXX도 고의로 니 같은 거 낳아서 이긴 판 지게 만듬”

이에 대해 피고인은 1심에서부터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하 성적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 법원은 2018년 대법원 판례(2018도 9775 판결)를 기반으로 피고인에게 성적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벌금 500만 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유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2018년 대법원 판결(2018도 9775 판결)과 비교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간 관계 등 여러 사정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원용해 성적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며 무죄라 판단했고, 검사가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무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 게임 통매음 사건에 대해 1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났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올해 대법원 판결이 공개된 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법원이 이른바 '게임 통매음 사건'에 무죄를 선언했으므로 앞으로 게임 통매음 사건은 고소해도 어차피 무죄라는 희망 섞인(?)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검사가 상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지, 게임 중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을 사용한 모든 경우에 통매음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것이 아닙니다. 즉, 이후에도 여전히 게임 통매음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위 사건 항소심 판결(의정부지방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노3053) 이유를 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항소심 판결에서는 '이 사건 글의 내용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성행위를 묘사한다거나 피해자를 성적으로 비하 또는 조롱하는 등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기 위한 표현은 아니고, 피해자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성적 비속어 등의 표현'이라는 점이 무죄 판결에 대한 주요한 논거로 제시됐습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만약 피고인이 상대방의 어머니가 아닌 상대 자체를 대상으로 한 성행위를 묘사한다거나, 상대를 직접적으로 성적으로 비하, 조롱하며 성적 수치심을 주기 위한 표현을 사용했다면 통매음 혐의에 대해 충분히 유죄로 판단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즉,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의 성별을 고려하여 판단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실제 판례에서 검색되는 게임 통매음 무죄 판결의 상당수는 상대방 어머니에 대한 성적인 표현을 한 사건이었으며, 상대방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을 한 경우에는 유죄 선고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피해자 성별이나 연령 역시 주요한 고려대상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는 성인 남성이었으며, 피고인 역시 성인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여성이었을 경우에는 대부분 유죄 판결이 선고되고 있음을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 통매음 사건 유/무죄 비중은 수치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무죄 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한 작년 6월경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판례 검색 사이트 LBOX에서 확인되는 게임 통매음 사건은 총 62건입니다. 이 중 무죄는 14건, 유죄는 48건이었습니다. 상소 여부는 고려하지 않았기에 같은 사건에 대한 하급심과 상급심이 중복 집계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유죄가 무죄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정식재판 전에 불송치, 무혐의, 기소유예, 약식명령 등으로 종결된 사건은 확인이 불가하여 정확한 통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현 시점에서 가장 의미있는 수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올해 2월에 선고된 2022도14564 판결과 2022도16357 판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두 판결의 항소심은 모두 피고인이 피해자를 여성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유죄 판결 근거로 들었고,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이를 통해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을 보거나 들은 상대 성별이 피고인과 같은지, 피고인이 이러한 점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등을 혐의 인정의 키포인트로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의 성적 지향이 이성애인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고, 아직 사례는 보지 못했으나 피고인의 성적 지향이 동성애인 경우라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법원에서는 통매음 사건에 관련해 그 내용과 함께 성별 등도 고려하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이처럼 최근 무죄가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통매음 사건에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피해자 어머니가 아닌 피해자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을 사용했거나, 피고인이 남성인 상황에서 피해자가 여성임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혐의에 대해 다투기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이제 게임 통매음은 당연히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상당히 위험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보통 통매음으로 조사를 받는 분들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학생 분들이 많고, 주변에 알리기 민망하다는 이유로 변호인 조력 없이 혼자 조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한 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가급적 첫 경찰 조사 전부터 변호인 조력을 받으실 것을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유사 사례에 비추어 무죄 주장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변호인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혐의를 다투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기소유예를 목표로 피해자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게임 통매음 사건과 관련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년 6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판례 검색 사이트 LBOX에서 확인한 게임 통매음 사건 총 62건(무죄판결 사례 14건, 유죄판결 사례 48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죄 판결의 경우 대략적인 사안 특징을 함께 정리했고, 유죄 판결은 그 수가 많아 법원과 사건번호만 기재를 했으니 필요할 경우 문의를 주시거나 직접 검색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신다면 좋겠습니다.

▲ 게임 통매음 무죄판결 사례 14건 (자료제공: 이재성 변호사)

▲ 게임 통매음 유죄판결 사례 48건 (자료제공: 이재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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