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CCR이 서비스하는 MMORPG RF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이 올라왔습니다. CCR에서 퇴사한 전 운영자가 퇴사 직전에 운영툴로 많은 고가 아이템을 개인 계정에 생성한 뒤 기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다 유저 제보로 적발된 것이죠. 이에 대해 운영진은 문제의 계정을 영구정지했고,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9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 직원이 운영자 계정으로 창고와 인벤토리 데이터를 수정해 본인 계정에 아이템을 추가 등록한 뒤 이를 외부로 유출한 것입니다. 네오플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형사고소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게임을 잘 만드는 것과 함께 유저들에게 신뢰를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측면에서 직원들이 저지르는 부정행위는 신뢰를 크게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죠. 이에 게임사도 직원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진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사가 권한을 남용한 직원을 고소한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됐을까요? 관련 판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1. 게임 제작사 QA 직원이 아이템을 본인 계정으로 무단으로 옮긴 사건
컴투스 프로야구 2017를 개발한 에이스프로젝트에서 일하던 직원 A는 게임 오류를 체크하는 QA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A는 다른 직원 관리자 계정을 이용해 게임 관리서버에 접속한 후 몬스터 선수 영입권 등 선수영입권 1,449개, 스킨선택권 195개, 게임캐시 4만 7,493개를 본인과 지인 계정에 무단으로 생성했죠. 여기에 A는 본인 계정을 다른 사람에게 70만 원에 판매하기까지 했습니다.
A의 범행은 유저 제보로 밝혀졌는데요, 아무리 많은 금액을 결제해도 레코드를 모두 오픈하는 것은 어려운데, 레코드가 전부 열려 있고, 한 달에 1개 얻기도 어려운 몬스터 선수를 하루에 모두 얻은 특정 계정을 수상하게 여겨 공식 카페에 이를 알린 것입니다. 이에 제작사 측은 직원 A를 퇴사 처리하고, 형사고소 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의 행위로 회사가 입은 손해는 약 3,399만 원입니다. 이에 법원은 A에게 업무방해죄, 업무상 배임죄,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정보통신망 침해등)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 게임사 서비스팀 직원이 아이템을 생성해 판매한 사건
엠게임 열혈강호 사업부 서비스팀 직원 B에게는 아이템 생성, 수정, 삭제 권한이 있었습니다. 이에 B는 2015년 7월 3일부터 2017년 6월 11일까지 약 2년 동안 아이템 533개를 임의로 생성해 지인 C에게 무료로 주고, C는 이 아이템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그 대금을 B와 나눠 가졌습니다. 총 금액은 약 1억 9,975만 원, 거의 2억 원에 달합니다.
이 사실을 적발한 게임사는 이들을 형사고소했고, 검찰은 B와 C가 약 2년 동안 이러한 방법으로 취득한 아이템 시가가 약 4억 649만 원에 달한다며 업무상배임죄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1심에서는 B와 C에게 각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피고인들을 법정구속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검찰은 배임죄에 해당하는 금액을 1심의 4억 원 규모에서 약 1억 9,975만 원으로 조정했습니다. 검찰은 B와 C가 취득한 아이템 시가인 약 4억 649만 원이 아니라, 아이템을 판매해 실제로 취득한 약 1억 9,975만 원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B가 약 900만 원을 게임사에 반환한 점, C가 게임사에 1,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8개월로 형을 낮췄습니다.
3. 게임사 운영팀장이 아이템을 생성해 판매한 사건
IMC게임즈에서 개발한 그라나도 에스파다 운영팀장인 D는 아이템 생성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D는 2016년 1월 6일부터 2019년 6월 21일까지 약 2년 6개월 간 게임 운영 툴에 접속해 258회에 걸쳐 아이템을 임의로 생성했습니다. 게임사는 2019년 5월 말에 내부 재정 감사를 하던 중 수상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며 D의 범행을 적발했습니다.
