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주요 서비스 이용이 10시간 이상 중단된 일이 있었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게임 역시 로그인이 되지 않았고, 게임 홈페이지에도 접속이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복구에 집중한 이후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으로 유료 아이템, 게임머니를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게임사가 게임 접속 장애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거나, 유저들이 입은 피해에 비해 보상이 부족할 경우, 유저들은 게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먼저 게임 이용약관을 살펴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게임 이용약관에 게임 서비스 장애에 대한 면책 조항을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 리니지 이용약관에는 '회사에서 명백히 인지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한 접속지연과 랙으로 인한 손해(아이템 분실, 경험치 손실)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었죠.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접속지연 등에 대한 귀책사유의 입증책임을 이용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어서 약관규제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공정위에서 마련한 온라인게임 표준약관에는 게임 서비스 제공에 관련해 게임사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사 대부분의 이용약관에는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이 명시되어 있죠. 그렇다면 현재 기준으로 보상 요건과 내용은 어떨까요? 이는 유료 이용자와 무료 이용자에 따라 다릅니다.
1. 게임 서비스 장애에 대해 유료 이용자가 보상받으려면
유료 서비스 이용에 관한 보상은 온라인게임 표준약관 제15조 제6항에 있습니다. 회사 귀책으로 사전고지 없이 1일 4시간(누적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 중지·장애시간의 3배에 해당하는 이용시간을 무료로 연장해줘야 합니다. 다만, 이용자는 회사에 대해 별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죠. 이어서 회사가 서버점검 등으로 서비스 중지·장애를 사전에 고지했으나, 그 시간이 10시간이 초과하하면 초과된 시간만큼 이용시간을 무료로 연장해야 합니다. 이 역시 이용자는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죠.
결국 보상이 현금으로 환불해주는 형태가 아니라 이용시간을 연장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울러, 이러한 보상 규정은 이용시간 연장 형태이기 때문에 정액제 게임이나 기간제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에 한해서만 적용됩니다. 이는 해당 표준약관이 2013년 1월에 제정됐기에, 이용기간 제한이 없는 유료 아이템이 주류를 이루는 현 게임업계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용기간 제한이 없는 유료 아이템을 구입한 유저에게는 기간 연장이 적절한 보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유저가 서비스 장애를 이유로 현금 보상이나 환불을 받으려면 게임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① 게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사실 ② 서비스 장애가 게임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사실 ③ 유저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모두 유저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증명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리니지를 플레이하며 적을 사냥하던 한 유저는 랙이 발생해 본인 캐릭터가 사망하고 캐릭터가 보유한 '+0 수정결정체 지팡이'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유저는 게임사를 상대로 아이템을 복구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죠.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 캐릭터가 사망한 전후로 다른 유저가 랙 발생에 대해 언급하는 게시글 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랙이 게임사 서버가 아니라 유저 PC에서 발생한 전산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유저 기기나 네트워크 환경 문제로 게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게임사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모바일게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송이 있었습니다, 드래곤가드S라는 모바일게임에 1억 원을 결제한 한 유저는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자 게임사를 상대로 이미 결제한 돈을 환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잦은 게임 접속불가로 고액을 투자한 캐릭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이 유저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유저 아이디로 3차례 간 게임 접속이 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접속불능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게임사가 게임 서버 등의 소홀히 관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 접속불가 현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더라도, 접속불가에 게임사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을 추가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사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을 증명했음에도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된 사건도 있습니다. 무신조자룡이라는 모바일게임을 하던 유저 15명은 서버다운 현상이 자주 발생하자 게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장애로 인한 서버다운 등이 자주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게임사가 부실한 게임운영으로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할 정도라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최근 선고된 판례 중, 전산장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게임이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한 사건이죠.