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만화 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토 준지라는 이름은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토미에', '소용돌이', '공포의 물고기' 등 수많은 명작 공포만화를 그린 작가로,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이토 준지 붐이 일고 있다. 기안84 등 그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도 많은데, 만화 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그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0월 19일 한국어 지원과 함께 정식 발매되는 '월드 오브 호러(World of Horror)' 역시 이토 준지 만화에서 짙게 영감을 받은 작품이며, 인터넷 방송에서 화제가 된 '넥스트 도어(Next Door)'도 이토 준지 만화인 '이웃집 여자'를 원작 삼아 제작된 게임이다.
그의 만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이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토 준지를 게임에서 더 만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아쉽게도 이토 준지 작품이 공식적으로 게임화 된 적은 없다. 다만, 작가 본인이 최근 만화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은근히 많은 편. 오늘은 게임에서 만나는 이토 준지 만화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그래 팬텀은 악마였어, 동심파괴 포켓몬스터
지난 2014년, 이토 준지와 포켓몬스터의 공식 컬래버레이션이 이루어졌다. 포켓몬스터 게임 내에 직접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포켓몬 컴퍼니의 할로윈 특선 페이지를 통해 이토 준지가 그린 포켓몬스터 일러스트가 공개되며 일약 화제를 모았다.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인 포켓몬스터를 공포 만화 거장인 이토 준지가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당시 이토 준지가 그린 포켓몬 일러스트는 두 장으로, 첫 번째는 3세대 고스트타입 포켓몬 '다크펫'이 버려진 인형의 원한을 통해 탄생한 모습을 담았다. 인형을 안고 가는 소녀의 뒤로 다크펫이 서 있는데, 크게 무섭거나 기괴한 모습은 아니다.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일러스트인데,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변한 '팬텀'이 한 여성을 혀로 집어삼키는 광경과 함께 소용돌이치는 하늘이 비춰지며 그야말로 '동심 파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실제로 팬텀이 게임에 이렇게 나왔다면, 아마 많은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게임기를 내던지지 않았을까?
TOP 4. 기계의 어머니가 갸아아악! 매직 더 개더링
TCG 매직 더 개더링 시리즈에 등장하는 피렉시아 세력 총독 중 하나인 엘레쉬 노른. 일명 '기계의 어머니'로 불리는 그녀는 가장 늦게 등장한 피렉시아 최고 지도자라는 위엄에 걸맞게 무려 5종류의 서로 다른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드로 등장했다. 앞서 많은 매직 더 개더링 카드 일러스트를 도미닉 마이어(Dominik Mayer)나 페드로 포티어(Pedro Potier), 젠디카르 세계관을 만든 리차드 와이터(Richard Whitter) 등의 그림인데, 그 사이에 낯익은 그림체 하나가 들어 있다. 바로 이토 준지다.
이토 준지가 그린 엘레쉬 노른 카드는 '토미에'나 '인형의 집' 등에 나올 법한 기괴한 기계 생명체의 모습을 띄고 있으며, 사방으로 뻗어나오는 불길한 오오라가 인상적이다. 효과음이나 대사가 있다면 "갸아아악!"이 어울릴 듯한 포즈는 덤. 특히 매직 더 개더링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이건 날 위해 만들어졌어' 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토 준지 단편선인 '기괴한 아미가라 단층'의 "이건 날 위한 구멍이야"가 연상된다.
TOP 3. 이토 준지 캐릭터 총 출동! 제5인격
포켓몬이나 매직 더 개더링에서 이토 준지가 게임을 위해 그린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선보여졌다면, 제5인격은 이토 준지의 다양한 대표작 속 캐릭터들을 게임에 담아냈다. 제5인격 자체가 단추눈이 달린 괴기스러운 콘셉트이기에 공포만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해도 아무 위화감이 없는데, 이토 준지 작품 속 캐릭터들 역시 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제5인격에 등장한 이토 준지 컬렉션 속 캐릭터들은 못을 물고 다니는 괴기소년 '소이치', 사거리에 나타나 소녀들을 홀리고 다니는 '검은 옷의 미소년', 이토 준지의 최고 걸작이라 손꼽히는 자가복제 생명체 '토미에', 인형의 집에서 가족들을 수행하던 흑막 인형 '장 피에르', 피의 열매를 맺는 정체불명의 식물 '혈옥수' 등이다. 사실상 이토 준지 만화 속 캐릭터들을 제대로 담아낸 것은 이 게임이 유일하다고 할 수준. 이토 준지도 영상 축전을 통해 "제가 아끼는 캐릭터가 스킨이 되어 게임에 등장한다"라며 적극적으로 소개했으니, 팬이라면 한 번쯤 즐겨볼 만하다.
TOP 2. 캐릭터가 아니라 본인입니다, 데스 스트랜딩
최근 마동석과 만나 의미심장한 스튜디오 촬영을 하며 화제를 모은 코지마 히데오는 게임업계에서도 소문난 마당발 중 하나다. 사이버펑크 2077에 코지마 히데오 캐릭터가 까메오로 등장한 사례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변 유명인들이 그의 게임에 까메오 출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데스 스트랜딩으로, 노먼 리더스나 매즈 미켈슨 등 유명 배우부터 코난 오브라이언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으로 이토 준지가 있다. 중부 지역에 등장해서 샘에게 외골격을 주는 엔지니어 S23-06 역할인데, 다른 캐릭터가 아닌 이토 준지 작가 본인이 직접 등장한다. 게임 출연 이유는 아마도 코지마 히데오와 이토 준지의 개인적 친분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이 둘이 손을 잡고 희대의 공포 게임을 만든다는 루머가 가득한 상황이다. 게임 속 언행이나 행보는 공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인데, 한국인 게이머 입장에서는 닮은꼴로 널리 알려진 진중권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TOP 1. 게임은 망작이지만... 시나리오 직접 참여작 사팔(가)
일본 전국 각지의 괴담을 풀어낸 2007년작 PS2 게임 '사팔(가)'. 게임 제목이 왜 이런가 싶지만, 실제 제목이 한자로 '四八(仮)'다. 47개의 일본 도도부현에 '내 이야기'를 더한 숫자로, 번역하자면 '사십팔(가제)' 정도가 되겠다. 게임 자체는 그 해 최고의 '똥겜'을 뽑는 'KOTY(Kusogame of the Year)'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낮고 괴악하지만, '게게게' 미즈키 시게루와 괴담가 '이나가와 준지' 등 몇몇 공포 거장들을 섭외해 만든 일부 시나리오는 봐줄 만하다는 평이다. 그리고 거기엔 이토 준지도 포함돼 있다.
이토 준지가 참여한 시나리오는 기후 현의 '화장터 마을'과 '연기의 세계', '고양이 저택'이다. 이토 준지 특유의 음습하면서도 현실적이지만 극히 비일상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중에 이토 준지 자신을 형상화 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마치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에 나오는 소이치처럼 입에 못을 문 채로 나오는데, 그 모습이 공포 만화 거장이라는 별명과 맞지 않게 사뭇 웃겨서 화제가 됐다. 어쨌든 이 게임 이후 20년 넘게 이토 준지는 게임 제작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코지마 히데오가 얼른 바람을 넣어서 사일런트 힐 이상 가는 공포게임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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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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