이에 게임사는 D를 해고하고, 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형사고소 했죠. 이후 경찰이 D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D가 본인 집에서 사내 PC에 원격 접속해 아이템을 임의로 생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법원은 2020년 12월 16일 D에게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4. 게임사 아이템 관리 직원이 본인 계정으로 옮긴 뒤 판매한 사건
플레이위드가 서비스하는 로한 운영팀 직원 E는 운영자 계정을 사용해 아이템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E는 2019년 게임 운영 툴 페이지에 운영자 계정으로 접속해 초월의 근원을 비롯한 게임 아이템 12개를 무단으로 본인 계정으로 옮겼고, 아이템 거래가는 총 1,4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 일이 적발되어 E는 퇴사하고 계정은 제재됐습니다. 그런데 E는 퇴사한 후에도 직원들이 퇴근한 틈을 타 회사에 무단침입해 다른 직원 컴퓨터로 본인 계정을 무단으로 복구하기까지 햇습니다. 결국 E는 이 사건으로 게임사로부터 형사고소됐고, 올해 5월 18일 업무상배임죄,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 건조물 침입죄,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정보통신망 침해 등)로 벌금 700만 원의 형사처벌을 받았죠.
5. 게임사 테스트 담당 직원이 아이템을 생성해 판매한 사건
웹젠 QA팀에서 온라인게임 신규 콘텐츠 테스트를 담당하던 직원 F는 테스트 계정으로 아이템 생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F는 2012년 12월 5일부터 2013년 4월 18일까지 테스트 계정으로 19회에 걸쳐 아이템을 생성한 뒤 이를 판매해 약 285만 원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F는 2013년 4월 20일에 퇴사해 테스트 계정 접속 권한이 없음에도, 그 해 4월 24일부터 8월 29일까지 PC방에서 테스트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권한 없이 입력해 테스트 계정이 보유한 아이템을 팔아 약 1,900만 원을 추가로 획득했죠.
이에 게임사는 F를 형사고소했고, 법원은 2014년 9월 15일 F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 정보통신망법 위반죄,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작년 6월 8일, 게임사에서 F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8년 전 사건이라 소멸시효가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근로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F가 재직 중에 저지른 근로계약 위반(배임행위) 부분은 소멸시효가 남았지만, 퇴사 후 저지른 불법행위 부분에 대한 부분은 시효가 지나버렸습니다. 결국 법원은 F가 재직 중 취득한 약 285만 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퇴사한 후에 얻은 약 1,900만 원에 대해서는 게임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6. 범행을 일으킨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사 직원이 무단으로 아이템을 생성해 사용하거나 판매하더라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판결은 아니기에, 박탈감을 느끼고 게임을 떠나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게임사는 직원을 상대로 매출 감소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게임사에서 이 직원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에, 매출자료, 과세자료 등을 통해 매출이 정확히 얼마나 감소되었는지도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소됐다고 증명된 매출 전액을 모두 직원에게 배상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법원은 해당 직원의 불법행위가 매출 감소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적정한 손해배상액을 정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일본 판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라그나로크 일본 서비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G는 게임 마스터 툴에 접속해 게임머니인 제니를 생성해 판매했습니다. 게임사에서 점검한 결과 제니 보유량이 이상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하며 G의 데이터 조작 사실을 적발했죠. 이에 게임사는 G를 해고했고, G는 징역 1년, 집행유예 4년에 처했습니다.
이후 게임사는 G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구체적으로 G에게 ① 매출 감소 및 신용 훼손으로 인한 손해액 약 6,300만 엔(한화 약 6억 390만 원), ② 기업 이미지가 저하되어 계약 건 무산으로 인한 손해액 약 1,000만 엔(한화 약 9,580만 원)을 배상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 매출 감소 및 신용 훼손으로 인한 손해에 관해 '이 사건 이후 매출이 감소한 사실은 인정되고, G의 불법행위로 인해 게임 매출에 악영향이 있었을 것이지만, 매출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매출 감소가 곧바로 G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게임사가 청구한 6,300만 엔에서 330만 엔(한화 약 3,16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이어서 ②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계약 건이 무산된 손해에 대해서는 'G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할 수 없었다'며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게임사는 자신들이 주장한 손해 중 극히 일부만 배상받은 것입니다.
아이템 무단 생성으로 부당이익 취하면 업무상 배임죄
이상 게임사가 권한을 남용한 직원을 고소한 판결들의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모든 사건이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무단으로 생성하고 이를 판매해서 부당이득을 취한 사례이고, 이에 대해 법원은 업무상 배임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처벌 정도를 정하거나 손해배상액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아이템 시세보다는 피고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었는가를 중요하게 판단하며, 퇴사 전과 그 이후 행위에 대한 소멸시효가 각기 다르기에 사례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게임사에서도 자체적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아이템 생성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운영툴 접근 권한을 세부적으로 분산하거나 관련 권한을 관리자 소수에게만 부여하는 등으로 조치해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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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risell@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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