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우마무스메 유저 201명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환불 및 위자료를 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키타산 블랙 픽업 종료 직전에 서버 점검을 하고, 한국과 일본 서버에서 재화를 차별해서 지급하는 등 게임 운영을 부실하게 해서 손해를 봤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소송이 몇 건 있었습니다. 게임사가 불성실하게 게임을 운영하거나 게임 내 버그 발생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유저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환불 소송까지 제기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강화 성공률 100%의 유료 아이템 환불 소송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사건은 리니지2 레볼루션 환불 소송입니다. 장비 강화에서 2단계 강화 성공률이 100%인 유료 아이템이 있었는데요, 이 아이템을 이용해 강화했음에도 실패 알림이 뜨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원인은 버그였는데요, 이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판단한 유저 208명이 게임사를 상대로 환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결과는 패소입니다. 실제로는 2단계 장비가 3단계 강화에 성공했음에도, 오류로 인해 알림이 ‘실패했다’고 뜬 것입니다. 이에 법원은 ‘게임사가 업데이트를 통해 표기 오류를 수정했고, 장비 강화 오류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 대부분에게 보상했으므로, 이 오류가 게임사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거나, 하자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② 뽑기 1회부터 13회까지 획득 확률이 0%였던 아이템 환불 소송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하던 한 유저는 캐릭터 의상을 검은색으로 바꾸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총 15만 4,000원을 결제했고, 100회 이상 뽑기를 진행해 그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이 유저는 게임 화면에 표시된 ‘일정 확률로 슈퍼보상 획득’이라는 문구를 보고 뽑기를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아이템은 14회 이상 뽑아야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는 종류였습니다. 1회부터 13회까지는 획득 확률이 0%였던 것이죠. 변호사였던 이 유저는 ‘일정한 뽑기 횟수 내에서는 아이템을 획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게임사가 일정 확률로 슈퍼 보상 획득이라고 표시한 것은 기망’이라고 주장하며 환불 소송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게임 메인 화면의 좌측 상단에 위치한 확률 버튼을 누르면 각 아이템 획득 확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했고, 공개된 확률표에 따르면 슈퍼보상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슈퍼보상 1회에서 13회까지는 0%’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게임사가 아이템 획득 확률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잦은 접속불가로 인한 환불 소송
게임 드래곤가드S에 1억 원을 결제한 유저는 잦은 접속불가로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자, 결제한 돈을 환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유저는 ‘잦은 접속불가로 많은 돈을 투자한 캐릭터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접속불가는 게임 자체 오류와 함께 접속한 모바일 기기 문제, 접속 당시 네트워크 환경 불안정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게임사가 서버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또 있는데요, 무신조자룡을 하던 유저 15명이 서버다운과 결제 오류가 너무 자주 발생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장애로 인한 서버다운, 결제 오류 등이 자주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게임사가 부실한 운영으로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④ 캐릭터 8명을 추가한다는 공지를 어긴 게임사를 상대로 한 환불 소송
디펜스 게임 삼국용팝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는 2014년 4월에 캐릭터 8종이 추가된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런데 업데이트 당시 등장한 캐릭터는 관우, 장비 2종에 불과했고, 그 해 9월에 제갈량만 더 추가됐을 뿐이었습니다. 공지와 달리 캐릭터가 단 3종만 업데이트되자 총 1,191만 원을 결제한 유저는 환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게임사는 공지 당시 하단에 업데이트 일정이 변동될 수 있음을 알렸으므로, 캐릭터 8명이 동시에 추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용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저는 ‘업데이트 일정이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리는 공지가 작은 글씨로 눈에 띄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고 반론했으나, 법원은 ‘업데이트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 강조하고 있다’며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⑤ 버그를 방치한 게임사를 상대로 한 환불 소송
그랜드체이스M에서 게임 캐시와 레벨업 패키지를 구입하기 위해 1,483만 원을 결제한 유저는 게임사를 상대로 환불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우편함 무한수급 버그, 동시 로그인 무한 젬 사용 버그, 영웅 중복사용 버그 등이 있었는데, 게임사가 이 버그를 수정하지 않고 버그를 악용해 이득을 취한 유저들을 제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동종의 다른 게임과 비교해 그 종류 및 발생횟수가 현저히 많다거나, 게임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할 정도라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후에 게임사가 버그를 악용한 계정을 확인해 영구 정지했고, 버그를 고쳤기에 게임사가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소환상자를 무한정 취득할 수 있는 버그를 악용하는 유저가 발생해 형평성이 깨졌다는 이유로 유저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환불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구매한 아이템의 주관적∙상대적인 효용이 감소하였을 뿐, 그 이용에 객관적으로 장애가 초래된 것은 아니다. 게임사는 오류를 악용한 이용자에 대해 부당이득을 회수하고 제재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⑥ 매크로 이용자를 방치한 게임사를 상대로 한 환불 소송
뮤 오리진2에서 1억 9,406만 원을 결제한 유저는 유료 아이템을 사용해 능력치를 높였음에도 매크로 유저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이 유저는 '게임사가 유료 아이템 구매자에 대해 게임 내에서의 성능 향상 의무를 불완전 이행했다'고 주장하며 환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게임사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이용자가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우위에 서게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게임사는 매크로 이용자를 단속하고 있고, 게임 이용자는 매크로 이용이 의심되는 유저를 신고할 수 있으므로, 게임사가 매크로 이용자를 단속할 의무를 불완전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버그와 부실운영 환불 소송 모두 유저 패소, 그 이유는?