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많은 양의 매도·매수 주문이 접수되어 DB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하자 1시간 30분 동안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빗썸으로 거래하던 투자자들은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시점에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해 시세 차액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빗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빗썸의 귀책을 인정하여, 원고 132명에 대해 최대 1,000만 원까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빗썸 관련 판례를 게임 서비스 장애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게임사의 의무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가상화폐 거래소 계정 이용자는 자신의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위탁한 것이므로, 거래소는 계정 이용자가 요청하면 전자지갑에 있는 가상화폐를 이전할 법률상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게임은 유저 본인의 아이템을 게임사에 보관한 것이 아니라, 게임사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게임사의 주의의무를 가상화폐 거래소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겠지요.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판례는 서비스 장애에 대한 소비자 권리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게임 사건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게임 서비스 장애에 대해 무료 서비스 이용자가 보상받으려면
이번에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온라인게임 표준약관 제15조 제5항에 따르면 무료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이용자에게 발생한 어떠한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지만,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게임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무료 이용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게임사에서 약관을 통해 무료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게임사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본래 넥슨 등 10개 게임사의 이용약관에는 무료 서비스는 손해배상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유·무료에 관계 없이 사업자 귀책사유로 고객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민법상 과실책임 원칙에 따라 사업자가 배상해야 하고, 사업자 귀책사유로 발생한 고객 피해에 책임을 배제하는 약관은 약관규제법에 위반된다며 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게임을 무료로 이용하는 유저가 서비스 장애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료 이용자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려 현재 표준약관에는 단발성 구매가 많아진 시장 환경이 반영되지 않은 탓에, 앞서 언급했듯이 이용기간 제한이 없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법 제393조 제2항에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것을 '특별손해'라고 부르는데요, 특별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상대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일요일에만 게임을 할 수 있는 바쁜 직장인인데, 하필이면 일요일에 게임 서버장애가 생겨 즐기지 못했으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하는 경우, 이는 특별손해이며 게임사에서 손해가 발생하리라 알기 어렵기에 원칙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없습니다.
실제로 게임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진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삼검호라는 모바일 RPG에서 보석지급 이벤트를 했는데, 게임사 과실로 이벤트 대상자가 아닌 유저에게도 보석이 잘못 지급되자 게임사는 약 30시간 이상 서버 점검을 했습니다. 이에 유저 68명은 게임사가 서버 점검을 명목으로 접속을 차단해 정신적 손해를 주었다며 게임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게임사의 이용약관에 '정기점검, 서버 증설 및 교체, 업데이트, 버그 수정, 새로운 서비스로의 교체 등 운영상 필요한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를 일시 중지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과 서버점검으로 인한 접속 차단으로 원고들에게 어떠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는지 인정하기 부족한 점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3. 게임 운영이 종료된다면 보상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게임사가 게임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것이 아니라, 영구 종료하는 경우에도 보상이 가능할까요? 온라인게임 표준약관 제15조 제7항에는 회사는 기술상·운영상 필요에 의해 게임 서비스 전부를 중단할 수 있으며, 30일 전에 홈페이지에 이를 공지하고 게임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 무료 서비스, 사용 기간이 남아 있지 않은 유료서비스, 계속적(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유료 이용계약, 기간제 유료아이템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게임 서비스 종료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 일본에서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서비스되던 예언자 육성 학교는 2018년 6월 29일에 서비스가 종료되었는데요, 이 게임에 약 166만 엔(한화 약 1,600만 원)을 지불한 일본 유저는 서비스 종료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게임사가 서비스 종료하기로 결정한 시점에도 과금을 계속한 것은 불법이라 주장했으나, 법원은 당초 서비스 제공 종료 60일 전까지 아이템 판매가 예정되어 있었고, 유저도 60일 후 게임 서비스가 종료됨을 전제로 아이템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기에 게임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만약 게임사가 미리 공지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종료했다면 피해 배상에 대한 시비를 가려볼 수 있겠지만, 게임사가 충분한 기간을 두고 미리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면 이로 인한 손해배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게임 서비스 장애 및 종료로 인한 보상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게임재화 등을 넘어 현금 보상이나 환불을 위해서는 유저 스스로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게임 접속이 되지 않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놓거나, 게임사 고객센터에 서버 접속 장애에 대한 문의 및 복구조치를 요구하는 내역을 남겨놓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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