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기자도 어쩔 수 없이 바쁜 현대인인지라, 하늘을 올려다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두 번은 꼬박꼬박 하늘을 봐 주는데, 바로 새해 일출과 추석 달구경이다. 그런데 올해 추석엔 구름이 껴서 꽉 찬 보름달을 보지 못했다. 매달 뜨는 보름달 못 본다고 뭔가 손해보는 것도 아니거늘, 왠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사실 달을 보며 별다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90년대엔 혹시 나도 거대 원숭이로 변하지 않을까 두근두근 기대했었고, 그 이후엔 왠지 세일러문이나 슈퍼 그랑죠가 떠올랐다. 본격 게이머로 전직(?)하고 나서는 달과 함께 하는 게임들이 떠오른다. 오늘은 못다 본 추석 보름달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달을 보면 떠오르는 게임 속 명장면들을 꼽아 보았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달 관련 명장면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 주시길!
* 기사 내에 최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을 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몇몇 단어만으로도 약간의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수 있으므로 읽는 데 주의를 요한다.
TOP 5. 리터널, 달빛만 비추는 산길에서 과속은 위험해
외계 행성에서의 끝없는 사투를 그린 리터널. 심오한 스토리의 멀티 엔딩 게임이지만, 그 중 유난히 긴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있다. 푸른 빛으로 요동치는 어떤 공간에 떨어진 셀린은 촉수 형태의 거대 괴물과 만나게 된다. 이윽고 그 괴물은 셀린에게 어떤 광경을 보여주는데… 그 배경이 바로 보름달이 뜬 달밤의 사건이다.
자세한 내용은 거대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 못하지만, 보름달이 뜬 어느날 밤에 벌어지는 사고의 진상이 밝혀진다. 인적도 없고 가로등도 없는 숲길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하늘에 밝게 뜬 보름달이 현장을 내내 은은하게 비춰 더욱 섬뜩한 분위기를 만든다. 참고로 기자는 리터널 스토리를 100% 이해하지 못했기에, 저 장면에서 얻은 감상이라곤 조명이 약한 밤길 과속을 조심하자는 교훈 뿐이다.
TOP 4. 포탈 2, 포탈건의 유효사거리는 어디까지일까?
공간퍼즐 FPS 포탈 시리즈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포탈 건이다. 벽에 총을 쏴서 포탈 게이트를 열면, 그 곳이 어디가 됐든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로 연결되는 매력적인 아이템. 아무래도 총이다 보니 이런저런 스펙이 궁금해지는데, 연사력은 별로 좋지 않지만 사거리는 꽤 긴 듯 하다. 게임 내에서는 잘만 조준하면 아주 높고 먼 곳까지 직선으로 날아가는데, 아무래도 사방이 막힌 지하 시설이 배경인지라 아주 먼 곳은 조준할 수가 없다.
이러한 궁금증은 포탈 2 마지막 전투에서 풀린다. 격렬한 전투 끝에 천장 일부가 무너지며 밝은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운명처럼 그 곳에 포탈건을 쏘는 주인공. 몇 초 후, 바닥의 포탈과 월면이 연결되며 진공에 가까운 달의 대기 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간다. 방금 전까지 지구에서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포탈을 거슬러 달에 가니 하늘에 파란색 보름지구(?)가 떠 있는 장면이 백미. 참고로 기자는 저 장면 보고 '실수로라도 포탈건 태양에 쏘면 지구 멸망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TOP 3. 오버워치, 달에는 토끼가 아닌 아기고릴라가 산다
앞에서 달 표면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달 표면과 관련된 게임 속 명장면을 찾아보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역시 2016년 오버워치 단편 애니메이션 ‘소집’ 속 유년기 윈스턴의 모습이다. 윈스턴은 인간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가진 유전자 조작 고릴라로, 호라이즌 달 기지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자랐다. 이름 없는 28번 실험체였던 그는 해롤드 윈스턴 박사의 눈에 띄어 각종 지식을 습득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바깥 세상에 대한 꿈을 키웠다.
결국, 기계로만 가득한 호라이즌 기지에서 어린 윈스턴은 바깥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해롤드 박사의 안경을 훔쳐 월면을 바라보곤 했다. 이를 발견한 해롤드 박사는 윈스턴을 혼내는 대신 땅콩버터를 주며 달랜 후, 안경을 씌워 하늘에 떠 있는 푸른 빛 지구를 보여준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가능성을 봐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덤이다.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를 가장 아름답게 묘사한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때 이후 내 눈엔 달 그림자에서 윈스턴의 모습이 보이곤 한다.
TOP 2. KOF 96, 달 하면 떠오르는 남자 야가미 이오리
게임계에 달을 상징으로 한 캐릭터는 넘쳐흐른다. 특히 초승달의 경우 특유의 문양미 덕에 수많은 캐릭터들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 중 가장 달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뽑으라면 단연 KOF 시리즈의 영원한 라이벌 캐릭터, 야가미 이오리가 아닐까 싶다. 쿠사나기 쿄(태양)에 반대되는 달 문양을 등에 새긴 이오리는 처음 등장한 KOF 95부터 막강한 존재감을 뽐내더니, 후속작인 KOF 96에서는 본격적으로 메인 스토리에 깊게 관여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때, 이오리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등장한다. KOF 96 오프닝에서, 달을 등진 채 쓸쓸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이오리의 모습이 매우 비중 높게 다뤄진 것. 심지어 KOF 96과 KOF 97로 이어지는 사기캐 전성기까지 겹치며, 달을 등진 이오리의 모습은 진 주인공 그 이상으로 격상했다. 참고로 저 오프닝은 90년대 후반을 살아온 수많은 게이머들이 중2병의 일종인 이오리병에 걸리게 한 명장면이기도 하다.
TOP 1. 블러드본, 달이 이렇게 무서워 보인 적은 처음이다
블러드본의 히든 보스이자 진 최종보스인 달의 존재. 그는 등장부터 이름 값을 톡톡히 한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물든 꽃밭에, 갑자기 약간 붉은 듯한 기운이 서린다. 그 원인을 찾아 고개를 돌리자, 하늘을 가득 메운 붉은 달을 배경으로 괴이한 생명체 하나가 천천히 낙하한다. 촉수인지 팔인지 모를 것들을 사방으로 흩날리는 달의 존재의 기운에 주인공은 잠시 넋이 나가고, 그 사이 달의 존재는 주인공을 포옹한다.
이후 진행은 플레이 도중 축적한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쨌든 달의 존재가 등장하는 장면 하나만큼은 결과에 관계 없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름다우면서 불길한 붉은 빛 보름달과 괴이하게 생긴 달의 존재의 외형, 그리고 그에게 이끌리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낸다. 아마도 달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적 캐릭터 중에선 향후 10년간은 달의 존재의 포스를 당해낼 자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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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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