지금까지 여러 사례를 살펴보았는데요, 공통점이 있죠. 유저가 모두 패소했다는 것입니다. 게임 버그, 부실한 운영과 관련한 환불 소송에서 유저가 승소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왜 일까요? 먼저 게임 아이템 구매 계약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물건을 샀는데 하자가 있고 이로 인해 업체와 계약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민법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고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 아이템은 매매계약이 아니라 게임사 이용약관에 따른 저작물 이용계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매계약보다 환불이 까다롭습니다.
아이템 구매 계약을 매매계약이라고 주장한 소송도 있었지만 모두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게임 ‘신강호’에 3,315만 원을 결제해 랭킹 1위를 하던 유저는 본인 캐릭터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환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유저는 ‘매매계약의 하자담보책임(매수한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에게 묻는 책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매매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즉, 게임 아이템 구매계약은 매매계약이 아니라는 것이죠.
게임 아이템 구매 계약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관련 소송 2개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피망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던 한 유저는 약 400만 원어치의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게임사가 1년 후 유효기간 만료로 이 아이템을 삭제했습니다. 유저는 ‘구입한 아이템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게임 이용약관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환불 소송을 제기했죠.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하면서 아이템 구매 계약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원고가 구매한 아이템은 그 이용기간이 구매 후 1년으로 제한된 상품으로서, 구매자가 이 아이템의 소유권을 배타적이고 영구적으로 취득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매매계약이라기보다는, 일정한 기간 동안 구매자가 이용대금을 지불하고 사이트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 이용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이템 구매 계약은 소유권을 취득하는 매매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사가 사용기간 만료를 이유로 삭제한 조치는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천하제일상 거상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유저가 게임에서 생산시설을 구매했는데, 게임사는 이 유저가 6일 10시간 동안 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다며 초기화했습니다. 이후 유저는 게임사를 상대로 환불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생산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게임사가 미리 공지했다'며, '이 시설은 특정 유저 사용이 절대적, 배타적, 계속적인 것이 아니고, 일정 기간 쓰지 않으면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초기화해 이용 가능성이 소멸하는 임시적인 것이다'라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게임 아이템 구매 계약은 아이템을 영구적으로 갖는 매매계약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저작물 이용계약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게임 환불 소송에서는 유저가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저가 승소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법원이 버그 발생과 부실 운영으로 인한 환불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그랜드체이스M’ 사건에서 법원은 ‘버그가 동종의 다른 게임과 비교하여 그 종류 및 발생횟수가 현저히 많다거나, 게임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할 정도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버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게임사가 계약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고, 버그가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할 정도여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부실 운영에 대해서도 리니지2 레볼루션 사건에서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는데요, 법원은 ‘오류 발생에 대한 게임사 운영이 미진해 원고들이 더 이상 게임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부실 운영으로 인해 게임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달해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몇 건의 판례로 앞서 이야기한 기준이 확립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번 우마무스메 단체소송처럼 게임 환불 소송이 많아진다면 좀 더 게임 소비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례도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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