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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게임업계 워라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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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는 한때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놓고 일하는 모습에서 ‘오징어잡이 배’라는 멸칭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IT업계 중에도 야근이 많기로 유명했던 게임업계가 달라진 계기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입니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워라밸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분위기였죠.

이러한 흐름이 역행할 조짐이 보입니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간 개혁 추진방향’을 밝혔습니다. 골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입니다. 연장근로시간 정산 기간을 주 단위에서 노사 협의로 월 단위 등으로 늘릴 수 있게 하고, 선택근로제 근무시간도 정산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합니다. 초과근무 시간을 저축했다가 일이 적을 때 휴가로 소진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스타트업과 전문직 근무제 재검토,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성 임금체계 개선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52시간 근무제 개편안은 ‘고용노동부 장관 브리핑’을 통해 발표됐는데요,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24일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며 경제부총리가 노동부에 민관연구회 등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한 상황이라며 발을 살짝 뺐습니다. 다만,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앞세웠던 공약이자, 국내 게임사 경영진에서 장기간 정부에 요청해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간문제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일단 이러한 부분은 분야를 막론하고 사측에서 꾸준히 요청해 온 부분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도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근무시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포괄임금제도 같이 없애야 ‘공짜야근’과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측에서도 게임 근무환경에 관련해 기업 입장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의견도 같이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는 노사 합의를 보장해줄 법체계가 없어서, 노조가 없다면 동등한 위치에서 회사와 근로자가 협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넥슨 노조 배수찬 지회장은 “인사팀장이 근로자 대표를 맡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 대표와 회사가 합의한 내용을 반드시 모든 직원에게 밝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노사 합의’지만, 회사가 정하고 근로자 대표는 동의만 하는 통보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른 의견으로는 정부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차상준 지회장은 “유럽에서 근로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는 이유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근무시간이 제한되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인원을 더 채용하기 때문이다”라며 “국내 정부도 근무시간을 늘린다면 이를 통해 어떠한 정책적인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완화된다면,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특히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게임업계는 반복철야를 뜻하는 업계 용어였던 ‘크런치 모드’가 대중적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야근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며 조금씩 ‘워라밸’이라는 것이 자리를 잡으려는 조짐을 보였는데요, 이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된다면 ‘야근 문화’는 게임업계 고질적인 문제로 뿌리내릴 우려가 높습니다. 정부에서 어떠한 정책적 목표가 있어서 52시간 근무제를 개편한다면,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도 같이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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