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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동물이 ‘애완 인간’을 키우는 세상, 비포 더 나이트

비포 더 나이트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비포 더 나이트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비포 더 나이트 트레일러 (영상출처: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여기 ‘거북이와 인간이 있다’는 문장이 있다. 평범한 이 문장에 단어를 하나 넣어 부조화를 만들어보자. ‘애완’이라는 단어를 사람의 앞에 넣는 것은 어떨까? 애완(愛玩),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의 뜻을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고 설명한다. ‘거북이와 애완 인간이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앞서 만든 저 기묘한 문장에 영감을 받아 이를 인디게임으로 만든 개발사가 있다. 산책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뜬금없이 떠오른 ‘반려 거북이가 갑자기 천재가 되면 어쩌지? 인간을 지배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비포 더 나이트’의 개발사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다.

귀여운 동물들이 ‘애완 인간’을 기르는 세계를 다룬 세상. ‘애완 인간’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주인 토끼 ‘앨리스’. 주인에게 사랑받던 애완 인간 ‘리사’가 주인을 부활시키기 위한 여정. 이런 발칙한 이야기는 과연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을까? 1인 인디게임 개발사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의 안성진 개발자와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동물 주인과 반려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배경이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동물 주인과 반려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배경이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앨리스'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리사'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앨리스'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리사'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동물과 인간의 위치가 바뀌어버린 기묘한 세상

‘비포 더 나이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귀여운 동물들이 ‘애완 인간’을 기르는 세계를 모험하는 공포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리사’가 되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주인을 부활시키는 과정을 함께하게 된다. ‘리사’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대지에 생명을 공급하고 파괴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진 생명의 꽃을 꺾고, 그 과정에서 망설임 없이 주민과 마을을 파괴한다. 생명의 꽃이 사라진 마을의 주민들은 점점 괴물로 변해, 이성을 잃고 인간을 잡아먹으려 주인공과 목숨을 건 술래잡기를 하게 된다.

귀중한 생명의 꽃을 보호하는 동물 주민들에게서 꽃을 탈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자물쇠나 함정 따위로 당근을 보호하는 주민들에게 싱싱한 당근을 주고 상황에 맞는 도구를 획득하면 된다. 다만 간혹 마을 주민들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 훌륭한 대화수단 ‘망치’를 사용해 도구와 고기를 함께 습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지나 생명의 꽃을 꺾으면 마을에는 어둠이 찾아오고, 어둠에 오염된 주민들은 점차 괴물로 변한다.

괴물로 변한 주민으로부터 몸을 피하는 방법은 고기를 던져 다른 곳으로 유인하거나, 풀숲에 숨어 시야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지형지물과 가지고 있는 고기를 잘 활용해 몸을 피하고, 마음에 있는 모든 꽃을 꺾으며 주인 ‘앨리스’를 부활시킬 수 있게 분투해야 한다.

고기와 풀숲 등의 은신처를 이용한 시야조절은 필수적이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고기와 풀숲 등의 은신처를 이용한 시야조절은 필수적이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곳곳에 핀 꽃들을 놓치지 않도록 맵 주변을 잘 살펴야만 한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곳곳에 핀 꽃들을 놓치지 않도록 맵 주변을 잘 살펴야만 한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졸업 작품에서 시작한 자유로운 ‘나’의 게임

안 개발자는 원래 ‘DARK SEA’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코딩과 게임기획도 약 4년간 DARK SEA를 개발하며 터득했다. 하지만 끝내 출시되지는 못했다. 미완성으로 끝낼 수밖에 없었던 DARK SEA의 가장 큰 문제는 뿌리부터 있었다. 계속되는 기획 수정과 부족했던 실력으로 인해 다시 만드는 게 나은 수준으로 코드가 꼬여서였다. 언제나 노력만이 답이 되지는 않았다. 안 개발자는 DARK SEA를 내려놓고 우연히 떠오른 발칙한 상상을 통해 졸업 작품 ‘비포 더 나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게임을 완성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취업도 미루고 개발에 집중했다.

개발 시작 당시에는 ‘비포 더 나이트’를 유료로 출시할 생각도 없었고, 플레이 타임도 한 두 시간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이 재미있어 게임의 분량이 점차 늘어났다. 스토리, 설정부터 아트작업까지 모든 일이 즐거운 작업이었다. 무수한 아이디어 중 실제 채택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1인 개발만큼 자유도가 보장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로 공포가 극대화된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어둠을 잘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개발자는 아트워크 작업을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개발자는 아트워크 작업을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그 과정에서 게임으로 남지 못했던 ‘DARK SEA’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전작을 교훈 삼아 자신이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정교한 시스템이나 복잡한 UI 구현은 어려웠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다양한 규칙을 요하는 부분은 덜어냈다. 게임은 비교적 단순한 액션 어드벤처 구조를 채택하고, UI는 최대한 심플하게 구현했다. 이 선택과 집중은 안 개발자에게 있어 개발을 플레이보다 훨씬 재미있게끔 만든 신의 한 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비포 더 나이트’는 지난 4일, 스토브 인디를 통해 앞서 해보기로 출시됐다. 현재 총 4개 스테이지, 56개 레벨을 플레이 할 수 있으며, 이는 정식 버전 기준 약 50~60% 정도의 분량이다. 추후 정식 출시를 통해 남은 2개 스테이지와 엔딩을 추가할 예정이다.

▲ 많은 고비가 있던 1인 개발 과정을 위트로 승화한 '인디게임을 만드는 방법' (영상출처: 언에듀케이티드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완성하는 것’

안 개발자는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완성하기 위해 항상 명심하는 부분은 스스로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 답했다. ‘비포 더 나이트’에서도 역량을 넘어서는 아이디어는 과감히 포기하고,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리사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동물세계의 평화로운 듯 괴상해 보이는 분위기를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안 개발자는 “유저가 없으면 게임은 존재할 수 없다. 인디게임에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게임이 스토어 구석에서 외면받고, 잊혀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힘들었음에도 우직하게 걸어온 안 개발자는 ‘비포 더 나이트’가 잘 팔리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스토브 인디에서 40% 할인도 진행한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한 그의 작품이 오는 6월 어떤 완전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까, 조심스레 긍정적인 기대를 해본다.

과연 리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 과연 리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진제공: 스토브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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