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지스타는 기대작 게임들을 한 발 앞서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전국 곳곳에 사는 게이머들은 대작 게임 몇 개만 바라보고 부산으로 향했고, 출전 게임사들은 이를 실망시키지 않고 개발 중인 대작들을 풀었죠. 아직 유저 소통의 장이 한정적이던 시절, 지스타는 게임사와 게이머들 간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국내 게임시장의 메인 플랫폼이 모바일로 옮겨지면서 상황이 약간 변했습니다. 모바일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PC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플레이 경험 측면에서도 깊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에 시연작으로 나오더라도 관람객들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몇 년동안 기다려 오던 게임이 시연대에 올랐다!'가 아니라, '11월 전후로 출시되는 수많은 모바일게임 중 일부가 전시돼 있다'로 바뀐 것이죠. 대략 2015년 전후로 이러한 현상이 극히 심해져, 언젠가부터 지스타 가도 즐길 게임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게임기자들이 뽑는 '올해의 지스타 게임'도 매년 후보가 몇 개 되지 않거나, 심한 경우에는 게임 하나만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까지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물론 게임쇼 출품작 구성을 주최측에서 100% 컨트롤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 사이 지스타도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긴 했습니다. 부스 내에서 e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는 등의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배틀그라운드 등 일부 인기작의 붐이 잦아들고 나니 이 역시 사그라들었습니다.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출전도 여전히 뜸한데다, 국내 유명 게임사들도 참전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작년 지스타는 그야말로 '먹을 것 없는 뷔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일단 게임업계 분위기가 모바일 일변도에서 PC온라인과 콘솔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신작 라인업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모바일 역시 PC와 크로스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PC온라인게임으로 봐야 할 만한 게임이 많아졌고, 스케일도 커졌습니다. 이런 '기대작'들의 참전이 이어지자, 관람객들도 선물 받기 위해 숙제처럼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 긴 줄을 섰습니다. 몇 년 동안 '노잼' 지스타에 질려서 부산행을 포기했던 이들도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신작 행렬과 현장 분위기를 보고 급 주말 원정을 계획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게임메카 독자분들도 바뀐 지스타에 대해 예년에 비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임메카 ID 무협객 님 "오늘인데.. 가지 못한게 아쉽네", ID 동네백수 님 "와 보니까 겁나 가고싶은데 해운대라 멀다...", ID jyn3493 님 "볼거리가 꽤나 많아서 재밌겠네요" 등 전반적으로 기대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참고로 작년의 경우 "먹을 거, 볼 거 없는 잔치집가려고 부산까지 갈 사람이 있으려나?", "먹을 거 없는 잔치라는 건 공감", "확실히 텅텅 비어 보이긴 한다" 같은 비판이 대세였습니다.
올해 지스타가 즐길 거리로 가득찼던 데는 게임 트렌드 변화, 팬데믹 이후 첫 축제라는 시대적 흐름, AAA급 게임들의 출시 시기가 맞아떨어지며 발생한 우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단 분위기는 되살아났습니다. 지스타가 국제 게임쇼로 자리를 지키며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최측에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2022년 지스타가 '얻어 걸린 부흥'이 되지 않도록, 주최측의 적극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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